감추는? 가리는? 시민의 녹지!

조수연 녹색기자의 ‘조경을 걷다’ 2회
라펜트l조수연 녹색기자l기사입력2014-07-25

한 여름에 거리를 걷는 것은 무척 힘이 듭니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도 조금만 걸으면 흘러내리는 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무 그늘을 찾고, 한줄기 바람을 기대하게 됩니다. 가로수도 없으면 정말 어떻게 걸어 다닐까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나무 그늘을 따라 거리를 걷다보면, 지하철 환기구나 옹벽 등 어쩔 수 없이 노출되는 입면 구조물들이 많이 보입니다. 깔끔하게 처리되어 보기 좋은 입면도 있지만, 포장과의 연결부분이 지저분하거나, 입면자체가 시각적으로 불량한 경우도 많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입면 구조물들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경관이 중시되는 최근에는 이런 시설물들에 대해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미관을 개선하고자 합니다.



거리에서 쉽게 만나게 되는 입면구조물(좌). 녹지를 만들어 구조물을 가리는 모습(우). 사철나무 아래 맥문동 틈새로 쓰레기가 얼핏 보인다.


벽화를 그리거나, 모양을 내는 타일을 붙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가장 쉽게 하는 방법은 구조물 바로 앞에 녹지를 만들고 높이 자라는 식물을 심어서, 그 구조물을 가리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나무로 격자 형태를 만들어 덩굴식물을 심기도 하고, 높지 않은 시설은 사철나무나 쥐똥나무 등을 심어서 가리도록 합니다.


그런데, 이런 구조물을 가리기 위한 녹지는 그 본연의 목적만을 수행하지는 않습니다. 녹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종 쓰레기들이 그 사이에 숨겨져 있습니다. 분명 이 녹지는 구조물을 가리고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쾌적함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아무도 쓰레기를 투기하라고 만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지대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시민의식이 성숙하지 못한 탓이 있고, 또 다른 것도 있겠지만, 거리의 휴지통을 줄인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입니다. 서울시에서도 몇몇 구청에서는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되가져가야 한다는 신념으로 휴지통을 아예 없애기도 하고, 또 다른 지자체에서는 최소한의 휴지통만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리에 예산이 많이 들고, 거리를 지저분하게 만든다는 이유입니다.

 


벽면 앞에 담쟁이를 심고 사철나무로 녹지를 조성한 모습(좌).
정면에서 보면 그럴싸해 보이지만, 뒤를 살펴보면 쓰레기가 감춰져 있다.


휴지통 줄이기의 피해자는 과연 누구일까요. 직접적으로는 가로변 녹지이고, 다음으로는 거리를 사용하는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러한 녹지를 조성하는 사람들 역시 피해자인 듯 보입니다. 녹지를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쓰레기를 버리기 때문에 가로에 녹지를 설치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쓰레기 투기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민의식이 부족하고, 휴지통도 부족하고, 그래서 녹지에 쓰레기가 투기되니까 가로녹지는 없어져야 하는 것일까요?

 

녹지의 본질은 가리는 것도, 감추는 것도 아닌 그저, 아름답고 쾌적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방법일 뿐입니다. 가로의 녹지는 시민의 것이고, 누구도 아닌 우리 스스로 가꾸고 관리할 때 더욱 아름다운 곳이 되어갈 것입니다. 시민의식의 성숙과 더불어, 더욱 아름다운 녹지를 조성하고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글·사진 _ 조수연 녹색기자  ·  (주)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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