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의 門] 큰빗이끼벌레의 출현과 녹조현상

권오병 박사의 ‘생태의 문(門)’ 6회
라펜트l권오병 대표이사l기사입력2014-07-25

[생태의 門] 큰빗이끼벌레의 출현과 녹조현상


초여름부터 신문과 TV 뉴스에 이름도 낯선 ‘큰빗이끼벌레’가 자주 등장하여, 그 징그러운 모양새만으로도 우리를 심란하게 하고 있다.


큰빗이끼벌레는 분류학적으로 보면, 동물계-태형동물문-피후강-빗이끼벌레과-빗이끼벌레속 -큰빗이끼벌레종(Pectinatella magnifica)으로 분류된다.(위키백과)


원래 개충의 크기는 겨우 육안으로 볼 수 있는 1~1.5mm로, 검은 점을 젤라틴이 감싸고 있는 모양으로 개구리 알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들이 체강을 공유하며 끈적끈적한 한천질을 분비하며 군체로 자라서 수중의 그물이나 밧줄, 또는 바닥 돌멩이 등에 부착하면 30cm에서 크게는 2m까지 자라서 보는 사람을 섬뜩하게 한다.


형태도 일정하지 않아 축구공 모양이나 원반형태도 있고, 밧줄 같은 것에 부착된 것은 길쭉한 것도 있다. 금년의 뉴스를 보면 영산강, 낙동강, 한강, 금강 등 4대강 유역 전체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징그럽고 냄새나는 태형동물의 일종인 ‘큰빗이끼벌레’는 그동안 없던 것이 금년에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필자가 강원도 화천 파로호, 소양호, 의암호 등에 인공식물섬 공사를 하면서 10여 년 전부터 고여 있는 호수의 얕은 곳(수심 5m 이내)에서 여러 차례 발견하였던 비호감 생물이다. 내수면 어업에 종사하는 현지주민들은 그 전부터 알고 있었던 생물이다. 유난히 덥거나 가물면 더 심해지고, 이들이 창궐하면 물고기 수확량이 떨어져서 내수면 어업 종사자들은 매우 싫어하는 골치 덩어리였다.


2003년 무렵 당시 강원대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던 필자는 강원대 환경연구소에 이 생물의 존재를 알리고 문의하였던 바 있다. 연구소 측에서도 이미 인지하고 있으나 단지 태형동물의 일종이며 구체적인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답을 들었다.


그 후 2007년에 강원대 환경연구소는 춘천시로부터 ‘민물 태형동물의 번성으로 인한 어류 피해조사 및 제어방안’이라는 제목의 연구용역을 받아 2008년도에 1차 연구보고를 하였다.


이때 밝혀진 것이 이끼벌레의 일종이란 사실과 태형동물의 집단서식이 물고기의 폐사와 수질오염, 생태계 훼손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최근(2014.07.14.일자, 한수진의 SBS 전망대 인터뷰) 강원대 환경연구소 최재석 박사의 인터뷰 내용에 의하면, 큰빗이끼벌레가 번성하는 이유는 부영양화된 우리나라 다수의 저수지나 댐에서 기후변화에 의한 수온상승과 녹조대발생과 관련되어 있다.


우리나라 도처에 약 10만개 이상으로 추정되는 댐과 보 등 정체수역에 녹조가 예년보다 크게 번성하면서, 식물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먹이사슬의 차상위 동물인 큰빗이끼벌레 등이 번성하는 것이다.


수자원공사에서는 서둘러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며, 근거로는 이들이 옛날부터 있었다는 사실과, 1~3급수의 깨끗한 물에 서식하고 있으며 녹조를 잡아먹는 생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금년 7월 이후 각종 언론 매체의 줄을 잇는 현장 보도와 환경단체들이 인터넷상에 올린 사진들이 수천 건을 넘어서자, 환경부에서는 부랴부랴 2014년 7월 16일자에 “ 큰빗이끼벌레 조사연구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정한 형태도 없는 것이 징그러운 색깔과 시궁창 냄새를 풍기며 여기저기에서 발견되니, 보는 이로 하여금 섬뜩한 느낌이 들게 된다. 필자가 처음 북한강 수계의 호수에서 발견했을 때 심란했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큰빗이끼벌레가 번성하는 원인이 녹조발생에 있고, 녹조발생은 수온상승, 부영양화, 일조량 증가, 느려지는 유속 때문임을 상기할 때, 이 소동은 금년 한해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고 직접 목격하는 시민들은 늘어날 것이고, 녹조발생을 근본적으로 제어하지 못하는 한 논란은 증폭되어 갈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통영 앞바다의 핏빛 적조현상을 기억할 것이다. 팔자는 당시 핏빛으로 변한 바다를 보기위해 무작정 남해안으로 갔다. 순천만을 돌아보고 진도, 완도, 고흥반도를 지나 사흘째 되던 날 통영만에 도착하였다. 극심했던 7월말 8월초를 조금 지난 시점이라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핏빛은 아니었으나 바다는 짙은 갈색을 띠고 있었다. 민물의 녹조를 제어하기 위한 연구에 8년째 혼신의 열정을 쏟고 있던 나는 바다적조현상까지 내 살아생전에 연구할 여력이 안 됨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 눈으로 인류에게 닥친 재앙을 똑똑히 새겨두고 싶었던 것이다.


통영항 방파제에 앉아 음산하게 철썩이는 갈색 바다를 보며, 나는 문득 구약성서 출애굽기에 나오는 파스카(Pascha)축제의 유래를 떠올렸다. 부활절 예식의 핵심인 파스카 신비의 의미를 보면,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 종살이에서 해방되는 과정에서 야훼하느님이 이집트에 내린 10대 재앙의 첫 번째 재앙이 나일강의 모든 수문과 운하의 물을 피로 바뀌게 한 것이고, 마지막 10번째 재앙이 모든 사람과 가축의 맏이를 죽이는 것인데, 이를 피해가는 방법이 문설주에 양의 피를 바르는 것이었다. 파스카의 어원은 그리스어 pesah(피해가다)에서 온 것이다.


모세가 BC 15세기경 인물이니까 지금부터 3500년 전 이집트역사는 18왕조 투트모스 1세의 통치기간으로 보고 있다. 고대 이집트 문명의 전성시대를 갓 넘긴 이 시기에 아마도 지진, 해일, 화산폭발, 가뭄과 홍수의 반복, 전염병의 창궐, 메뚜기 떼의 습격등과 함께 강물의 적조 대발생 등의 자연재해가 빈발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연이은 자연재앙과 혼란한 이집트 정국을 틈타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의 리더쉽에 힘입어 이집트를 탈출한 역사의 기록이 출애굽기인 것이다.


그날 저녁 통영항 근처 남망산 언덕에 올라 저녁노을 빛에 묽게 물든 핏빛바다를 망연자실 바라보다 지구 생명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의 존재를 떠올렸다.


지구 원시생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생물의 흔적이었던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지금도 우리 주변의 하천이나 호수에 많이 살고 있는 남조류의 일종인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의 대발생 흔적이 암석화된 것이다. 35억 년 전부터 캄브리아기가 시작된 5억 4200만 년 전까지의 시기를 지질학에서 선캄브리아기라 하는데 이 시대 전체를 통틀어 가장 주목할 만한 생명체가 바로 스트로마톨라이트라 불리는 고생대화석의 원인 생물인 남조류였던 것이다.


이들이 바다표면을 뒤덮고 있었던 당시 지구는 아마 우주에서 보면 지금처럼 아름다운 에메랄드색이 아니라 짙은 초콜릿색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원시 지구시대는 지금처럼 산소가 풍부하지 않았다.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을 통해 모인 물은 바다를 이루고 있었으나 대기의 대부분은 질소, 암모니아, 수증기, 이산화탄소, 황화수소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무렵 초기 생명의 진화를 느릿느릿 해오던 단세포생물들은 점차 고갈되어가는 먹이에 적응하여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내는 독립영양생물로 진화하였다. 당시 대기와 바다에 풍부했던 이산화탄소와 수소 또는 황화수소와 햇빛을 이용하여 광합성을 함으로써 생명의 대폭발을 가져왔다. 이들은 바다전체를 뒤덮어 바다표면을 끈적끈적한 짙은 초콜릿색으로 만들었고, 이들의 광합성부산물로 발생된 것이 산소였다.

 

수십억 년에 걸친 이들은 마침내 지구의 기후를 바꾸어 현재처럼 다양한 생명들이 살 수 있는 생명의 지구를 탄생시킨 것이다. 그 후 5억 4200만년 동안 지구에는 수십억종의 다양한 생명체들이 명멸을 거듭하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지구라는 행성에 살다간 모든 생물 종들이 지구환경의 변화에 조금씩 기여하기도 하면서 적응해온 역사가 생명의 역사인 것이다.


이 지구생명의 역사를 통틀어서 지구 기후변화에 결정적 변화를 준 종은 바로 초기 생명인 시아노박테리아와 최후에 지구에 등장한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라 불리는 우리 인간인 것이다. 시아노박테리아는 수십억 년이나 걸리는 장구한 시간을 통해 서서히 지구기후를 바꾸었지만 인간은 수백 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지구의 기후를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현대인류문명의 출현으로 야기된 기후변화의 조짐이 수십억 년 전의 시아노박테리아를 이곳 한반도의 바다에 다시 불러들인 것이다.


땅거미지는 통영의 남망산 언덕에 앉아서 어둠에 덮여가는 남해바다를 바라보며 ‘스트로마톨라이트의 전설’을 기억하는 생태학자의 마음은 울적했다. 그날 적조유입으로 양식장이 폐사하고 횟집 수족관 물고기가 떼죽음하여, 하는 수없이 빈약한 안주에 소주병 몇 개를 씁쓸한 마음으로 비웠던 기억이 난다.


바닷물 총량에 비추어 십만 분의 일도 안 되는 하천과 호수에 발생한 녹조문제와, 그의 부산물로 출현한 큰빗이끼벌레에 놀라 호들갑을 떠는 우리의 모습에서 초라하고 무책임한 인류의 한계를 보는듯하여 가슴이 아려온다.


한반도 기후와 생태계에서 이미 적응하여 번성하고 있는 큰빗이끼벌레를 잡아먹을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가 생길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현재 우리는 알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단지 빈약하지만 내 모든 능력을 다 동원하여 수생태공학기술을 연구 개발하여, 인류가 훼손해 놓은 자연생태를 조금이라도 복원시키는데 미력한 일조를 담당하는 것이라 다짐할 뿐이다.

글_권오병(아썸 대표, 생태학박사)

연재필자 _ 권오병 대표이사  ·  (주)아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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