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센트럴파크, 페르다나 보타니컬가든

총괄책임자, 조경가 Mahsuri와의 대화
라펜트l김승태 녹색기자l기사입력2014-08-27

뉴욕하면 센트럴파크가 떠오르듯 쿠알라룸푸르에는  ‘Perdana Botanical Garden(이하 페르다나 공원)’란 이름의 도시공원이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말레이시아 현지에선 이 공원을 쿠알라룸푸르의 ‘녹색 허파(Green lung)’라며 그 가치를 명료하게 수식하고 있다. 1888년 조성된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페르다나 공원은 쿠알라룸푸르의 도시발전과 함께 걸어오고 있다. 이젠 공원자체가 하나의 문화재가 되어, 많은 관광객의 끌어모으는 매력요인으로 작동한다. 말레이시아 수상과 왕족의 방문도 잦아,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는 곳도 페르다나 공원이다.




현재 페르다나 공원엔 쿠알라룸푸르시청 조경부서 소속의 조경가와 원예가 8명이 상주하고 있다.


조경가 Haizah Mahsuri bt Hj Hamdin(이하 마수리)가 총괄 책임자로서, 그녀는 100여명의 공원관리 인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100여년의 역사, 70ha의 면적을 자랑하는 쿠알라룸프르의 대표공원을 조경가 마수리와 함께 걸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Allo!”
유쾌한 웃음으로 인사말로 등장한 그녀는 마침 곁을 지나가던 전기차 트램(노면전차)을 불러 세웠다.


“공원을 걸어서 다 둘러보려면 3-5시간정도 걸릴거에요. 아무래도 트램을 타는 게 좋겠어요”
 
트램은 공원 내,외부를 연결하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무더운 날씨에도 공원을 감상할 수 있는 이 곳의 무기이다.

 

“공원을 가로질러 달리니 상쾌하네요”
“맞아요. 그래서 굳이 트램이 아니라도 주말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러닝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곤하죠.”


우리가 처음 찾아간 장소는 '디어파크' 였다. ‘Mouse deer, Fallow deer, Axis deer, Sambar deer 등’ 사슴과 염소가 방목되어있는 곳으로 어린학생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라고 한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에, 서울숲 사슴들이 오버랩 됐다.


“공원에 사슴이라니 참 이상적인 조합이네요”
“그렇죠? 하지만 조경가들은 동물에 대해 관심이 없어요. 물론 저도 처음엔 사슴이 주는 긍정적인 이미지만 생각했지, 실제 아는 것이라곤 전무했죠. 하지만 디어파크를 만들고 관리하기 위해 사슴에 대해 조사하고, 배워나갔죠. 그 덕분에 지금은 사슴 전문가가 된 것 같아요(웃음).”



조경가 Haizah Mahsuri bt Hj Hamdin(가운데)와 원예가 Suhaila Bt. Mohd Sani, Mohd Razman B. Che Ismali


디어파크를 벗어난 우리는 히비스커스 파크로 이동했다. 히비스커스는 말레이시아의 국화로써 무궁화를 국화로 하는 우리와 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이곳은 히비스커스모양의 분수가 있는 하단과 전시장, 갤러리 등이 있는 상단으로 구분되어있었다.
 
트램에서 내리며 무궁화와 히비스커스에 대해 운을 뗐다.

 

“마수리, 히비스커스는 말레이시아의 국화이지만 사실 한국의 국화이기도 해요”
“와! 그래요? 색은 다르겠죠? 우린 짙은 선홍색의 Hibiskus rosa sinensis거든요. 그럼 한국에도 히비스커스공원이 있나요?”


갑작스런 질문에 머릿속에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불현듯 청와대 앞의 무궁화동산이 떠올랐다.

 

“네, 특별히 청와대 앞에도 무궁화동산을 만들어서 국화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굉장하네요”


준비되지 않은 대답치곤 나쁘진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3000여 종의 히비스커스가 식재된 이곳과 비견될만한 무궁화 공원이 사실 떠오르질 않았다. 아쉬운 마음마저 들었다.


다시 트램을 타고 도착한 곳은 Orchid park 였다. 말레이시아에서 난초는 국가의 중요 산업중의 하나이다. 지난 5월 있었던 쿠알라룸푸르 분재&난초 쇼의 개막 행사에서 쿠알라룸푸르의 시장은 “난초가 국가재정에 많이 도움이 되는 만큼, 더 많은 연구원들이 정글에 들어가 새로운 종을 확보 하고 희귀종을 배양해야 한다.”고 소리높여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이 곳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난초들을 보여주는 전시장 기능뿐만 아니라 연구와 교육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정말 다양한 색상의 난초가 있네요!”
“그렇죠? 그래서 지난 5월에 있던 분재&난초 쇼의 주제도 ‘색의 최면’이었잖아요. 난초가 가진 다양한 색의 매력은 다른 종이 따라 올수 없을 거에요.”


그녀는 난초의 다양성에대한 설명을 하더니 화단으로 다가가 앉아 내게 손짓을 했다.


“이것 좀 보세요. 이건 정글에서 자라는 난초를 직접 채집해 온 거에요”

“대단하네요. 그런데 정글에서 이식한 수종이라면 유지관리가 어렵지 않나요? 서식환경이 완전히 달라졌을 텐데 그게 가능한가요?”


그녀는 내게 난초가 심어져 있는 화단의 흙을 한줌 퍼서 건넸다.


“물론 유지관리가 어려웠죠. 이걸 보세요. 이 흙이 우리 노력의 산물이에요. 오랜 연구 끝에 수분을 충분히 유지하는 토양을 개발 할 수 있었고, 한 달에 한번 씩 다시 심어야 했던 난초들을 이렇게 활착시킬 수 있게 되었어요. 그 덕에 우리는 관리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되었고, 방문자에게도 우리의 연구성과를 알릴 수 있게 됐죠."


그녀의 난초 강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큰 난초가 뭔 줄 알아요?”

 
당연히 알 리가 없기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바로 이 타이거 오치드(Grammatophyllum speciosum)에요”

 

말레이시아엔 워낙 다양한 종류의 야자나무들이 있는데다 눈앞에 있던 타이거 오치드의 크기도 워낙 컸기때문에 팜나무의 일종으로 착각했다.


“크기가 굉장하네요!”
“네, 이 타이거 오치드도 말레이시아의 깊은 정글에서 채집해 온건데 보통 2-3m까진 자라곤 해요. 재밌는 건 꽃이 5-10년 주기로 피운다는 거죠. 그렇게 희소한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되겠죠?”



말레이시아의 국화(좌측 상단)/ 정글의 난초를 이식위해 연구 개발한 토양(하단)

세계에서 가장 큰 난초 타이거오치드(우측)


어느새 우리가 탄 트램은 페르다나를 벗어나 메르데카 광장을 지났다. 메르데카 광장은 말레이시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역사적으로 뜻깊은 장소다. 영국 국기가 내려가고 말레이시아 국기가 처음 게양된 이 곳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100m 높이의 국기게양대에 말레이시아 국기를 걸어놓아 장소성을 나타내고 있다. 메르데카 광장 주변에는 100 여 년 전에 지어진 고건축이 많아 클래식 유럽의 모습도 연상된다. 페르다나로부터 이어진 트램의 동선은 메르데카 광장의 역사유적지를 감싸며, 이곳 역시 공원의 연장으로 느껴지게 했다.

수도의 노른자위를 차지하고 있는 공원을 바라보며 말레이시아 대중뿐만 아니라 정치가들의 비호를 받는 장소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갔다.
 
“마수리, 이 곳 페르다나에서 LAMAN이라는 국제정원설계 대회가 열려왔는데 현재는 진행이 되지않고 있다는데 사실인가요?”
“네, 2008년을 마지막으로 현재는 진행되지 않고 있어요”

“쿠알라룸푸르시는 조경에 대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야심차게 진행하던 행사를 폐지하다니 무슨 문제가 있었나요? ”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행사가 폐지된 건 페르다나 공원에 대한 쿠알라룸푸르시와 쿠알라룸푸르 시장의 사랑이 지대했기 때문이에요. LAMAN은 중앙정부 산하의 부서(Ministry of Urban Wellbeing, Housing And Local Government)에 의해 진행되고 있었는데, 2008년 새로 부임한 쿠알라룸푸르의 시장이 이 행사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거죠.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국제적인 행사를 개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되는 정원조성으로 페르다나가 입는 피해가 너무 크다는 판단이었어요. 일시적 행사를 통해 역사적인 공원이 손상을 입는 것에 대한 염려로 비롯돼, 정작 공원을 향유할 지역민들이 행사준비와 복구로 공원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반대의 주된논지였죠.”

“행사가 사라진 배경을 듣고보니, 페르다나 공원이 단순한 공원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음이 확실히 느껴지네요”
“네. 그렇지만 사실 아쉽기도 해요. LAMAN은 전국에 흩어져있던 동문, 선후배 조경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합할 수 있는 장이었거든요. 잊을 수 없는 달콤한 추억이 되어버렸지만 말이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우리가 탄 트램은 어느새 페르다나 공원으로 다시 들어섰다. 공원을 지키고 서있는 활엽상록수들은 서늘한 녹음은 제공했고, 다양한 수종의 팜나무들은 열대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현장사무실이 있는 보트하우스를 지나, 곧이어 시야가 넓어지나 싶더니 거대한 구조물이 눈 앞에 펼쳐졌다. 노란색으로 하이라이트를 준 이 그늘막은 꽃을 형상화해서 기둥은 꽃봉오리, 하늘을 덮은 격자모양의 알루미늄 철골구조는 연결된 꽃잎을 연상케 했다. 한낮의 직사광선을 가릴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낮동안엔 행사가 개최되는 무대이며, 저녁엔 조명이 더해져 환상적인 경관을 연출한다. 행사가 없더라도 한낮에 내리쬐는 태양빛이 다양한 패턴을 가진 격자패턴을 공원바닥에 수놓고 있어서 공간에서 리듬감을 느끼게 했다.



KLOBS의 개막과 캐노피의 제막식


“새로운 구조물이네요. 기존에 말레이시아 도심에서 심심치 않게 차양 구조물들을 보곤 했는데 이건 스케일 자체가 다른데요?”
“네, 이 캐노피는 우리공원을 대표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조성됐거든요. 지난 5월에 KLOBS행사 때 제막식을 가졌는데, 말레이시아의 부수상이 참석해 축사를 했을 정도면 이 구조물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돈지 느낄 수 있겠죠?”

“대단하네요. 그런데 페르다나에 이런 현대적인 구조물이라니 뭔가 미스매치 같은 느낌도 드는데요?”
“사실 지금 저희가 공원의 현대화를 위해 리노베이션을 하고 있거든요. 지금 이 캐노피는 리노베이션의 두 번째 단계 중 가장 중점이 되었던 사업이에요. 현대에 맞게 공원도 끊임없이 변화해 나가는 거죠. 이미 역사가 된 공원을 보존하는 것도 하나의 트랙이 되지만, 그렇다고 멈춰있고 도태된 공원으로 남으면 안되겠지요?”「

“그렇군요. 그런데 리노베이션의 두 번째 단계라면, 이외에도 다른 단계가 남아 있다는 건가요?”



2011년 보타니컬가든 재조성 1단계를 기념하려 공원을 찾은말레이시아 수상(오른쪽 다섯번째) 및 정부관계자



공원현대화 2단계, 3단계의 중점사업


그녀는 앞으로 진행될 공원의 현대화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사업은 총 3단계로 계획되어 있는데, 현재 2단계가 완료 됐기 때문에 마지막 3단계만을 남겨둔 상태이다. 3단계에선 기존 전통가옥모양의 보트하우스를 현대화하고 규모를 확장하여 다이닝홀로 활용할 예정이고, 아이들을 위해 조성해 놓았던 잔디밭을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만화캐릭터 주제의 공원으로 재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만화 캐릭터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듯이, 우리나라에서도 뽀로로라는 캐릭터가 아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뽀로로의 캐릭터이름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이미 말레이시아의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뽀로로라는 만화가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젊은이들은 K-pop에 열광하고 있으며, 아이들은 뽀로로를 봐요. 그만큼 한국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죠. 우리 페르다나 공원엔 일본정원의 부지가 있는데, 한국정원도 한번 만들어 보지 않을래요?”


말레이시아의 Perdana botnical garden은 하나의 공원을 넘어서 말레이시아의 역사와 문화가 혼재해 있다. 공원이지만 식물원이란 이름에 걸맞게 다양하고 희귀한 수종들을 수집하고 있다. 대중의 입맛에 맞도록 변화의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정부기관의 관심과 배려속에 Perdana botanical garden은 100여년의 역사를 넘어 다시 또 새로운 한 세대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공원을 거닐며 긴 시간 함께 인터뷰에 임해준 Mahsuri와 동료들에 고마움을 전하며.

 








글·사진 _ 김승태 녹색기자  ·  Dewan Bandaraya Kuala Lumpur Landscape&Recre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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