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는 산악관광시대 첨병

[기고] 정주현 대표(경관제작소 외연)
라펜트l정주현 대표l기사입력2014-09-14


케이블카 설치(로프웨이 조성)에 대한 전문가 의견


정주현 대표(경관제작소 외연)


지금 국립공원 내의 케이블카(Ropeway) 설치 논란은 서두르는 것이 아니다. 너무 오래 검토돼 지겹기까지 한 내용이다.


하나의 개발사업이 5년에서 10년 이상, 심지어 30년 가까이 검토된 내용들이 과연 서두르는 것일까? 필자가 관여한 국립공원 내의 삭도(Ropeway)설치에 관한 검토사례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제주 한라산은 30여년이 넘어 거론조차 안하는 실정이고, 지리산과 설악산과 같은 주요거점 국립공원지역도 최소 15년 이상 검토되어 왔다. 그 밖에 월출산과 속리산, 소백산, 북한산 등도 적어도 5년 이상을 설치여부를 검토해온 것으로 안다.


더구나 로프웨이는 거대한 국립공원지역 안 지극히 선형적 시설로 설치를 통해 극히 일부의 점적훼손만 가해진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저감 방안을 연구하며 이해하는 것이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아니 십 수 년 간 검토해야할 만한 특이성이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 의문이다.


기술력이 부족한 것인지, 조사능력이 부실한 것인지, 아니면 해당 담당자의 몰이해 내지는 무지한 탓인지 모르지만, 삭도시설처럼 이렇게 오랫동안 결론내지 못하고 시간을 끌어오는 아이템도 없을 것이다. 담당자들의 무소신과 눈치보기 결과가 이런 지경까지 몰고 온 것이 아닌가 한다.


필자가 보건대 로프웨이는 비교적 간단한 시설이며, 조그마한 건축물(건평기준으론 200평 남짓한 규모)이 산의 상부에 입지하는 것 말고는 자연훼손이 그야말로 점 훼손(국립공원의 전체면적대비)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설입지에 대한 찬반논란이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에 대해 그 답답함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


아직까지 국토의 ⅔가 산지임에도 불구하고 산림청이 산림휴양수준으로 소극적인 국민체험시설을 도입한 기간이 짧지않지 않지만, 자연휴양림은 그 수요가 너무나 부족하다.


필자는 산림휴양수준을 벗어나 산악관광자원으로의 국가 아젠다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이 그렇고 또 우리도 선진국의 입구에 들어서 있다. 지난 60년 압축성장은 제조업과 건설업 중심의 산업근대화로 국가경제를 견인해 왔다. 따라서 국토의 ⅔가 되는 금수강산을 그동안 거의 방치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헐벗은 국토의 녹화에 치중해온 산림행정 외에는 우리의 산악에는 아무런 서비스가 없는 상태이다.

건강한 국민 일부만 등산이란 행태로 산을 독점하며, 지속적인 선형파괴를 일으키고 있다.


국민들의 다양한 산악관광욕구를 거의 외면하다시피 하고 개인적으로 등산만 반복시키는 행정서비스 사각지대가 우리의 산이며 국립공원이다. 선진국은 산악관광이 산림휴양과 더불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산악이 주는 자연경관 감상만이 최고의 가치로 보지 않고 각종체험시설들을 입지시켜 국민들의 산 향유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인접 중국과 일본만 해도 산악관광의 수준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 일본의 국립공원에는 약 27개의 로프웨이가 운영 중에 있다. 이중 일부는 수명이 다되어 재방문율이 떨어지는 곳은 철거된다.


중국의 경우 필자가 삭도설치현황을 여러 차례 파악하고자 했으나, 그들은 '필요한 곳엔 다 설치를 했다. 워낙 많아서 그 숫자 파악이 쉽지 않다'고 했다.


환경부는 기본적인 환경논리를 가지고 모든 곳에 다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경제논리와 접목된 환경논리야 말로 지금의 패러다임임을 인식해야 한다. 경제논리를 무시한 채 환경윤리만 고집하는 것은 지극히 선진국 수준이거나 너무 많이 파괴된 환경 때문에 녹색경제 비용의 부담이 많은 개발도상국 상황에서의 패러다임이다.


개정된 자연공원법에 의하면 로프웨이는 5km까지 삭도설치가 가능한 교통시설로서 실제로 법적으론 금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하부규정(가이드라인)에 의해 행정적 규제로 막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지나친 환경단체의 간섭에 휘말리기 싫어하여 제 손에 피 묻히는 것을 기피하는 공무원의 특성상 이러한 삭도문제만큼은 교묘하게 길게 끌고 있다. 그 방법은 위원회 구성으로 떠넘기기와 검토, 조사 용역을 수차례 시행하면서 순환보직 기간만 무사히 넘겨서 다른 부서로 옮겨가면 그만인 식으로 말이다.


또 환경단체라는 미명하에 아주 일부의 인사들은 이러한 문제를 하나의 좋은 먹잇감(?)으로 보고 전국적으로 이 일에 발 벗고 나섬으로써 일부 공무원들의 소신 있는 행보를 막고 있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국립공원의 경우, 최종결정은 환경부이면서 또 이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위임해 두고 있다. 또 공단은 국립공원위원회라는 외부위원 중심의 위원회를 구성해, 여기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원회 구성도 보수적인 인사가 주축이 되어있다. 소수 위원회 의견에 의해 수년간의 검토결과물이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조경가는 환경 원칙론자(보존주의자)여서는 안 된다. 환경을 보전하는 전문가여야 한다. 개발과 보호의 양면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전문가로서 경관과 생태의 두 가지 측면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개발이 주는 피해와 폐해를 완화시키거나, 최소화하는 방법론을 제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조경가는 말 그대로 경관을 만들어내는 전문가이다. 환경을 그대로 조물주가 주신 상태로 보존하는 생태 원칙론자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주어진 환경을 잘 활용하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국립공원지역은 대부분이 연간 100만 명이 넘게 다녀가는 이용압력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 최고의 자연환경이며 자원이다.

가장 최적의 관리방안과 이용자 편의와 환경보호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국립공원을 잘 관리해서 후손들에게도 물려주어야 한다는 원칙적인 얘기가 아닌 각론적 대안을 제시하는 자만이 진정한 조경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훼손과 복원의 양면성에 가장 그 해결 방안을 잘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야 조경가 이름이 부끄럽지 않다.


이것은 비교적 오랫동안 조경기술사이며 삭도전문가로서 20여년 이상 기술적이거나 환경적인 부분에 많은 사례들을 겪으면서 느낀 소회이다.


로프웨이 컨설턴트이지만, 실제론 조경을 전문으로 하는 기술사로서 환경생태적인 면을 누구보다 잘 알고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렇기때문에, 개발과 보전의 균형잡힌 시선으로 삭도(로프웨이)의 특성과 비교우위의 장점들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소 일방적으로 매도되는 여러 사례들을 보아오며 이러한 상황이 찬성하고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이 반대하는 소수의 극렬한 저항에 눌려있는 상황으로 비쳐지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로프웨이는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선진국에서도 가장 민주적인 이동수단으로 이해하고 있다.



* 정주현 대표는 8월 22일자 라펜트 조경뉴스에 기고한 강호철 교수의  “국립공원 케이블카, 4대강 교훈을 잊지 말자”에 대한 의견을 라펜트로 보내주었다.

그는 "공익적 차원의 개발과 부작용 최소화에 대한 강호철 교수의 균형잡힌 시각에 충분히 공감한다."고 전하였지만, 각론적인 측면에서 첨언하게 됐다고 밝혔다. 

_ 정주현 대표  ·  경관제작소 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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