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의 門]인류문명의 대붕괴

권오병 박사의 ‘생태의 문(門)’ 8회
라펜트l권오병 대표이사l기사입력2014-09-25
[생태의 門]인류문명의 대붕괴

모든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오늘 세상에 태어난 257,000명의 신생아를 포함한 현재 지구상에 살아있는 72억 4500만 명의 인간은 100년 이내에 99.5%가 죽을 것이고, 최대한 수명이 연장되는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130년 이내에는 모두 죽을 것이다. 장담컨대 이 명제는 영원한 진리이다. 

또한 인류가 그동안 건설한 모든 문명도 대부분 붕괴하여 종말을 맞았듯이, 영원불멸 할 듯싶은 찬란한 현대문명도 언젠가는 반드시 종말을 고할 것이다. 이 또한 불변의 진리이다. 현대문명의 붕괴는 아마도 현생인류(Homo sapiens sapiens)의 멸종과 함께 닥쳐올 것이다.
 
인류역사를 돌이켜 보면 수많은 문명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하였다. 그러나 과거 문명사를 살펴보면, 수메르문명, 이집트문명, 로마문명, 중국문명, 잉카문명 등처럼 일정시대의 시대성과, 일정지역의 지역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특정 지역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발달했던 문명이 어떤 이유로 인해 쇠퇴하거나 붕괴하는 경우 그 뒤를 이어 다른 문명이 그 자리를 대신하며 승계와 발전을 이어와서 오늘날의 인류 문명을 이룬 것이다. 

BC3650년 무렵부터 시작된 고대 지중해 문명인 미노스 문명은 발칸반도 아래의 에게해에 있었던 청동기시대의 문명이었다. 크레타섬에 세워진 크노소스는  정치, 군사, 문화, 상업의 중심으로써 약 2000년간 번성한 문명이었다. 로마문명이 1000년, Pax Britanica로 대표되는 르네상스이후 유럽열강의 근대문명이 400년, Pax Americana로 불리는 현대 문명이 고작 100년도 채 안된 걸 생각하면 고대 미노스 문명은 대단히 수명이 길었던 셈이다. 

이 문명은 화산재와 바닷물 속에 숨어 신화로 있다가 19세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발굴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유라시아판과 아프리카판의 충돌로 인한 화산폭발로 인해 문명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크레타섬은 BC1700무렵부터 시작되어 300년간 계속된 잦은 분화와 지진에 의해 BC1400년 무렵에 멸망하였다. 

고대 아메리카대륙에서 흥성했던 마야, 잉카, 나스카, 아즈텍 문명도 생태적 시각에서 본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문명의 붕괴라 볼 수 있다.(생태의 문 2회 마야, 잉카, 아즈텍... 그리고 문명의 붕괴) 농작물의 생산성에 의해 인구증가와 문명이 발달했던 이 문명들은 해류순환의 변화로 인한 강수량의 부족 때문에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한때 동남아에서 최강의 대국으로 성장했던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문명의 붕괴도 사실상 자연재해로 인한 종말로 밝혀졌다. 

정밀한 관계수로를 거미줄처럼 건설하여 12세기경에 100만 인구의 도시를 건설하였던 크메르인들도 먼 곳에서 발생한 화산폭발로 인해 자신의 문명이 종말을 가져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14세기에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 연이어 폭발을 일으킨 화산재의 영향으로 수년간에 걸친 저온현상은 여름철에도 메콩강의 상류 수원인 티베트고원의 얼음을 녹이지 못하여 메콩강의 유량이 급속하게 줄어들게 되었다. 

결국은 똔레샵호수 수위가 내려가고 100만 인구가 살던 앙코르와트의 관개수로가 말라붙었다. 상하수도시스템을 수로의 물 흐름을 통해 처리했던 발달된 관개시설은 삽시간에 재앙이 되어 수인성질환 퍼뜨려 크메르문명을 멸절시켰다.(생태의 창 35회, 2012. 9. 12.) 

또한 10세기에 3번에 걸친 대폭발을 일으킨 백두산 화산폭발은 동북아시아의 세력판도를 영원히 바꾸어 놓았다. 중화문명으로 대표되는 중국은 4000년 이상 중원세력과 동북아세력으로 나뉘어 팽팽하게 양립하고 있었다. 황하이남 양쯔강 유역을 세력권에 넣은 중원과 만주와 몽고, 시베리아, 한반도를 아우르는 동북권 세력인 고구려와 그 뒤를 이은 발해 대국은 만리장성을 경계로 세력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역사상 최대의 자연재앙인 백두산 대폭발로 발해대국이 순식간에 몰락함으로써 그 후 100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중국은 하나의 세력권만 남게 된 것이다.(생태의 창 4회분, 2011. 3. 30.)

문명사가들에 의하면 인류는 지난 8000년 동안 대체로 30여개의 크고 작은 문명을 건설하였고, 이들은 서로 융합하기도 하고 충돌하기도 하며 상호 영향을 주며 오늘날 현대인류문명을 이루게 되었다고 보고 있다. 인간이 지구자연의 일부로 생존할 수밖에 없는 운명임을 자각할 때, 그간에 명멸했던 수많은 문명들이 생성과 소멸에서 절대적인 환경적 요인이 작용했음을 깨닫게 된다.

지질학적 시간(Geographic time)의 관점에서 보면 Homo sapiens sapiens의 역사 20만년은 45억년을 24시간이라 계산하면 겨우 4초 동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인류 문명역사 8000년은 실제로 눈 깜빡이는 시간인 0.16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생명의 역사 40억년동안 대멸종 사건은 다섯 번 일어났다. 

첫 번째가 4억3천5백만 년 전 고생대 초기에 발생했고, 두 번째가 3억6천5백만 년 전 고생대 중기에 일어났다. 세 번째가 가장 대규모 멸종사건으로 불리는 2억5천 만 년 전의 페름기 대멸종이고, 네 번째가 2억1천 만 년 전이고, 다섯 번째가 6천5백 만 년 전 백악기말의 공룡대멸종사건이다. 

이러한 대멸종사건의 원인은 대개 혜성충돌이나, 대규모 지각변동에 의한 지구환경의 격변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멸종사건의 재앙은 특정 생물 몇 천 종이 멸종한 게 아니라 지구 전체생물의 65%이상 90%까지 멸종하는 사건이며, 개체수로는 거의 90%에서 99%가 멸절하는 사건을 나타내며, 생물종이 다시 회복되는데도 수 천만 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지질학에서 지각변동의 흔적을 쫒다보면 인류가 멸종할 정도의 급격한 화산분출이나 대지진의 흔적은 수없이 발견되고 있다. 현재까지 보고된 연구만 헤아려도 수천 건에 이를 정도이다. 

가까운 예로 65만 년 전 대폭발을 일으킨 시에라네바다 화산 폭발정도면 현대문명은 치명타를 입고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주기적 대폭발의 정확한 예측은 현대과학으로도 거의 불가능하여, 언제 코스타리카의 포아스 화산이 다시 폭발할지, 백두산 밑에 가득 찬 거대한 용암이 언제 분출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태평양판과 북미판이 충돌하여 생긴, 세계에서 가장 긴 단층대인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해안가를 지나는 샌안드레아스 단층(길이 1,280km, 폭 1.6km)은 언제 대지진이 일어나며 찢어질지 알지 못한다. 
 
지난 2011년 일본의 도호쿠지방을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은 현재진행형이다. 엄청난 인명손실과 재산피해를 낸 재앙은 일본경제를 강타했고,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정책의 근간을 흔들어 놓았다. 지금 아베정권에 의한 극우편향으로 치닫고 있는 일본은 아마도 대지진의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한 공황장애에 빠져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역사시대 이래 인류가 경험한 자연재앙의 수준은 지구의 지각변동의 기록으로 보면 비교적 사소한 재앙이라 볼 수 있고, 언제라도 상상을 초월한 대재앙이 닥쳐 그동안 이룩한 현대문명이 대붕괴로 이어질 수 있음을 과학자들은 잘 알고 있다. 

급격한 자연재해에 의한 전력시설의 파괴는 통신과 교통망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고, 이어서 기후변화에 의한 농산물 생산의 격감과 모든 공산품 생산의 중단은 인류사회에 치명타를 가할 것이다. 전력공급이 중단되고 원자력시설이 통제 불능상태가 되면, 72억의 인류는 기근, 질병, 방사능 오염, 약탈, 살육 등 사상 초유의 대혼란에 빠질 것이다. 과거의 자연재해는 교통과 통신의 미발달로 인해 국지적 재앙으로 끝났지만, 현대문명세계는 지구 전체가 통합 생활권으로 묶여져 있고, 인구과잉으로 인해 재난지역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으로의 대규모 이주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국지적 전염병으로 보았던 에볼라도 현대문명에선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이 될까봐 우려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현대 인류문명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현대 문명의 핵심인 전력과 에너지, 정보통신과 교통망의 붕괴는 아주 쉽게 문명의 대붕괴를 초래할 것이다.

이러한 카타스트로피적인 현대문명의 대붕괴에 대비하려는 노력은 미국정부와 자발적인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자기방어체계를 만들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지만, 대자연 거대한 힘에 대항하여 인류문명의 힘으로 이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명으로 인한 급격한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를 제어하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미래학자들의 시물레이션에 의하면, 현대문명의 대붕괴 이후 1000년 정도만 지나면 문명의 모든 지식과 정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철골과 시멘트로 지은 모든 건축물들도 부식되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돌로 지은 피라미드를 비롯한 고대유적들은 여전히 일부가 건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연생태계에서 인간은 나약한 생명체이다. 하루에 평균 열 번 정도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겪으며 산다고 한다. 지금 50세가 된 사람은 그동안 182,500번 정도의 죽을 고비를 피해 살아남은 운 좋은 사람인 셈이다. 태어나기 이전의 생명 역사 40억년동안 한 번도 조상의 대가 끊어지지 않은 존재가 현존하는 생명체라면 놀랍게도 14조6천억 번의 위기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은 기적의 존재가 바로 우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 지구가 망한다 해도 오늘 우리는 행복하게 살 권리와 의무가 있는 것이다. 또한 생명이 허용된 짧은 세상살이 동안 어머니와 같은 자연을 훼손하지 말고, 무고한 살생이나 폭력을 행하지 말고, 흙처럼 겸손하게 살아있는 모든 인간과 생명을 존중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글_권오병(아썸 대표, 생태학박사)

연재필자 _ 권오병 대표이사  ·  (주)아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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