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과 경관복지, 사람들은 ‘경관’을 누리고 있을까?

배정한 서울대 교수 인터뷰
라펜트l박승건, 장윤선l기사입력2014-12-05

배정한
서울대학교 대학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공학박사)
펜실베니아대학교 디자인대학원(박사 후 연구)

현 서울대학교 조경, 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사진출처: <지니어스케이프_www.facebook.com/geniuscape>


‘행복하고, 안락하게 살아간다.’ 듣기만 해도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말이다. 국민소득의 증가와 더불어 사람들의 삶의 질적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더 나은 삶의 기반이 되는 ‘복지’에 대한 수요도 증가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녹색’은 모든 사람들이 누리고 싶어하는 복지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러한 녹색복지 즉,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대상으로 하는 환경복지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경관복지’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경관’과 ‘복지’. 언뜻 생각해보면 두 단어의 조합이 조금 낯설기도 하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멋진 경관을 눈에 담고 싶어 한다거나, 더 나은 복지를 원하는 것과 같이 두 단어 모두 ‘무언가 더 나은 것을 바라는 것’이라는 공통적인 성질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시각적인 의미로 통용되는 ‘경관’과 평등함을 추구하는 ‘복지’, 합쳐 생각해보면 ‘시각적인 평등’ 으로 받아들여지는 경관복지 또한 우리가 점점 더 원하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에 박승건, 장윤선 학생기자는 2013년 조경추계학술대회 논문집에 기재된 ‘경관복지의 개념과 연구방향’을 읽어보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배정한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람들에게 경관이란, “경관이 수려하다!” 등과 같이 단순히 보이는 것의 의미가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듯합니다. 그러나 ‘경관복지’에서 ‘경관’은 단순히 보이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경관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경관(landscape)이라는 용어와 그 개념은 서구 지성사에서 17-18세기, 즉 근대에 확립되었습니다. 이때 경관은 ‘시각적’으로 보이는 ‘자연’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풍경화를 landscape라고도 표현했죠. 시간의 흐름에 따라 landscape의 용례가 자연뿐 아니라 도시 등을 포괄하게 되면서, 점차 시각만으로 감각/인식하는 것을 넘어서 몸으로 경험하는 환경environment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경관이라는 말이 그것의 ‘시각적’ 특성이 강조되어 이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자님도 그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 같고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 그러한 경향을 경관이라는 말의 오용이라고 비판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극복 가능한 어떤 딜레마라고 생각합니다. 경관은 앞서 말했듯이 ‘시각적’인 보기를 내포하는 개념이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그러한 경관을 조성하는 조경의 특수성과 강점이 경관의 시각적 측면이기도 하거든요. 경관의 개념은 물리적 시각성을 바탕으로 하되 다른 감각의 즐거움까지 포괄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겠네요.

경관복지란 무엇인가요?

원고에서 밝혔듯이, “공공 영역의 경관을 설계·조성하고 개선하여 쾌적한 경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안전하며 편안하게 이용함으로써 개인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 전체의 안녕을 돕는 것”으로 정의한 바 있습니다. 물론 제 연구실에서 현재 수행하고 있는 과제가 이러한 단일한 정의로 축소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경관복지는 고정된 규율이 아니라 경관을 설계하고 또한 함께 가꾸어나가야 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관한 문제입니다. 경관복지와 관련하여 저희 연구진이 가장 중요하게 가져가고자 하는 가치는 결국 복지가 ‘사람들이 누리는 것’이라는, 당연하지만 간과되어온 가치입니다. 연구 과제의 특성상 복지의 수준을 양적으로 평가해야 할 경우도 생기고 있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누리는 어떤 상태를 일괄적으로 계량화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창조적 매체, 즉 맵핑이나 다이어그램 등을 활용하여 사람들이 진정 그 경관을 어떻게 누리고 있는가에 대한 다양한 양태를 나타내 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관복지에 관한 논문을 읽으면서 공간복지, 환경복지 등 다른 복지개념과의 차이를 분명히 할 수 없었는데, 경관복지가 다른 복지개념들과 비교해 어떠한 차이가 있나요?



‘분명한’ 차이를 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경관은 공간이기도 하고 환경이기도 하고 때로는 공원이기도 하잖아요. 다만 여타의 개념들과 다른 지점이 있다면, 그것은 경관복지가 그동안 다른 복지 개념들이 간과해왔던 것들에 대해 다양한 방식의 접근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경관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서는 경관의 양적인 분포도 중요하지만, 실질적 이용을 구성하는 요소들(접근성, 설계의 질 등)이 무엇인지를 먼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복지’를 실현하는 데에는 형평성이 항상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향후 경관복지를 우리나라에 적용할 때 제약이나 어려운 점이 있을까요? 향후 경관복지의 전망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경관복지가 한국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정치적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뀌면 공들여 만든 정책도 쉽게 폐기되거나 방향성이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관복지가 하나의 사회적 가치 혹은 비전이 되어 존속되고 시대의 요구에 맞게 개선되어 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또한 복지 관련 용어가 많다는 것은 복지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가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서로 다른 영역에서 복지 연구가 분리되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영역 간의 교류를 통한 통합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복지는 결국 형평성의 문제입니다. 경관복지의 관건은 양적 분포와 설계의 질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양적으로는 공평하게 분배되어 있더라도 질적으로는 열악한 지역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계획, 설계의 차원에서 경관복지가 고려되어야 합니다.

경관복지적 측면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떠한가요? 국내외 경관 복지사례가 있나요?

현재, 서울의 경관복지를 기초적으로 평가해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섣불리 우리나라의 경관복지 수준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 사회의 현 상황을 고려해보면 조금 회의적입니다. 서울은 외견상 산과 강 등 수려한 자연 경관이 많고 도시 공원도 수나 양적으로 적지 않은 도시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공 공간은 계속해서 상업화되고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거주지 경관은 다채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데요, 경관 서비스가 과연 형평성 있게 분포되고 시민들에 의해 이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해외 상황은 논문에 도표로 정리해 놓은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근래에 공원의 접근성과 미학적 차원(설계의 질) 등을 고려한 연구와 정책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관의 실천적 복지를 수행함에 있어 앞으로 조경뿐만 아니라 다른 관련 분야 전문가의 역할도 또한 변화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경관복지를 위해 전문가가 갖추어야 할 소양이나 조건 등이 있나요? 

다양한 지식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모여야 비로소 경관복지를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조경가는 전통적인 경관의 물리적 설계를 넘어서 다양한 단체, 구성원, 시민 사이의 의견을 조율할 것을 요청받고 있습니다.

한국경관학회 학생기자 박승건, 장윤선
_ 박승건  ·  한국경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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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enwerther@hanmail.net
_ 장윤선  ·  한국경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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