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형 조경사업, 건축자문 받으라고?

[특별기고] 조세환 한양대 도시대학원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전공 교수
라펜트l조세환 교수l기사입력2014-12-12

서울시 200억 이상의 대형 조경사업,

건축정책위원회의 자문을 받으라고???


                    

조세환(한양대 도시대학원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전공 교수)

 


12월 9일자 라펜트 뉴스에 서울시 200억 이상의 공원, 광장, 교량 등 사업(공간환경사업으로 정의함)은 ‘건축정책위원회’의 자문을 받도록 한다는 건축기본조례 일부개정(안)이 입법 예고되었음이 알려졌다.

기사를 내 보내는 이 시간 이미 의견 제시 기간(11월 6일~26일)이 끝났다는 내용과 함께였다. [관련기사]

 

건축계에선 2008년의 건축기본법을 만들면서부터 시작된 일련의 건축계의 ‘조경식민지화’ 전략은 마포석유비축기지공원화사업, 서울역고가하이라인파크사업의 건축화를 거치며 또 이처럼 조례 개정을 통해 끊임없이 마수를 뻗치고 있다.

 

서소문역사공원을 시작으로 마포석유비축기지공원화사업에서도 건축가가 PA를 맡으면서, 조경가는 1명도 포함시키지 않은 채 건축가들의 잔치로 현상공모를 끝냈다. 서울역고가공원화사업은 국내외 건축 4명, 조경 2명 등 6명, 그것도 국내 조경가는 1명이 겨우 턱걸이 하듯이 들여보냈다. 1명이라도 포함되기까지엔 서울시의 PA 선정과정에서 조경 대표로 참여한 모 교수의 ‘참여 거부’ 등 투쟁의 성과로 겨우 1명이라도 들어가게 됐다는 후문도 있다.

 

경의선철도공원화사업에서는 모 건축가가 설계안에 대한 스케치를 해주고 조경계의 내로라하는 베테랑 조경가가 그 스케치를 받아 설계를 해야 하는 희한한 일도 발생했다. 서울시는 ‘총괄건축가 제도’의 도입으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건축의 브레이크에 걸려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업상의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조경계로서는 굴욕이다.

 

허나, 이 문제는 단순히 감정적 차원의 굴욕으로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볼 때, 비 전공분야가 전공분야를 자문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의 통제를 한다는 것, 이치에 맞지 않다. 물론 다원화된 사회에서 조언이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한 조언과는 달리 경의선철도공원화사업의 예에서와 같이 공개적이고 공식적으로, 또 직접적으로 개입할 소지가 있는 것은 자명하다. 이런 소이는 전문가 사회에선 어불성설이다. 오직 약육강식의 전형적 사례로 귀착 될 뿐이다.

 

또 이런 내용을 현실 법체계 차원에서 보면 더 가관이다.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에 의해 도시공원위원회가 있다. 이 도시공원위원회가 있는데, 건축정책위원회가 통제를 하겠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렇게 지겹도록 싫어하는 옥상옥 규제의 또 다른 전형이다. 이것은 하위법인 법률로서 상위법인 헌법을 통제하겠다는 잘못된 발상을 자문이라는 이름으로 화장하는, 이른바 고양이 발톱 감추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이번에 발의된 조례(안)은 앞으로 시의회의 심의를 거쳐야 제정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전개과정은 지켜봐야하겠지만, 이대로 그냥 둔다면 통과는 불 보듯 뻔하다. 우리는 이 조례 제정(안)에 대해 극심하게 몸부림쳐야한다. 그냥 둘 경우, 향후 ‘경부철도선상부공원화사업’, ‘동부간선도로공원화사업’, ‘제물포길공원화사업’ 등 각종 공원, 광장 등 대형 조경사업은 건축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그 몸부림이 이 사안에 대해서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근본적으로 서울시의 조경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조경가들의 역량에 대한 ‘잘못된 평가’를 반전시킬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어야한다.

서울시에서 우리 조경가들에 대한 인식과 평가는 공식기구인 도시공원위원회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서울시장은 시민참여라는 이름아래 공식적인 공무원 라인이 아니 각종 비공식 라인인 자문단, 각종 위원회를 두고, 이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

 

이 비공식 라인에 우리 조경분야에는 ‘44인의 공공조경가’들이 있고, 이들을 통해 서울시에서 조경가의 이미지와 역할이 인식되며 평가되고 있다. 서울시에서 지금까지 이들을 통해 내리는 조경의 정의는 ‘나눔과 기부’라는 이름으로 시민들과 함께하는 동네 뒷골목 꽃심기 정도에 머물고 있는 것 아닌가 의심이 된다. 거기에 더하여 조경업계의 물품 나눔 봉사가 고작이 아닌가 생각된다. 조경계의 불만이 크다는 얘기가 들리곤 있지만 서울시의 서슬에 행여나 사업적 불이익이나 당할까 아무소리 못하고 있다는게 업계의 정설이다.

 

물지 않는 개는 두렵지 않다. 이번 일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조경계에 내려진 일련의 철퇴와도 같은 서울시 건축정책의 행보에 대해 침묵한다면, 우리 조경가의 앞날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조경계 지도부와 서울시 공공조경가들의 행보에 기대를 거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글_조세환(한양대 도시대학원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전공 교수)

 

역임 

(사)한국조경학회 학회장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

(사)한국전통조경학회 고문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원장

_ 조세환 교수  ·  한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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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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