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관을 품은 세계 4대 미항 여수

라펜트l박승건 학생기자l기사입력2014-12-19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의 개최는 약 80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여수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 밤바다'가 히트를 치며 낭만과 이야기가 있는 여수 밤바다도 유명세를 치렀다. 그래서였을까?

실제로 지난 1월 집계된 통계를 보면 여수 밤바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유람선 이용객이 전년 동기 3095명에서 221%나 증가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여수시는 예전부터 '세계 4대 미항 여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아름다운 연안의 모습을 연출하고자 캠페인, 정비사업 등을 추진하며 4대 미항의 위엄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과연 여수도 그리스 산토리니나 이탈리아 나폴리 아말피 해안마을처럼 아름답고 멋진 모습을 갖춘 도시가 될 수 있을까? 이런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여수의 산토리니라 불리는 여수시 고소동 일대의 한 아파트가 '국토경관 훼손사례 사진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타는 불명예를 안았기 때문이다.

4대 미항으로 발돋음 하고있는 여수에 지금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확인하기 위해 여수시 고소동으로 향했다.

여수시 고소동


여수시 고소동은 해안경관이 수려한 곳으로 눈앞에 푸르른 바다와 산 그리고 화려한 경관조명이 설치된 돌산대교, 거북선대교가 한 눈에 보이는 곳이다. 전설에 따르면 3마리의 용이 하나의 여의주를 차지하기 위해 싸움을 하였는데, 3마리의 용이 차지하고자 했던 여의주는 지도상에 보이는 현재의 장군도를 말한다고 한다. 

또한 고소동은 과거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수군훈련을 독려하고, 작전 계획을 세우는 한편 군령을 내린 곳인 고소대가 위치한 곳으로 이순신 장군의 역사를 기억하는 곳이다. 여수의 역사를 잘 아는 이들은 고소대를 여수 8경 중 한 곳으로 꼽는데, 고소대에 서서 해안쪽을 바라보면 여수의 멋진 해안경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가지 더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고소동은 벽화마을로 유명한데, 마을공동체 형성사업으로 조성된 길이 1,004m의 벽화길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고소대 내부


벽화마을


고소동 00아파트, 국토경관 훼손사례 사진공모전 최우수상 





여수시 덕충동에서 길을 따라 걸으면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최대 높이 20층으로 지어진 이 아파트 단지가 국토부와 LH공사가 함께 실시한 '국토경관 훼손사례 사진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의 불명예를 안긴 곳이기도 하다. 아파트가 생기지 않았더라면 혹은 아파트가 더 낮은 높이로 세워졌다면 고소동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아파트 너머로 보이는 자산공원과 더 멀리 돌산도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언덕으로 이루어진 고소동에 도착해 주변을 바라보면 아파트는 멀리서 보았을 때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강한 위압감을 주었다. 바다를 향해있는 수 많은 창문들 중 한 곳에서 바다를 바라본다면 얼마나 멋진 해안경관이 내 눈앞에 펼쳐질까? 혹은 얼마나 멋진 경관을 보기위해 저 많은 창문들이 바다를 내다보고 있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만 무성했다. 


아파트 옥상에서 본 파노라마. 장군도, 돌산공원 너머까지 보인다.


아파트 옥상에서 본 파노라마. 오른쪽 상단에 여수 세계박람회장이 위치하고 있다.

아파트를 등지고 해안가를 바라보면 장군도와 바다, 돌산대교, 그리고 저 멀리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크고 작은 섬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졸업작품 답사를 위해 찾아갔던 곳으로 오전부터 하루종일 걸어다녀 다리가 아플 정도였는데,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미끄러지듯 떠다니는 유람선의 평화로운 모습은 퉁퉁 부은 다리의 통증도 잊을 만큼 편안하고 좋았다.


부드러운 바람과 탁 트인 경관

경관을 한 눈에 담기위해 사방을 둘러보았다. 한 가지가 이상했다. 바다 건너 눈앞에 보이는 건물들은 다들 높이가 낮고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어째서 이곳 고소동에 위치한 아파트만 유독 거대한 것일까? 주민들의 의하면 과거 이곳은 주민들의 텃밭과 풀이 무성한 곳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파트 건설을 위한 시의회의 승인이 내려졌고, 시민단체의 반대와 논란 속에서 높이 20층의 거대한 아파트가 들어섰다고 한다.

국토경관 훼손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1) 이 작품은 대표적인 해안경관 불량사례로 대상지의 특성으로 인해 기성시가지에서 나타나는 유사사례보다 경관훼손의 심각성을 또렷이 보여주고 있음

2) 경관은 특정인 또는 특정집단을 위한 것이 아닌 공공에 의해 공유되어야 하는 공공재로써 역할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측면을 잘 보여준 작품임

3)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해안경관 형성 및 관리를 위해 입지특성에 따른 개발행위의 규제 또는 바람직한 경관확보를 위한 정책적 지원, 경관형성 유도 등을 위한 경관관리 제도의 보안 및 개선 등에 시사성이 매우 큰 작품임

멋진 해안경관을 점유하기 위한 욕심이었을까? 만인의 공공재인 경관에도 보이지 않는 손은 존재하는 것 같았다.


또 다른 보금자리, 천사벽화골목마을


여수의 대표적인 관광지를 소개하는 벽화

아파트 단지에서 나오자마자 도로를 따라 1~3층짜리 낮은 건물들이 줄지어 이어졌다. 하얀 담장에서 고개를 삐죽 내민 개나리도 이쁘고, 담벼락을 캔버스삼아 그린 알록달록 그림들도 이뻐보였다. 고소동은 해양공원에서 고소동을 횡단하는 1,004m 벽화 골목 구상이 중앙동 4기 주민자치위원회의 마을공동체 형성사업으로 발의되어 이중 160m에 이르는 구간에 대해 주민 스스로 성금을 모아 EXPO, 바다, 지역풍경을 소재로 스토리텔링 벽화골목으로 탄생시켰다.


비좁은 골목에 그려진 시 한편과 그림들은 무미건조한 시멘트 구조물에서 예술로 승화된다.

비교적 예쁘게 치장된 벽화골목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이내 어지럽고 비좁은 골목길이 나타난다. 급경사, 비탈길, 낡고 노후된 주택들, 어지럽고 복잡한 환경... 사람살기 좋은 환경을 갖춘 곳이 좋은 경관이라는 글을 책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책의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이곳은 좋은 경관이 아닌 듯 생각되었다.


그나마 눈이 적게오는 지역이라 겨울철 미끄럼 사고는 많이 없을 것 같다.

만인의 공공재인 경관, 그리고 고소동

최악의 경관훼손사례로 지목된 고소동의 해안경관은 당분간 해결되지 못할 듯 보인다. 한 번의 잘못된 판단과 결정으로 인해 아파트가 들어섰고, 인근 주민들의 경관훼손 논란이 점점 더 커지자 이전 시장 때부터 주민들의 이주와 철거를 목표로 계획단계에 들어갔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는 시의 참패였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필요한 보상액수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보상을 시도했다가는 시 재정이 바닥나기 때문이다.

고소동의 기존 건축물과 아파트와의 대비는 분명하다. 누군가는 높은 곳에서 해안경관을 감상하고 누군가는 전봇대와 지저분한 전선,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조망점에 의해 경관을 즐길 수 없다. 누구나 공평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할 공공재인 경관이 한 지역 안에서 이렇게 극명하게 차이나는 것일까? 오랫동안 이곳에서 삶을 꾸려온 사람들은 불만을 호소한다. 

여기서 바라보는 경치는 10억짜리입니다. 어디 가서 이런 경치를 보며 살 것입니까? 바다 건너편 돌산과 장군도, 돌산 제 1, 2대교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요. 그런데 아파트가 생기면서 자산공원이 보이지 않습니다. 외국을 돌아다녀보면 저 아파트 단지처럼 위치 좋은 곳에는 고층 건물을 허락하지 않고 공원을 만들어 여러 사람들이 즐기도록 하죠(오마이뉴스, 2010).



남산의 외인아파트처럼 여수도 조망권을 확보하기 위해 사람들을 다 이주시키고 폭파해버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실은 온갖 갈등에 휩싸여있다. 

세계 4대 미항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자 하는 여수시의 노력은 고소동 해안경관의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앞으로 여수시는 어떠한 노선을 택할지 주목된다. 


한국경관학회 학생기자_박승건

_ 박승건 학생기자  ·  한국경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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