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한국조경사회 황용득 회장

“조경이 만든 공간이 삶의 일부분이 될 때 비로소 새로운 수요 나온다”
한국건설신문l주선영 기자l기사입력2015-01-20

황용득 (사)한국조경사회 회장


“역대 회장들에 비해 매우 무거운 마음으로 회장직을 시작하는 것 같다. 건설업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 속에 있다. 하지만 마땅한 돌파구가 잘 보이지 않아, 조경업의 최대 단체의 수장으로서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주변의 의견을 경청하고 조화와 상생의 운영이 되도록 최대한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

2015년 1월, 제18대 (사)한국조경사회 회장으로서 첫 발을 내딛은 황용득 신임회장은 얼어붙은 조경경기 탓에 시작부터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하지만 올해는 해외진출, 조경진흥법 하위법령 마련 등 어느 때보다 조경계에 중요한 일들이 산재돼 있어 그의 역할이 중요하기만 하다. 

이제 막 18대 조경사회 조직 개편을 끝내고, 항해를 나선 황용득 신임회장을 만나 조경사회의 변화와 계획들을 들어보았다.

- 제18대 조경사회 조직 개편의 특징은.
가장 커다란 변화는 본회가 가장 중점사업으로 운영해 오던 조경박람회를 내려놓은 것이다. 그동안 조경박람회는 본회를 대변하는 대표 브랜드였다. 하지만 본회 단독의 박람회 운영보다는 범 조경계가 함께 동참하는 박람회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그동안 오랫동안 매달려왔던 구성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또한 외적 성장으로 발생한 구조적 모순 및 부실한 조직을 정비하고 내적 성숙이라는 과제를 해결하는 것을 조직 개편의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삼았다.

‘정원’이라는 시대적 트렌드를 효율적으로 선도하기 위해 정원문화연구소를 새로 신설했다. 또 조경진흥법 공포에 따른 후속조치인 시행령과 규칙 마련을 위한 조직구성 및 낙후된 교육분야의 제도적 개선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회원관리에 중점을 둔 조직이 되도록 했다.

- 임기 내 역점사업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조경알리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경이 국민에게 어떤 일을 하는지, 조경을 통해 국민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널리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얼마 전 ‘서울역 고가도로 활용에 관한 전문가 토론회’가 주민 반대로 인해 무산된 적이 있다. 안타깝다. 좋은 것을 만드는데 상대방은 이것이 좋은 건지 모르는 것이다. 이제는 지속적인 공원조성과 함께 우리가 살고 있는 작은 삶의 공간에 대한 직접적인 녹색작업들을 통해 조경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어야 할 때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며,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공감이 우선돼야 한다. 공감이 되지 않으면 소통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동안 건설시장은 관급, 공공중심의 사업이었다. 이제부터는 민간, 개인중심의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조경을 대중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아이템은 ‘정원’이다. 

우리는 도서관을 찾아가듯이 공원도 일부러 찾아간다. 아직은 공원이 삶의 일부가 아닌 것이다. 조경이 만든 공간이 삶의 일부분이 될 때 새로운 수요가 나오는 거다. 차 마시러 카페에 갔는데 정원이 있고, 병원에 갔는데 정원이 있고, 직장에 갔더니 정원이 있어야 한다.
그 수요는 기존에 있던 공원이나 택지개발처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매우 자생적이고 작지만 많게 될 것이다. 또한 사람이 사는 동안 필요한 것이기에 계속 진화할 것이다.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마을정원사 학교’를 조경사회와 함께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정원은 시시각각으로 변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곳이다. 때문에 주민들을 마을 정원사로 양성시켜야하고, 자체적으로 가꾸어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사업을 먼저 만들고 그것을 유지관리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주민들에게 계속 가르쳐준다면 이와 관련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을 마쳤는데도 정원이 없으면 답답할 거 아니겠는가. 그러면 자투리 공간에 정원을 만들게 될 것이고, 그러한 문화가 퍼지면 지자체에서는 사업을 계속 지원해 주게 될 것이다.

- 해외진출 관련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계획은.

지금까지의 해외 진출은 방법론이 잘못됐다고 본다. 그동안은 설계가 먼저 나가려고 했다. 설계는 정신적인 것이다 보니 문화적, 언어적인 장벽 때문에 어려웠다.

한편 우리나라 자재들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와있다. 자재를 먼저 내세워야 한다. 자재가 해외로 나가게 되면 설계가 뒤따라 나갈 수 있다. 자재를 기반으로 한 특화설계를 하다보면 전체 본 설계를 따올 수 있다.

또한 조경사회가 앞장서서 해외진출의 전진기지가 되겠다. 회사별로 해외진출 관련한 아이템들을 모아서 종합 카탈로그를 만드는 등 판촉 및 인프라 구축에 힘쓰겠다.

- ‘조경진흥법’ 하위 법령 마련에 조경사회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조경이 학문으로 기틀을 잡은 지 40여년만에 부족하지만 조경을 정의하는 최초의 법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조경인 모두가 기뻐하고 있다. 흔히 집없는 설움은 없는 자만이 안다고 그동안 조경인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제 관보에 법이 공포돼 1년 후인 내년 초에는 법이 시행되기에 조경계는 하위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대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조경사회도 그동안 조경진흥법의 산파역할을 해온 진승범 수석부회장이 이 업무의 총괄책임자를 맡아 진행해 갈 것이며 별도로 본회의 법제분야에서도 설계대가나 전문교육기관 설립 등 다양한 후속 조치들에 대한 준비를 마련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진흥법만으로는 조경인이 바라는 많은 일들이 이루어질 수 없는 매우 상징적 수준의 법이기에 앞으로 관련 분야와 상호 의견을 개진하며 건설분야발전과 녹색복지시대에 걸 맞는 법으로 틀을 갖춰나가기를 바란다.

- 최근 인접 분야와의 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다. 조경업계의 대응은.

어느 분야도 혼자서는 갈 수 없는 시대이다. 조경은 그 자체가 종합학문이기에 다른 분야와의 상생과 조화는 매우 근본적 자세라 본다. 최근 들어 산림청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과제로서 조경인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죽은 것 밖에 없다는 말이 있듯이 산림청의 변화는 그들의 당연한 논리라 볼 수 있다. 

조경업과 매우 밀접한 업무에 대한 문제이다 보니 많은 충돌과 협의가 있어 온 것도 사실이지만 기본적인 차기 조경사회의 입장은 산림청과의 상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경만의 것이나 산림청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 되기 위한 자세로 상호 존중하고 경청하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길 바라며 조만간 산림청을 방문해 많은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같은 건설분야에도 건의 할 일이 많다. 예를 들어 현재 조경인을 위한 교육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정기적인 보수교육을 위해서 전혀 조경과 상관없는 분야의 교육을 받는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교육과정을 이수했는데도 해당분야의 기술등급을 유지해주는 국가도 우리나라 밖에는 없을 것이다.

-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고 있다. 조경인의 역할이 있다면.

조경은 건설분야에 속해 있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비교적 소프트한 분야로 생각된다. 물론 유일하게 살아있는 생물을 다루는 것도 다른 분야와 다르며, 가족으로 따져보면 집안을 밝게 만드는 막내로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래서 조경은 규모가 작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생명줄 같은 분야이기도 하다. 대기 중의 공기처럼 가볍고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없으면 삶의 근간이 흔들리듯이 조경이 없는 도시와 우리의 삶은 어느 누구나 생각할 수 없다고 공감할 것이다. 이처럼 조경은 규모에 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야임에도 막내로서의 불이익을 항상 감수해야 하기에 가족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바야흐로 복지시대의 도래로 건설분야가 직격탄을 맞았지만 진정한 복지는 녹색복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다양한 개별혜택이 돌아간다고 해도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나 삶의 공간이 황폐해 진다면 과연 복지국가가 될 수 있을까? 인간의 생존을 위해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대체하는 나무가 없으면 안 되듯이 조경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필수분야라는 것에 대한 보다 강력한 사회적 공감이 이루어지기 바란다.

_ 주선영 기자  ·  한국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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