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어린이 조경교육, 작지만 큰 ‘첫걸음’

서울시-환경조경나눔연구원 '어린이 조경학교'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5-01-23


“미끄럼틀을 높게 만들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어린이놀이터는 만드는데 얼마나 걸리나요?”


어린이의 눈이 반짝였다. 궁금한 것도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어린이 조경학교’에 참가한 초등학교 4, 5, 6학년생들이다. 단어가 낯설었을 뿐, ‘조경’은 어린이들에게 이미 익숙한 대상이었다.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시작된 어린이 조경학교가 1월 20일(화) 4주과정을 끝냈다. 24일 수료식이 남아있지만 공식적인 교육과정을 모두 마친 셈이다.


서울시(동부공원녹지사업소)와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이 첫 시도한 ‘어린이 조경학교’는 자라나는 꿈나무에게 조경의 저변을 넓히고, 문화를 확산시키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어린이 조경교육 프로그램이다.




보라매공원 커뮤니티센터를 기점으로 한 시간의 전문가 강연과 두 시간의 실습으로 4회에 걸쳐 진행됐다. 주신하 교수(서울여대)가 교장선생님이 되어 교육 전반을 지도했다. 

 

4주 교육은 입학식과 조경소개(주신하 교수)를 시작으로, 꽃과 나무(정욱주 서울대 교수), 어린이놀이터(김아연 서울시립대 교수), 공원(박해룡 제일모직(주) 책임)에 대한 전문가 강연으로 채웠다. 서울시 동부공원녹지사업소(소장 이춘희)의 전폭적인 지원과 보조교사로 참여한 조경학과 학생(서울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의 헌신적인 자원봉사가 교육의 활기를 불어넣었다.


어린이 조경학교의 진가는 실습교육에서 드러났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은 아이들은 모둠별로  찰흙과 수수깡, 종이뭉치로 나무와 놀이터를 만들었다. 그것을 한데 묶어 새로운 공원을 만들기도 했다. 어린이들은 조경가가 되어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고, 자신이 생활하는 주변 환경을 떠올렸다. 사람뿐 아니라 장소와도 소통을 시작했다.


“저 돌의자 속에는 난방장치가 있어 겨울에 따뜻하다.”는 어린이 조경가의 설명처럼 일상의 불편 속에서 발견한 장치도 아이들 작품 속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윤세형 과장(공원여가과)은 “독일에서는 놀이터 위원회를 운영하는데, 이들은 학교를 찾아가 어린이가 좋아하는 놀이터를 직접 묻고, 조성에 반영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 안에는 전문가들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기발한 아이디어도 있다고. 즉 공원을 이용하는 하나의 주체로서 어린이를 인식해야 하고, 그러한 차원에서 조경을 알리는 ‘어린이 조경학교’의 시작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신하 교수는 “조경 저변을 확대하고, 진로탐색의 범위를 넓힌다는 점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 역시 공원조성과 프로그램에 반영시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어린이의 참여는 결국 학부모와 할머니, 할아버지의 관심으로 연결된다."는 이춘희 소장의 말은 조경 대중화로 가는 길과도 다르지 않아 보였다. 조경박람회에서 활기넘치던 그 어린이들이 떠올랐다.


[인터뷰 ] 윤세형 공원여가과장(서울시 동부공원녹지사업소)




<어린이 조경학교> 시작배경은?

베를린에서 행정인턴으로 활동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곳엔 놀이터 위원회가 있어요. 놀이터 하나를 만들어도 위원회로 학부모, 조경가, 지역주민, 공무원, 건축가가 참여했습니다. ‘해외 여행을 갔더니 이런 놀이터가 있었고, 이런 유형의 놀이터는 위험하지 않느냐’는 내용으로 자유롭게 토론했죠.


한번은 이들 위원들이 학교를 찾아가, 어린이에게 어떤 놀이터를 많이 이용하는지 물어보았는데,  ‘이 놀이터가 왜 매력적이고, 그렇지 않은지’ 설명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잖아요? 위원들은 어린이에게 다양한 재료를 주고, 놀고 싶은 놀이터를 만들어 보라고 했고, 그것을 어린이공원에 반영시키고자 했었습니다. 당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조경교육을 언젠가 하겠노라고 생각했죠.


그러던 중 지난 해 가을, 임승빈 원장님(환경조경나눔연구원)과 대화할 기회가 생겼고, 서로 뜻이 맞아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독일에서의 경험에 더하여, 주신하, 정욱주 교수님께서는 생각을 풍성하게 해주셨죠. 보조강사로 활동한 대학(원)생도 열정적이었습니다. 수업이 끝나도 다음 강의에서 실습할 프로그램을 시뮬레이션하며, 어린이에 맞는 학습방법을 같이 고민했습니다.

 

이러한 하나하나의 노력들이 ‘어린이 조경학교’가 성공적인 첫걸음을 내딛는 힘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힘을 보탠 저 역시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교육에서 마침표를 찍는게 아니라 피드백을 통해 공원에 적용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지속성을 갖고 2회, 3회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죠.


공원여가과의 첫 번째 사업인데?

새로운 공원을 만들 자리가 줄고 있습니다. 관리도 기본적인 업무에 편중돼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공원여가과가 신설된 배경엔 ‘이미 만들어진 공원을 시민들이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깃들어 있습니다. 시민에게 사랑받는 공원을 만들기 위한 실질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봅니다.


북미지역도 공원녹지관련 부서명이 ‘Parks And Recreation'이에요. 전세계적으로도 여가에 대한 관심과 중요도가 높다는 반증입니다. 서울시가 먼저 여가라는 섹터를 도입한다는 점 역시 공원행정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보라매공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겨울아 공원에서 놀자’란 것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 속에는 보물찾기, 전래놀이 등 체험프로그램이 담겨있죠.
매일 찾는 공원이더라도 그냥 보고 지나가기 마련인데, ‘공원 속 보물찾기’를 통해 장소 구석구석을 찾으며, 요소요소를 느낄 수 있도록 안배했습니다.
공원에 온 자신 스스로 특별한 사람이라고 느끼고, 보래매공원을 더 찾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전래놀이 왕을 찾아라’도 호응이 좋아요. 긴줄넘기 대왕, 비석치기 대왕, 보라매공원 딱지왕 등을 선발해 상장을 줍니다. 공원을 찾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또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신나는 겨울숲 놀이캠프도 2월말까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마다 운영되고 있는데, 숲에서 놀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올해는 작은공원도 시민들이 즐겁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할 방침입니다. 학기 중에는 어르신을 위한 건강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고요.

특히 올해는 서울숲이 개원된지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공원여가과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뜻깊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나온 길을 회고하는 그런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조경인에게

공원여가과가 생겼지만 아직 모르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앞으로는 많은 조경인들이 공원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공원문화 확산 위한  뜻도 모아주시길 당부합니다. 이제 조경분야도 소프트웨어로 영역을 넓혀야 합니다. 대학에서도 지금보다 이러한 점에 중점을 두고 교과목을 구성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터뷰②] 주신하 서울여대 교수(어린이 조경학교 교장)



교육 프로그램, 처음이라 고민도 많았을 것 같다.

겨울방학을 이용한 프로그램이다보니, 야외학습이 어려웠습니다. 이런 전제아래 어린이가 쉽고 편안히 다가갈 수 있는 친숙한 소재를 대상으로 강의와 실습을 병행하게 되었습니다.


실습재료 역시 전공자가 다루는 것은 아이들에게 어렵다고 생각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친숙한 것들을 구했죠. 교육을 하기 전에는 보조교사들이 이러한 재료를 갖고 미리 만들어보며, 수준에 맞는 학습이 되도록 했습니다. 


강사분들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려고 노력해 주셨죠. 하지만 우리 어린이들이 조경에서 만드는 대상에 대해 이미 많은 부분을 알고 있더군요. 꽃이름도 다양하게 숙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업을 진행하고 아이들을 이해시키는데 어려움 없이 매끄럽게 연결지을 수 있었죠.


어린이 조경학교의 의미를 짚어본다면?

어린 세대들이 앞으로 조경을 공부하거나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하나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실 조경이라는 것은 인식하지 못할뿐이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상입니다. ‘이것이 조경이다’라고 알리는 것, 결국 조경의 저변을 넓힌다는 점에서 조경학교는 어린이에게 중요한 경험을 제공해 주는 것이지요.


막상 교육을 시작하고 보니, 어린이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주위에 익숙한 꽃과, 공원, 놀이시설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겨울에 진행한 프로그램이다보니, 다양한 야외학습을 진행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더군요. 이러한 것들을 보완하고 개선시켜 나가면서,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회로 끝나선 안되겠죠. 


조경인에게
조경에 대한 시민인식이 부족하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그래서 대중에게 조경을 알리려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시민조경아카데미 운영에 참여하면서 ‘어쩌면 아직 적극적으로 조경을 알릴 기회가 적지 않았는지’란 생각도 들더군요. 이제 조경인들도 시야를 넓혀, 조경을 일반인에게 알리는 많은 기회를 만들고,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글·동영상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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