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제정원축제, 조경가 김기한ㆍ오펠리 부베

‘축제동안 꽃들이 수 놓으며 펼쳐놓은 직물을 완성한다’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5-01-25
지난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유승종 대표와 권병준 작가의 ‘Cone Garden(복실이)’에 이어 올해도 한국인의 작품을 캐나다 국제정원축제(International Garden Festival)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전 세계 309개 작품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 한국 조경가 김기한 씨와 프랑스 조경가 오펠리 부베(Ophélie Bouvet) 씨의 작품은 세계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오는 6월, 실제 구현된 정원을 만나기에 앞서 두 사람의 만남에서부터 작품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조경가 Ophélie Bouvet, 김기한

두 분의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는 각각 프랑스 베르사유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학교를 졸업한 후 현재는 파리에서 조경건축가로서 실무를 하고 있습니다.

두 분의 첫 만남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바르셀로나가 저희가 처음 만난 곳입니다. 벌써 4년 전이군요. 오펠리는 당시 교환학생으로 제가 수학하던 학교에 있었는데, 이후를 계기로 현재까지도 계속 함께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나라 사람이기 때문에 각자 조경, 정원에 대한 시각차이가 있었을 텐데, 어떤가요? 
각자의 취향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지만, 굳이 다른 문화권이라서 오는 시각 차이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조경이나 환경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접근방식이 유사하기에 이번 공모전도 함께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오펠리의 경우, 역시 프랑스 조경가답게 어느 프로젝트를 접근하든 미적인 부분을 강조합니다. 대지에 대한 아주 밀도 있는 분석과 함께 자신만의 결론 및 해석을 풍부한 시각적 도구로 표현한다는 점이 인상적이고요. 이런 부분은 확실히 프로젝트 전반을 이끌어가는 힘이 됨과 동시에 실제 환경과 맥락을 이해하는 중요한 토대가 되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 이전 건축을 먼저 전공해서인지 디자인, 즉 형태 및 공간에 많이 집중을 하는 편입니다. 작업 대부분은 직관이나 감각에 의해 결정하는 편이고 결과물 자체는 심플하면서 추상적으로 표현됩니다. 특히, 아이디어 도출 과정에서는 건축을 배울 때 즐겨하던 모형이나 이미지 작업을 지금까지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실무에서 여전히 하고 있고요. 모형은 물리적 실제의 재현이라는 측면에선 아주 적합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팀명이 ‘ok’인데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o.k라는 이름은 저희 이름의 알파벳 첫 글자를 뜻하고, 공모전 마감과 동시 만든 것이라 큰 의미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냥 오펠리 부베와 기한 김이라 불러주시면 좋겠네요. 

메티스가든 페스티벌에는 어떻게 참가하게 되신 건가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오펠리가 스코틀랜드 에딘버그에서 교환학생으로 있던 시절, 메티스 가든 공모전이 가진 인지도는 대단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학생 대부분이 축제 기간을 인지하고 있고 그 중 상당수가 참여의 기회를 노리곤 했었죠. 물론 프랑스에선 쇼몽정원 축제에 밀려 인지도가 다소 덜합니다만...

저희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는 아무래도 페스티벌이 가진 성격이지 않을까요? 당선작으로 선정된 정원은 중간발표나 검토 과정 없이 6개월 안에 지어집니다. 그리고 해마다의 3개월간의 전시가 이어지죠. 이런 것은 한철 정원(ephemeral garden)이라는 성격이기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페스티벌에서 요구하는 정원은 예술과 정원의 경계에 있습니다. 참가자들 개개인이 자신의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정원이라는 형태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공유하는 자리라고 볼 수 있죠. 페스티벌이 가진 국제적 인지도는 저희의 아이디어를 알릴 수 있는 훌륭한 기회이기도 하고요. 이러한 점들은 저희 같은 젊은 조경가에게는 충분한 참여 동기가 됩니다. 

해먹에서 작품을 착안했다고 하셨는데, 아이디어를 얻게 된 동기와 작품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여행 중이었습니다. 들판 한 가운데 하얀 그물침대가 있더라고요. 야생화들이 그물망 위를 수놓고 있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었죠, 어쩌면 이런 자연현상만으로도 정원을 디자인 할 수 있겠다, 라고. 그래서 이번 공모전 통해 발견한 자연현상을 디자인적으로 발전시켜보기로 한 겁니다. 

작품은 우선 꽃과 줄기의 경계라고 볼 수 있는 꽃봉오리 높이에 10미터 가량의 긴 실들을 촘촘하게 얹어 놓듯 설치를 합니다. 마치 거대한 천이 되기 전 직조과정의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이것은 작품의 주요 개념은 꽃이 피고 지는 개화기 즉, ‘페스티벌 기간 동안 꽃들이 수를 놓으며 펼쳐놓은 직물을 완성한다’라는 은유적인 표현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꽃들은 푸른 직방체 형태의 백색 캔버스 위로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는 스토리입니다. 

앞으로 실제 정원을 시공해야 하실 텐데, 시공에 있어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설치되는 표면의 높이입니다. 심는 꽃들의 높이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변수는 지역 토질과 환경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다르고 아무래도 꽃이 자라나는 첫 해기 때문에 평균보다 높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높이 설정과 함께, ‘언제가 개화기의 절정이 될 것인가’ 등의 이슈를 가지고 지역 전문가들과 계속 상의 중에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실이 가지는 응력입니다. 사용하게 될 줄은 재질에 따라 하중과 늘어남의 정도가 다양합니다. 이때 받쳐주는 구조의 역할이 중요한데요. 현재는 여러 안이 오가는 중입니다. 다행히 페스티벌 운영팀의 적극적 참여 덕분에 이미 많은 진전을 한 상황입니다. 

작품설계당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아이디어가 실제로 어떻게 기능할지 확인하기 위해, 작업 중간에 1:10 스터디 모형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공원에 가져가 잔디 위에 올려놓았는데 실제 잔디는 너무 낮아 모형작업은 결국 큰 성과 없이 끝나게 된 적이 있었죠.  

쇼가든과 일반 정원의 차이점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세요.
한철정원(ephemeral garden)을 말씀하시는 듯 한데요. 메티스 가든의 경우, 3개월간의 전시를 목적으로 하는 정원이기 때문에 개념부터 완공, 전시까지 단기간에 아주 꽉 찬 일정으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모든 결과들을 사전 계획단계에서 결정을 해야만 합니다. 당연히 꽃이 피는 시기나 식재들의 성장속도 등은 중요한 변수가 되지요. 방문객이 찾아왔을 때 정원은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 있어야하고, 하고자하는 메시지가 쉽고 정확히 전달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마도 이런 점이 일반 정원과의 차이가 아닐까요. 

앞으로 두 분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우선은 당선안을 잘 구현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좋은 기회이니 만큼 잘 마무리해서, 다음 작업을 위한 밑거름이 되도록 해야죠. 현재는 다음 프로젝트를 정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다음에 좋은 결과가 생기면 라펜트와의 인터뷰 또 한 번 기대하겠습니다.


Carré bleu sur fond blanc - 김기한, Ophélie Bouvet

조경가 김기한과 오펠리 부베 씨의 작품 ‘Carré bleu sur fond blanc’는 오는 6월 26일부터 9월 27일까지 캐나다 Jardins de Métis / Reford Gardens(메티스 / 레포드 가든)에서 실제로 만나볼 수 있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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