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예술이 '정원'을 통해 드러나다

[인터뷰] 황지해 광주봄꽃박람회 설계감독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5-03-30

27일(금) 광주가 떠들썩했다. '2015 광주봄꽃박람회'의 개막과 함께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번 박람회는 예년과 달리 '정원'이 테마다. 여러 이야기가 담긴 정원들이 한 데 모였다.


그 여러 줄기의 이야기를 하나의 줄기로 엮은 이가 바로 황지해 작가다. 광주의 지도를 엎어 또 하나의 작은 광주를 만들어낸 그녀는 봄꽃박람회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일까?


지금부터 황지해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황지해 작가


‘광주봄꽃박람회’ 설계감독을 맡게 되셨습니다. 광주와는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고향이 광주예요. 저를 길러준 고향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다면 환원하는 차원에서 국내 박람회 전시의 첫 시작을 광주에서 하고 싶었어요. 저는 광주에서 자라면서 받은 것이 너무나도 많아요. 특히 해외에서 전시할 당시, 정말 힘들었어요. 그때 광주에서 메세나* 운동을 통해 지역의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협조를 해줬어요. 광주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날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베이스를 만들어 주신 것 같아 광주의 일에 함께 참여하고 싶었어요.

 

*메세나(mecenat) : 기업들이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총칭

 

‘광주 6:30 저잣거리’라는 주제가 독특해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살다보니 놓치고 있는 부분이 참 많은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이야기 보다는 우리의 삶 자체를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우리의 삶 자체가 예술이잖아요. 밥 때가 되면 밥을 먹고, 아이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엄마는 가족을 위한 저녁준비를 하는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어요.

 

6시 30분은 사진작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라고 해요. ‘매직아워’라고 불리죠. 그 시간대는 낮과 밤이 만나는 시간이에요. 그 경계에서 모든 사물의 본질이 제대로 보이는 것 같아요. 이 시간대가 가진 이야기들이 참 많아요. 퇴근길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즐거운 시간이기도 하고요.

 

전시에 있어서 어떤 부분에 특별히 신경을 쓰셨나요?

 

쇼가든을 선정하는데 있어서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장르의 구분 없이 어떻게 하면 다각도에서 정원이라는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꽃이나 나무가 정원을 만들어요. 꽃을 기르는 농가의 농민들과 정원을 만드는 가드너들의 손길이 있어야하죠. 꽃 한 송이를 만들어내는데 만 번은 생각하고, 만 번의 손길이 가요. 농가 농민들과 가드너들의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하면 정원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가장 중점적으로 고민했어요. ‘노동의 가치를 정원예술로 승화시켜보자’ 이것이 내면의 이야기에요. 그래서 자세히 보면 ‘정원사의 하루’나 ‘도공의 하루’ 등 많은 이야기도 담겨있어요.

 

특히 ‘어느 도공의 하루’가 제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해줘요. 저는 세상의 모든 일이 창작이라고 생각해요. 그중 도공은 날아다니는 생각을 잡는 사람들이죠. 묵언으로 묵묵히 식물이 살 수 있는 화기를 만들고 때로는 우리가 마실 수 있는 다기를 만들어요. 이런 모습 속에서 스스로 고민하고, 작업에 대해 성찰하며 창작에 대한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생각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설득력 있는 매개체가 도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조형예술이나 뜨개질, 식물연구, 드라이플라워, 영상예술, 벽화예술 등 다양한 예술이 ‘정원’을 통해 드러나요. 또한 꽃을 잘 만들어내는 지역농가 예술가와 지역작가 함께 만든 정원들도 탄생했고요.




작가님 정원 중 ‘빈터가든’의 플랜트박스가 독특해요.

 

평소 ‘정크아트’를 좋아하고 많이 작업을 해왔어요. 정크아트에 사용되는 산업폐기물들은 급변하는 것들을 상징하죠. 이런 급변하는 것들과 자연은 동색이 될 수 없어요. 절대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는 급변하면서도 자연을 이야기하죠. 잃어버린 가치, 아날로그적인 삶속에서 주어졌던 낭만과 진심, 삶의 쉼이 되었던 것들을 어떻게 하면 영리하게 잘 짚어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은 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예술가들이 하고 있는 고민이죠. 저는 급변하는 것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그게 우리가 버린 폐자재나 산업폐기물들이고, 그것이 정크아트가 된거죠.

 

‘빈터가든’에 대한 이야기도 부탁드려요.

 

‘빈터가든’은 어렸을 때의 기억을 담고 있어요. 친했던 친구가 전학을 가고 사람 없는 집만 덩그러니 남았었어요. 그 집에는 수수꽃다리와 모란이 있었어요. 그 뒤부터 그 친구를 떠올리면 그 친구의 이름 대신 수수꽃다리 향기와 모란의 이미지가 떠올라요. 자연물들은 사는 사람들을 대변해주는 하나의 매개체인가봐요. 그 친구의 영상이 너무 강해서 언젠가는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빈터가든


작업을 진행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김대중컨벤션센터는 천장이 너무 높아 정원을 감상하기에는 편안한 느낌이 없어요. ‘어떻게 하면 하늘을 갖다 붙일까?’에 대해 생각하다 가로등을 떠올렸어요. 가로등을 통해 하늘에 경계가 생긴 거죠. 가로등 아래에서의 이야기들이 참 많아요. 서민들의 이야기가 가장 많은 공간인 것 같기도 해요.

 

10m가 넘는 은사시나무나 커다란 조형물, 가로등, 전봇대는 실내 설치에 참 부담스러운 재료들이예요. 그래서 그런지 가로등이 세 번이나 쓰러졌어요. 정말 대형사고 날 뻔 했죠.

 

가로등을 세우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지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고정을 할 수가 없어 기술적인 노하우가 절실했죠. 결국 와이어로 매달아 안전하게 설치했어요.

 

항상 새로운 공간에서는 많이 배우게 되요. 가로등사건을 비롯해 광주꽃박람회는 실내정원에서의 기술적인 노하우를 축적하는 시간이었어요. 많은 입점자와 다양한 아이템들을 핸들링하는 데 있어서도 여러 가지를 배웠죠.


작가님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요.

 

영국 런던의 킹스턴 시와 교부단체, 문화기획자들과 함께 킹스턴에 한국정원을 조성하는 과정 중에 광주 봄꽃박람회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한국에 들어왔어요. 박람회가 끝나면 4월 중에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서 한국정원 조성에 관한 일을 진행해야죠. 현재는 펀딩 중에 있고, 영국에서 파운드가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갈 길이 멀지만 ‘한국정원’을 2016년에 가장 먼저 첼시에 선보인 후 영구보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가로등


'어느 정원사의 하루'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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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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