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전통조경학회 안계복 회장

[인터뷰] “전통조경학회, 조경학회와 '정원전문가교육' 추진”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5-04-06

안계복 (사)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

임기 내 역점사업은?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법 체계에 따르면 문화재수리조경기술자가 전통조경설계와 감리를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발주 또한 보수나 단청분야로 포함되어 발주되기 때문에 부실시공의 위험성이 높다.

아울러 문화재수리조경기술자는 시험이 매우 어려운데 반해 기술사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는 기술사와 기사의 중간단계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이처럼 문화재수리조경기술자의 모호한 위상을 기술사급으로 격상시켜 타 분야와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작년 한 해 동안 학회 내 설치되어 있는 문화재관련법 제도개선위원회에서는 이 법을 개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법 개정에 관여하는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개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다.

또한 학회에서는 전통조경에 관한 이론 서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 개최된 ‘이사회와 정기총회’에서 집필진을 새롭게 구성했다. 「전통조경계획 및 설계」와 「전통조경시공 및 관리」라는 두 서적을 올해 안에 발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화재수리기술자 분야는 조경, 보수, 단청, 실측설계, 보존과학, 식물보호 6개로 나뉜다. 현행 법체계에 따르면 조경은 공통과목인 ‘문화재관련법령, 한국사’와 전공과목인 ‘조경사, 조경설계 및 시공, 전통조경’ 5개 과목을 치르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전공과목 가운데 두 과목을 빼고 그 대신에  「전통조경계획 및 설계」와 「전통조경시공 및 관리」 과목을 포함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전통정원 원형경관복원에 관한 연구와 세미나가 활발했다.

전통정원의 원형경관복원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진정성과 완전성이라는 등재요건이 있다. 이 진정성과 완전성을 회복하는 일이 바로 원형경관복원이고 이것이 한국전통정원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길이다.

예를 들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불국사와 창덕궁이 있다. 진정성과 완전성 측면에서 보면 할 일이 너무 많다. 불국사는 일제강점기와 1970년대 원형경관복원이라는 의식이 없이 ‘복원·정화사업’이라는 명목 하에 일반 공원을 조경하는 방식으로 복원했다. 그러니 일본식의 연못을 조성했고, 식재는 사찰조경과 전혀 맞지 않도록 식재했으며, 구품연지는 땅속에서 잠을 자고 있고, 복원한 회랑에는 벽체가 있는 방식으로 복원이 되었다.

이번에 새롭게 찾아낸 일제강점기 때의 사진을 보면 불국사 회랑에 벽체가 없었다. 회랑에 벽체가 없어 경관이 통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 불국사의 원형경관이다. 그래야만 구품연지가 영지(影池)가 될 수 있다. 현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불국사 경관의 진정성과 완전성에 큰 문제점이 있다.

창덕궁 경관의 진정성과 완전성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관계부처는 일제강점기 때 훼손된 원형경관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 왔다. 그러나 진정성과 완전성이라는 측면에서 창덕궁의 경관을 연구해 보면 아직도 해야 할 많은 일들이 남아 있다. 그래서 창덕궁은 ‘동궐도’를 밑바탕으로 원형경관을 복원해야 한다. 창덕궁에 가정당이라는 건물이 있는데, 일제강점기 때 덕수궁에서 뜯어다가 창덕궁에 지은 것이다. 이런 건물도 자기 자리로 돌아가야만 진정성 있는 세계문화유산이 된다.

최근 일제강점기 때 궁궐정원에 놓였던 많은 괴석들을 일본인들의 마음대로 옮겨다 자신의 정원을 꾸미는데 사용되었던 사진이 발견됐다. 창덕궁에 있는 많은 괴석들도 일제강점기 때 마음대로 옮겨졌는데 아직 원래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은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의 진정성에 큰 문제점이다.

전통조경학회의 존립가치는 한국전통정원의 정체성에 어긋나기 것들을 바로잡도록 노력하는데 있다. 학회는 정체성, 진정성, 완전성에 어긋나는 것들을 바로잡기 위한 학술연구와 연구프로젝트를 계속해 나가야만 한다. 학회는 각종 학술회의와 세미나를 통해 관계부서가 진성성과 완전성 복원에 관심을 두도록 계속 피력해야 한다. 이 일이 이루어져야만 국민들은 진정한 불국사 경관과, 진정한 창덕궁 후원의 경관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잘못되어 있는 경관이 마치 우리 것인 양 보여 지는 것은 아주 큰 문제이다. 세계문화유산인 궁궐의 후원이라면 제왕들의 문화 활동까지 복원되어야만 진정한 원형경관을 복원하는 것이 될 것이다. 

올해 추진될 연구대상은?

현재 국가는 신라왕경에 많은 관심을 두고 예산도 많이 집행하고 있다. 전통조경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신라왕경, 백제왕경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경복궁 복원사업도 고건축물 위주로 복원하고 있는데 원형경관복원 쪽으로 복원사업을 추진해야한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은 한국 사람들은 모래알처럼 단결력이 없고, 역사는 자주성 없이 전부 중국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앞으로 내세웠다. 예를 들면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 학자들은 동궁월지(안압지)를 문무대왕이 조영한 삼국사기의 기록은 뒤도 숨기고 중국의 영향을 받아 조영했다는 무산십이봉설만 앞으로 내세워 주장했다. 이것이 교묘하고 무서운 식민주의사관이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은 종묘의 지맥을 도로를 낸다는 핑계로 잘랐으며, 경복궁도 박람회장 만든다는 핑계로 건물들을 뜯어가게 하는 등 정체성을 없애고 자주적인 생각을 말살시키는 정책을 썼다.

신라왕경도 마찬가지다. 왕궁 한복판을 관통하는 도로와 철도를 개설해 왕궁경관을 부수어 버렸다. 그 영향으로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신라의 왕성과 왕궁이 어디 있었는지 찾아 헤매고 있었다. 현재 철도는 철거계획이 수립되었지만 월성과 동궁 사이에 개설된 도로를 지하화 시키는 계획은 없다. 지난 3월 6일 경주시청에서 개최된 신라왕경 자문회의에서 이것을 건의했다. 일제강점기 때 개설된 도로를 지하화 시켜 신라왕궁 경관을 회복해야 한다는 건의를 했다. 

신라왕경 복원사업이 경복궁처럼 고건축물 위주로 복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관련분야와 공동으로 연구도 많이 하고 심포지엄에서 활발한 토론을 해야 한다. 그래야 왕경 복원이 제대로 될 것이다.


산림청의 정원과 문화재청의 정원이 다르다. 전통정원의 정책적 방향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문화재청은 문화재청의 일이고, 산림청은 산림청의 일이라고 본다. 산림청의 법에서 전통조경이 빠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통정원이 그 범주 안에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원형경관을 찾아 복원정비하고 보존하는 것은 문화재청에서 할 일이고, 이것을 산업화시키고 세계화시키는 것은 산림청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전통조경의 계승과 현대적 해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학회측면에서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요즘은 융복합 시대이다. 우리의 다음세대가 정원을 만들었을 때 어떻게 만들 것이냐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전통조경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씨앗들 가운데 그 중 하나를 심어서 꽃을 피우면 그것이 전통정원의 맥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전통정원은 방지원도가 모두인 것처럼 고착되어 있는 것이 무척 아쉽다. 아직도 해외에 한국의 전통정원을 만들 때 방지원도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K-팝’ 모양으로 ‘K-가든’을 만들려면 과감히 이 사고방식의 틀을 깨야 한다. 한국정원에는 방지원도 뿐만 아니라 주어진 자연조건을 살려서 여러 가지로 표현하는 설계기법들이 많이 있다.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우리가 일본에 우리의 정원 만드는 방법을 전해줬는데 일본은 그것을 가지고 세계화 시켰다. 우리도 그 정원을 가지고 다시 한 번 꽃 피울 수 있고 생각한다. 이것은 미래 세대의 무궁한 아이디어와 경쟁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자면 궁궐에서 노란색이라는 씨앗을 하나를 가져다 확장·발전시킬 수 있다. 이것이 한국정원산업을 키우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그 일에 아낌없는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한국조경학회와 (사)한국전통조경학회가 함께 ‘정원 전문가 양성과정’을 만드는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범사업으로 정원의 이론과 디자인, 전통조경 등 정원에 관한 심도 있는 교육을 하려는 것이다. 전문가과정이기 때문에 적어도 조경을 4년 이상 공부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고, 1년 동안 공부하게 될 것이다. 양 학회에서 대표자가 선정됐고, 후원자도 생겼다.


(사)한국조경학회ㆍ(사)한국전통조경학회 2015 공동총회 및 춘계학술대회

지난 3월, (사)한국조경학회와 공동총회를 개최했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국에 조경이라는 학문이 들어오고 맨 처음에는 한국조경학회 뿐이었다. 여기서 더 발전하기 위해 한국정원학회(전통조경학회의 전신)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그 이후에 여러 학회가 많이 생겼으며 작년에도 새로운 학회가 생겼다. 조경단체는 핵분열처럼 계속 분열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하나로 뭉칠 때가 되었다. 학문도 융복합으로 뭉쳐지고 있는 이 때, 계속 분열한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지난해 건축법 개정으로 서명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실제 참여하는 인원은 너무 적었다. 각 단체가 흩어져있어 소식이 느린 탓도 있다. 만약 한 단체로 되어있었다면 대응하기도 빨랐을 것이고 효과도 더욱 컸을 것이다. 

이번에 조경학회와 공동총회를 개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뭉쳐지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의미에서 제일 처음 분열되었던 조경학회와 전통조경학회가 함께 총회를 열었다. 두 학회가 공동으로 일을 해나가다 보면 합치자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그러다보면 뭉칠 수 있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수많은 조경단체들을 하나로 뭉치기 위해서는 형이 조금 양보하고, 아우가 조금만 더 생각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조경인들에게 한 마디.
일제 식민사관처럼 한국인은 모래알 백성이 아니다.
눈송이 뭉치듯이 뭉치고 뭉치고 또 뭉치자.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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