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철 부산시 푸른도시가꾸기사업 소장

[인터뷰] "도시재생 주축은 공원과 녹지여야 한다"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5-05-20

올해 부산시는 공원녹지 941억, 산림녹지 463억을 예산으로 각각 책정했다. 2000년 이전까지 순수 녹화 예산규모가 50억원 미만이었음을 생각한다면, 상전벽해라 불리울만 하다.


여운철 부산시 푸른도시가꾸기사업 소장. 부산시 공원과 녹지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1988년 공직에 입문한 그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월드컵을 기점으로 본격화된 푸른 부산만들기를 촉발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후 부산시 녹지예산도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한번 마음먹은 일은 끝을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강직함과 국민소득 3만불 시대 이후까지 생각하는 통찰력과 유연함까지 두루 갖춘 리더로서 그는, 하나의 나무를 심더라도 혼까지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는 천생 조경인이다.



공직에 어떻게 입문하게 되었는가?
고등학생 시절부터 조경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창원에서 사업을 구상하기도 했었지만, 고향친구의 권유와 모친의 강력한 희망으로 공무원 시험을 보자고 마음먹었다.


이왕 시험을 본다고 선언한 이상, 떨어지지 않겠노라고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자는 시간도 하루에 3시간으로 줄였다. 그것도 20분씩 쪼개서 잤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지만, 나중에는 눈이 저절로 떠질 정도로 습관화 되었다. 궁하니까 통하더라.


현재는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의 소장을 맡고있는데
우리 사업소에서는 연간 100만본의 초화류를 생산하고 있으며, 기후변화에 대비한 아열대 수종을 위주로 양묘장을 갖추어 시에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 이외에도 유아부터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앞으로는 하드웨어보다는 시민이 행복한 프로그램에 중점을 두고 구조를 바꿀 계획이다.


현재 사업소 이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약 66만m2 부지에 양묘장을 겸한 힐링타운(캠핑장)을 구상해 두었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넘어가면서 사람들은 자연을 즐기는 캠핑을 찾게 될 것이다. 사업소에서 자라는 꽃과 나무를 체험하면서 하룻밤을 보내는 프로그램으로서, 1차산업과 3차산업이 합쳐진 힐링타운으로 생각하면 된다.



고촌양묘장(부산시)


1994년 조경잡지에 일본공원을 소개한 글을 보았다
부산진구청에서 9급으로 근무할 당시 선진지 견학 프로그램으로 일본의 6개도시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일본의 공원녹지 행정과 환경, 폐기물 등을 중점 답사했다. 당시 우리의 현실은 일본과 상당한 간극이 벌어져 있었다. 시설관리와 수준, 무엇보다 공직자 마인드에서 크게 차이를 보였다. 하나하나 놓치지 않는 세심함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일본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같은 동북아에 속해 있기 때문에 닿아있는 특성들이 있다. 1997년 나가사키에서 지낸 1년을 포함해, 총 3회에 걸쳐 일본을 겪으며, 앞으로 우리 도시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끌고가야 할지 생각하게 되었다.


앞으로 우리 도시는 어떻게 변하리라 생각하는가?
머지않아 우리나라의 국민 총소득이 3만불 시대에 진입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인구감소로 주택에 대한 수요도 점증적으로 줄게 될 것이다. 도시재생이 화두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저소득 인구밀집 지역을 주의깊게 보고 있다. 앞으로는 복지차원에서 공원과 녹지가 도시재생의 주축으로 이런 곳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위 우리 사회가 말하는 복지는 한정된 계층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시민다수를 위한 보편적 복지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그것이 바로 환경복지이다. 공원과 녹지가 단순히 쾌적함과 편안함을 제공한다는 관점을 넘어, 탄소를 사고파는 시대에 어떠한 실익을 안겨주는지 면밀히 분석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흐름 역시 우리가 놓쳐서는 안될 키워드임이 분명하다.


옥상녹화도 높은 땅값의 도심지 녹화에 반드시 생각해야 할 고려대상이다. 옥상녹화를 하면, 별도의 땅을 사지 않아도 녹지를 조성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탄소를 줄일 수 있다. 건물의 단열에도 효과가 있으며, 이는 비용으로도 산출될 수 있다. 앞으로 여건이 갖추어진다면, 옥상녹화 조성비용을 시에서 100% 지원하는 정책까지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공직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은?

2002 부산아시안게임 마스터플랜과 연계해 교통섬, 옹벽, 중앙분리대, 고가도로 하부, 가로수 경계 등 7개 테마로 약 300억원의 녹지예산을 확보했다. 총 11번의 시장결재를 했을 정도로 끈질기게 매달린 끝에 확보한 예산이었다. 2000년, 2001년 그 사업을 준비하며, 탁자위에 신문지를 펼치고 새우잠을 청한 일은 부지기수였으며, 아침 청소기 소리에 놀라 깬 적도 많았다.


그런 일을 만들어가다보니, 2000년 이전까지 100명 수준이었던 녹지직 숫자가 지금은 약 22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많은 일을 기획하고 만들어야, 예산이 확보되고,  조직도 커지게 되어 있다. 녹지사업의 확충은 조경업에 계시는 많은 분들 뿐만아니라, 국민의 행복지수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공직자들의 노력이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해운대구에 있을 때, 300살 팽나무 이식을 진두지휘 했었는데?

2010년 2월부터 3월까지 67일간의 여정이었다. 부산 가덕도 신항만 배후부지 도로개설공사로 수령 300년 팽나무 두 그루가 벌목위기에 처하자, 해운대 나루공원으로 이식하자고 주장했다. 각각 70톤, 45톤의 무게에 밑둥 지름만 1.5m에 이른다. 뱃길로 37km가 떨어진 곳에 이식해야 했기 때문에 생존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누구하나 쉽게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 ‘고사되면 과장인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하고 이식에 착수했다.


뿌리분 굴취작업(2010. 3. 20)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단순한 나무 두 그루가 아니라, 3백년을 살아온 부산의 자원이고 자산이며, 하나의 영혼과도 같다고 생각했다.


가덕도 아동섬, 부상항과 오륙도를 지나 해운대까지...이동하는 뱃길의 수심 등 제약요소가 많았다. 이동과 이식작업을 위해 아침부터 꼬박 하루밤을 세웠던 기억이 난다. 지금 그 두 그루의 할머니, 할아버지나무는 나루공원에서 건강히 잘 자라고 있다.


새로운 일, 어려운 일을 하면서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가?

남들이 하지 않거나, 새로운 일에는 항상 리스크가 뒤따른다. 공직에 있는 사람 중에도 변화에 대한 위험부담을 지기 꺼려하는 경우를 왕왕본다. 물론 모든 시도가 다 성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패하였더라도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 공직사회에서도 시행착오를 포용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항상 어디를 가던 깨어있어야 한다. 그 말인 즉슨, 사물의 이면을 볼 수 있는 눈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발전도 없다. 항상 책을 보고, 경험해 가다보면, 새로운 경관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조경인에게
모든 일에 혼을 실어야 한다. 작은 나무 한그루를 심더라도 철학을 가져야 한다. 그 자체가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일이고, 보탬이 되는 일이다. 결국 그것은 조경의 파이를 키우는 밑거름으로 작용될 것이다.


아울러 기업들은 시민에게 받은 이윤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기부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해운대 늘푸른과 과장으로 있으면서, 많이 가지지 못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녹화사업을 추진했었는데, 주민들이 고마워하며, 녹지조성에도 직접 참여하였다. 녹색문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제 조경인들도 국민소득 3만불을 넘어 4만불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 본인도 도시의 색깔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 고민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옥상녹화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그리고 탄소를 사고파는 시대에 녹지의 방향성도 그려보아야 할 것이다. 도시재생에서도 녹지는 기본이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부산시에도 공원녹지에 관한 독립된 국 단위의 조직이 구성되어야 하지 않을까?


조경인들은 우리가 하는 일이 도시의 색을 바꾸는 중요한 일이라는 자존감을 갖고 함께 도시를 바꾸어주길 바란다. 

글·사진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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