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기사 자격시험 ‘바른 진단과 처방 필요’

라펜트 커뮤니티, 페이스북 의견 취합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5-06-29

“제대로 된 진단과 올바른 처방이 필요하다.”


 

조경기사 논의를 두고 개진된 의견 중 하나다. 라펜트 토론방에서는 ‘과목수 축소보다는 문제 난이도 조절’에 대한 목소리가 컸다. 조경기사에 대한 합격률 논란을 공론화 시킨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않은 시선도 있었다. 조경기사 합격률 논란의 핵심은 무엇일까? 과목수 축소일까?


과거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은 필기시험 과목조정을 추진하며, 조경사를 통폐합하는 것을 추진하였지만, 과목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반대에 부딪혀 논의를 접었던 일이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국가자격시험에 맞추는 포커스는 그 때와 달라져있었다. 특히 조경기사의 경우 특정과목에 한정짓기 보다는 체질개선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였다. 산업인력관리공단 관계자는 “2010년 이후 문제 출제기준이 공급자(학교)에서 수요자(실무/산업) 중심으로 바뀌었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아울러 “실무에 수요가 없는 자격은 갱신하라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앞으로 조경기사도 실기시험에 변화를 줄 계획”이라며, 실무적합도에 우선해 조경기사시험을 개편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설계와 시공이 적합한 직무가 다른데, 획일화된 자격증이 적용되는 것도 문제가 아닌지 짚어봅니다. 물론, 설계나 시공이나 같이 장소를 만들어가는 일이지만 '알아야 할' 부분이 있고 '해야 하는,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알아야 할 부분은 같이 공유되는 부분이고, '해야 하는, 할 수 있는' 특화된 특성은 차이가 있습니다. - 라펜트 커뮤니티 토론방 의견

또 하나 눈여겨 볼 흐름이 ‘분화’, 즉 쪼개기이다. 관련 자격시험을 직업군에 따라 나누는 것으로, 조경기사의 경우 ‘조경설계기사, 조경시공기사’로 분화시키는 것이 하나의 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조경기사가 실질적인 자격시험이 되기 위해서는 ‘자격을 분리하는 것’ 또는 ‘실무에 실질적으로 쓸수있는 내용을 시험에 반영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기사자격과 실무적용 사이의 간극을 없애는 것이 정책적 흐름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조경기사 변화의 축선에는 ‘조경산업’과 ‘조경실무’가 있다.


실제로 필드에서 일을 하다보면 조경기사 자격이 공급과잉이라고 느껴집니다. 과목수를 줄이면 분명히 난이도는 낮아지겠지만 그 이후에 합격자 과잉배출로 인한 부작용은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시는지? - 조경시공 실무자

불경기의 희생양이되는 불안한 입지가 더 문제가 아닌가요? 역량을 발휘할 만한 회사의 절대적인 수가 적은 것도 문제입니다. 실제로 많은 학문을 두루 섭렵해야 하지만, 대졸자로 나와서 하는 일은 경리, 캐드원 등 기능의 일을 하고 임금도 그 수준 밖에 되지 않습니다. 실무환경에 대한(임금, 재교육) 조경계의 개선노력이 필요합니다. - 조경설계 실무자

라펜트 커뮤니티와 페이스북에서 일부 조경실무자들은 ‘많은 조경기사가 배출된다고해도 그들의 역량을 흡수할 만큼의 산업적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합격자 배출에 대한 근본적인 목표설정, 적정선이 어디인지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1만명(10147명)을 돌파한 2010년 이후 조경기사 응시률은 지속적인 하향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6449명까지 떨어졌다. 이와 반대로 산림기사는 2010년 3306명에서 4693명으로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2010년 1315명이 응시했던 자연생태복원기사도 지난해 1605명이 필기시험을 치렀다.


솔직히 요즘 시대에, 기업들은 토익, 외국어능력, 인턴, 봉사활동, 학점, 동아리활동, 자격증, 실무능력까지 대학생들에게 요구합니다. 여기에 자격증 합격률이 6%면 압박감으로 다른 직종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어쩔 수 없이 나옵니다. 시간대비 합격률이 저정도면 타기사 자격증따고 다른 직렬로 나가야죠. 안그래도 조경분야 채용률 저조 한건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조경학과 학생

한 조경실무자는 “사업물량이 줄어 조경기사에 대한 희소성이 높지않다. 게다가 회사들은 경력직을 선호한다. 한 해 2000여명에 육박하는 조경학과 졸업생은 어디로 가야할까? 결국 그들은 산림과 환경생태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며 조경기사의 응시율 하락과 인접분야의 응시율 상승은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논의 대상은 조경기사이지만, 내용은 조경분야 전체와 맞물려있는 형국이다. 전효중 박사((주)한국조경기술평가사무소)는 지난 조경기사 개정 공청회에서 “조경기사의 문제는 학교, 실무현장, 공단, 응시자 모두가 복합적으로 관여해야할 문제”라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한국조경사회는 왜 처음 시험과목 축소를 토론대 위에 올렸던 것일까? 현실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주제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태경 부회장(한국조경사회)은 “자격은 고시가 아니다. 난이도 조정이라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의 제도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우리가 몸부림쳐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양적인 부분을 줄여주는 방법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공단관계자도 토론에서 난이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는 규정과 절차상 불가능하다고 밝힌바 있다. 현재로서는 과목수 조정이 합격률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라는 것이다.

한국조경사회가 조사한 설문결과에서도 총 403명(학생 325명) 중 73%가 ‘과목 수를 줄이는 것’에 찬성했다. 4개과목으로 줄이자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라펜트 커뮤니티로 부각된 의견들은 양적(과목수)인 부분보다 질적(난이도, 실무적합도)인 부분에서 더 큰 목소리를 냈다.

 

조경기사 시작부터 그래왔고, 2015년도 합격률도 20%대로 올라왔습니다. 과목이 줄은 것도 아닌데 합격률이 왜 올랐을까요? - 조경학과 학생

과목수가 줄어든다고, 내용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시험의 난이도와 실무적합성이죠. 경력 3~10년차 실무에 있는 분들이 지금 기사시험을 보면 얼마 정도의 점수가 나올지 궁금합니다. -조경학과 학생

라펜트는 토론의견을 구할 때, 합격률 하락의 원인을 조경기사 시험과목수로 보았던 조경사회 설문과 달리, ‘합격률 하락이 시험과목 숫자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관계여부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이같은 차이가 벌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보다 포괄적인 범위의 조사가 필요한 이유이다.


그럼에도 라펜트 커뮤니티에는 “약자인 수험생들의 고충을 호소할 곳 없이 기성세대의 룰에 그저 따라야 했던 우리들에게 자그마한 소통공간, 출제자와 수험생들 간의 매개체가 되어준 이 작은 움직임에 감사한다.”며 조경산업 대표단체인 조경사회의 움직임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의견이 개진되었다. 이번 한번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조경기사 시험은 조경의 미래와도 터부시 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지난 토론에서 볼 수 없었던, 조경학과 학생과 초급 실무자의 직접적인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 번의 토론만으로 끝나서도 안된다.

글·사진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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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_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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