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조경분야 가치에 대한 진중한 리뷰를 통해 확보해야 할 전문성 재고해야”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5-06-30
정욱주 학부장(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는?

1973년에 학과가 설립되어 이제 42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지역시스템공학전공과 함께 학부를 이루고 있으며, 조경학전공에는 현재 7명의 교수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학년 때는 학부로 배정되고, 전공 선택은 2학년부터입니다. 한 학년의 정원은 18명으로 비교적 적은 규모로, 과거 대학원 연구중심 대학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당시 대학원의 정원을 늘리면서 학부는 축소되었습니다.

대학원과정은 커리큘럼과 학위논문 그리고 교수별 연구실의 활동 등으로 분주하게 운영되며, 한 학년의 정원은 16명가량입니다. 박사과정은 사촌지간인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와 협동과정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050여명의 학사와 170여명의 석사 그리고 60여명의 박사를 배출하였으며, 졸업생들은 각계에서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졸업한 학생들이 기대할 수 있는 진로는?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조경학이 제공하는 다양한 분야로 진로를 선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10년간의 졸업생의 선택을 살펴보면 설계사무소, 건설회사, 공기업, 연구원 그리고 대학원 진학이 다수를 차지하였는데, 외국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계속해서 박사과정을 밟거나 세계적인 설계사무소에 취직하여 경력을 쌓는 케이스도 늘어났습니다. 박사학위 후 혹은 일정 경력취득 후 국내외의 조경학과에서 교편을 잡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2015 홈커밍데이


교직생활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행사 중 하나는 2013년의 조경학과 40주년기념행사입니다. MBC에서 피디로 활약하는 선배의 도움을 받아 서울대학교에서 가장 큰 공연장인 1800석 규모의 문화관 대강당에서 기념행사를 기획하고 치렀습니다. 행사년도 기준으로 졸업생이 1019명이었으니까 총원의 90%가 가족을 한명씩 데리고 와야지 겨우 채울 수 있는 행사규모라서 준비를 하면서도 흥행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40주년 기념 로고와 학과 로고를 디자인하고, 조경학과 40년사를 발간하고, 조경학과의 로비에 벽화를 그리고, 졸업전시회를 겸하는 조경전을 준비하면서 학과전체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었습니다. 조경전 주간의 마지막 날 열린 기념행사가 시작되고 현관에서 동문을 맞이하느라 분주히 보내고 있는데, 어마어마한 규모의 낯선 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음악방송을 맡아본 경험이 있는 피디선배는 사회자로 개그맨 서승만씨를, 게스트 뮤지션으로 부가킹스의 바비킴와 B1A4를 섭외했던 것입니다.

공개행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알고 왔는지 수많은 아이돌 사생팬들이 호시탐탐 문화관의 진입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일본에서 이 행사를 보러 입국한 아주머니들도 있었습니다. 사생팬들의 간절한 눈망울들은 결국 B1A4의 공연시간에 한한 입장허락을 이끌어냈고, 도저히 채울 수 없었던 2층 관람석을 그들에게 개방해주었습니다. 아이돌의 등장에 맞춰 입장에 성공한 팬들은 전열을 갖추고 노래에 맞춰 조직적이고 열정에 넘치는 추임새를 뿜어내었습니다. 가수의 노래를 듣는 것보다 그들의 광적인 응원을 보는 것이 더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아이돌의 퇴장과 함께 밀물 빠지듯 사라진 그들 덕에 후끈한 분위기의 기념행사를 연출할 수 있었습니다. 


2015 조경전 오프닝


교육자로서 조경학과 학생들에게.

조경학과 학생뿐 아니라 모든 대학생이 노력해야할 사항은 고등학교 때까지 몸에 익혔던 틀에 갇힌 수동적 공부의 방식을 버리고 창의적으로 일을 기획하고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주도적 능력을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조경학의 많은 수업들이 당면한 숙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기획과 설득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겨집니다.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좋지만 공부를 좋아하게 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 내가 애정을 쏟을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내고 집중력을 발휘하여 내공을 쌓아나간다면 조경을 통한 자아실현을 이루는 단계에 이를 것입니다. 혹여 조경 쪽으로 진로를 택하지 않더라도 조경학의 커리큘럼은 사회로 나가서 활동하기 위한 기본적인 틀-기획, 편집, 소통, 설득, 추진, 생산, 인문, 안목 등-을 훈련하는 기회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조경학이라는 나무에 달린 다양한 열매를 4년 동안 힘껏 수확하기를 권합니다. 


조경인들에게 한 마디.

건설경기의 악화와 함께 찾아온 조경업의 위축은 몇 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공통적인 의견은 우리나라가 개발 지향적 단계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것입니다. 

GDP의 건설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통계는 그만큼 수요가 줄었다는 사실이고, 혹자는 오히려 과거의 건설호황이 성장기에 나타나는 과잉된 수요였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하여간 밤낮없이 일을 처리해도 새 프로젝트가 줄서고 대기하고 있던 과거의 모습은 당분간 겪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됩니다.

쉽게 생각하면 양의 시대가 가고 질의 시대가 오면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지만 이 또한 그리 녹록치 않음을 피부로 체감합니다. 수요가 줄었다고 해서 저절로 양보다 질을 우선시하는 풍토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현 단계에서는 수요보다 공급이 앞선 상황에서 저가경쟁에 의한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이렇듯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변화에 의해서 조경분야도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조경분야의 가치에 대한 진중한 리뷰를 통해서 우리가 확보해야 할 전문성이 무엇인지를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 사회의 미래가 필요로 하는 조경의 수요와 가치가 파악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필요해서 주장하는 가치가 아니라 외부에서 우리에게 기대하고 인정해주는 가치이어야겠지요. 쓸모 있는 분야가 되기 위해서는 '인정받는 전문성'을 갖춰야합니다. 통찰과 집중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2010 경주답사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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