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같은 실수 반복해선 안돼"

[기고]도시재생사업에 관한 단상
한국건설신문l심우경 명예교수l기사입력2015-07-29

도시재생사업에 관한 단상

 

심우경 (고려대 명예교수, 미래국토전략포럼 공동대표)

 

도시재생법이 공포돼 법적으로 올해 7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허나 법이 시행되기 이전 벌써 지자체에서 사업을 발주했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궁금하다.

법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시행령 발표 전부터 급히 발주하는 것도 이상하다. 


도시재생에 대한 연구단체인 ’한국도시재생학회‘가 지난 3월에 발기돼 6월 26일 목원대에서 첫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본인은 조경학을 전공하지만 관심이 있는 학회라 회원가입을 하고 대학원생들을 독려해 5편의 논문을 발표하도록 했지만, 본인은 토론자로 거부당했다. 또한 창립초기에 학회 성격이나 도시재생에 대한 방향설정이 다뤄져야 함에도 각론적인 발표가 대부분이어서 크게 실망하고 돌아왔다. 
  
본인이 도시계획 분야에서는 무명인이지만 2003년 1월부터 2004년 12월까지 건설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이하 중도위)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전혀 문외한은 아닌 셈이다.

도시계획은 미국 하버드대 디자인대학원 조경학과로부터 1926년경 분리된 전문분야이지만 외국에서는 조경과 도시계획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만 유독 남남이다.
  
2003년 중도위 위원에 위촉돼 원로 위원들이 환영회를 해 주었다. 당시 ‘심 선생, 중도위가 어떤 곳인지 알아요? 국회위원 다음으로 막강한 곳이니 출세한 줄 아시오’라는 원로 교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그곳에는  도시계획 분야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교수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20여 년동안 중도위로 활동해 오고 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고려대에서 과천까지 지하철을 타고 회의에 참석하려면 한나절은 버리는데 회의비 10만원 받는 것은 너무나 비생산적이었고, 더구나 각 지자체에서 올라오는 도시계획이나 중도위원 질의는 전문성이 결여됐었다. 상인들이 흥정하고 깎아 주는 식의 결정이 못마땅해 사표를 내던졌다.


우리나라 도시계획을 돌아보면 60년대 개발 초기에는 도시계획 전문가가 없는 상황에서 토목직 공무원 출신들이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도시계획을 하면서 T자, 삼각자로 선을 그어 만든 토지이용계획에 의한 무미건조한 도시를 만들었다.


그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최선을 다했다 하겠으나 전문성이 크게 부족했음은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다. 이어 도시계획 분야가 새롭게 떠오르는 전문분야라고 판단해 각 대학에 도시계획학과가 설립되고 따라서 교수가 되기 위해 외국대학에서 학위를 따온 사람들이 도시계획 강의를 담당하게 됐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는 고질적 병이지만 선진국의 문화나 기술을 도입할 때는 직수입 하지 말고 우리 실정에 맞게 조절해 도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신지식들이 직수입되다 보니 우리 실정에 맞지 않고 엄청난 사회혼란을 야기 시키고 있다. 강남개발 이후 신도시가 줄줄이 조성됐지만 어느 도시를 성공적으로 조성했다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오늘날 우리 금수강산이 상처투성이가 된데에 소위 국토계획, 도시계획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책임을 묻지않을 수 없다. 눈앞의 경제논리에 치우쳐 우리 후손들이 살아야 하는 국토관리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구릉이나 산을 불도저로 평평하게 만들었다. 편의성만 따지며 평평한 절대농지 위에 수많은 아파트 단지를 만들어 베드타운으로 전락시켰다.

누구의 책임인가? 엔지니어링회사 도시계획팀뿐만 아니라  이런 오류를 묵인한 사법부, 수많은 법을 제정해 준 입법부, 방관한 행정부 모두의 책임이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이 더 이상 국토를 방치하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도시를 다시 만들어 대대손손 정답게 살아보자고 도시재생사업 관련법을 제정했지만, 시행령이 발표되기 전부터 다시 사업을 시행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형세이다.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을 일본을 따라하고 있는데, 그곳의 도시재생법이나 전문성은 간과한 채 겉모습만 따라 어수룩하게 시행하고 있다. 재생이 아닌 재개발을 다시 하고 있다.  관련법을 보면 허점이 드러난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법률 제12989호(주택도시기금법) 일부개정 2015. 01. 06.]


제1장 총칙_제1조 (목적) : 이 법은 도시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활력 회복을 위해 공공의 역할과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도시의 자생적 성장기반을 확충하고 도시의 경쟁력을 제고하며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는 등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 (정의) :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도시재생’이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해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목적에는 ‘도시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활력 회복을 위해’로 돼 있는데 정의에서는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여기서 큰 차이점은 정의에 ‘문화적’이 빠져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신도시들의 가장 큰 맹점은 문화가 없는 도시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야기된 첫째 이유는 도시계획이 경제성만 고려됐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경제성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면 건설회사만 배부르게 만드는 것이다.


영국에서 하워드가 주장한 전원도시나  근래 조성된 밀톤킨즈, 웰링톤 뉴타운, 워싱톤시 등 모두 실패로 끝났는데 핵심은 전통문화와 국민들 정서를 무시하고 자동차를 위한 편리한 도로망, 자연생태만 고려한 과다한 녹지, 관리를 고려하지 않은 아름다운 도시 등이 실패의 주된 원인이다. 특히 문화가 없는 도시는 인간을 배제한 도시이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사실은 새로운 것도 아니고 보편적인 사실인데 우리는 영국 보다 훨씬 역사도 짧고 전통문화도 없는 드넓은 공간에 자동차를 위한 미국식 도시계획 기법을 산골짜기에 옹기종기 살아가는 한국에 직수입해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시행착오를 반복해서는 안 되고, 국토계획 및 도시계획 전반이 재고돼야 할 시기이다. 모든 전문분야의 지혜를 모아 이제부터라도 한국적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한국건설신문 특별기고]

_ 심우경 명예교수  ·  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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