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원, 합당한가?

[기고] 심우경(미래국토전략포럼 공동대표, 고려대 명예교수)
라펜트l심우경 명예교수l기사입력2015-08-03

국가정원, 합당한가?

 

심우경(미래국토전략포럼 공동대표, 고려대 명예교수)

 

우리나라는 법치국가이면서 법 천국이다. 세계 온갖 법을 가져다 짜깁기 식 법을 만들었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법을 가진 나라라는 냉소를 받고 있다.

 

일제 강점기 법의 잔재가 남아 있는 가운데 독일법을 배워왔고, 그 뒤 미국법을 베껴놓아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법이 부지기수고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많아 변호사들만 돈을 챙기는 이현령비현령이 되고 있으며, 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 가슴 아픈 비아냥을 받고 있는 실정이고, 오죽하면 ‘비정상의 정상’이라는 코미디 프로가 인기가 있겠으며, 대규모 로펌은 안하무인경으로 국가 질서를 무너트리고 있는 실정인데도 정부는 무기력하게 방관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비웃기라도 하듯 희한한 법이 통과되어 시행되고 있다. 그간의 산림청의 「수목원법」을 개정하여 정원을 포함시킨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 지난 1월 20일 공포됨으로써 이 법이 국가법으로 승격되었고, 7월2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으며, 첫 사업으로 ‘순천만정원’을 「국가정원 1호」로 지정하고 9월 5일 서울광장에서 선포식을 거창하게 거행하겠다고 홍보하고 있는 중이다.

 

순천만정원은 2013년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동안 순천만의 아름다운 습지와 기름진 논 564,000㎡를 매립하여 11개국 전통정원과 23개국 참가, 83개소의 정원을 만들어 연 400만 명이 찾음으로써 성공적인 세계정원박람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인근에서 개최되어 온 순천만 갈대축제는 금년 16회째 준비하고 있는데 그간 매년 300만명 가량이 찾고 있어 박람회로 인한 추가인원은 184일 동안 100만 명에 불과한 셈이다.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순천만정원은 전문성이 매우 부족하고 세계라는 용어를 붙이기에는 창피스러운 수준이다. 가장 돋보이는 장소가 18m 높이의 동산을 만든 설치예술가 찰스 젱스(Charles Jenks)의 작품인데, 이는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하늘 가까이 닿고 싶어 조성한 지구랏트(Ziggurat)를 모방한 것이고 전혀 창의성이 없는 잔디 언덕이다. 드넓은 평지에 잔디밭을 엄청나게 만들어 방문객들은 뜨거운 햇빛에 곤욕을 치러야 했고 잔디밭 관리에 연간 수 억원의 예산이 들어가게 만들어 놓아, 근래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친환경·에너지 절약형·생산적 조경에 역행하고 있는 곳이다.

 

반면 이곳과 가까운 곡성군에서는 2009년 개원한 곡성1004장미원[2008년 본인이 설계]은 4,000㎡에 1,004종의 장미를 심고 심청 효사상의 스토리를 입혀 2009년부터 축제를 하고 있는데 첫해 60여만 명이 다녀갔고, 금년 6회 축제 때는 5월22일부터 31일까지 10일간 유로입장객[입장료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만 21만 명으로 6억여 원의 입장료 수입을 올렸으며, 주유소, 숙박시설 등이 동이 나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 4월 한국관공공사에서 실시한 네티즌 '베스트 그곳' 투표에서 선정된 9개소 가운데 한 곳으로 선정되었고, 미국 CNN방송이 선정한 한국유명관광지 50개소 중 한 곳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민들의 가족 중심 여가활동이 활발해 지고 있기 때문에 교육적으로 건전한 주제공원은 앞으로도 발전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순천만 정원박람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졌다고 순천시민들은 흥분하고 있지만, 엄청나게 소요되는 관리비를 순천시가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이 지역 국회의원을 앞세워 이 박람회장을 차제에 국가정원으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국가정원법까지 만들어 버린 것이다. 한 지자체가 터무니없는 사업을 벌려놓고는 감당이 안 되자 국가에 떠넘기고 국민들 혈세를 한 지자체를 위해 퍼부어야 하는 꼴이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 지자체장마다 당선을 위해 달콤한 공약을 하고 무리하게 국제규모의 각종행사를 유치한 후 관리비는 국가에 떠밀 수 있는 전례가 되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발생될 소지가 예견되는 것이다.

 

법에 따르면 정원을 국가정원·지방정원·개인정원·공동체정원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30ha 이상의 주제정원 및 관리인 8명 이상, 녹지율 40% 이상을 갖추되 주무 부서를 산림청에 두고 있다. 그러나 정원은 조경의 일부분으로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게 되어 있고,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 중이며, 한국표준직업분류[기획재정부 통계청]나 미국산업분류체계(NAICS), 국제노동기구(ILO)에도 정원은 조경분야로 분류하고 있다. 일본은 국영공원 17개소를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지만 알맹이도 없는 박람회장을 국가정원으로 지정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또한 정원(garden)이라는 용어는 불모에 사막에 사는 사람들에게 맹수나 뜨거운 모래바람으로부터 보호받고(gan; protect)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장소(oden; pleasure)라는 뜻의 라틴어 합성어로부터 유래되어 담장으로 둘러싸인 사적인 조그만 공간이기 때문에 30여만평의 드넓은 공간을 정원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도 부적한 용어인데다 도시공원은 건설교통부의 도시공원법과 상충되니 교활하게 정원이라는 용어를 쓰는 잔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이며, 전통정원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재청에서 관리하고 있다.

 

국가정원도 뜬금없는 제도이지만 산림청이 주무부서가 되는 것도 부당하다. 산림청은 우리국토의 65% 가량인 산을 잘 가꾸어 날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고급 목재를 자급자족 할 수 있도록 하고, 산을 찾는 국민들 여가활동, 홍수예방, 수원 보전, 야생동물 서식처 등에 기여하도록 설립한 정부기관임에도 정작 해방 후 지금까지 목재가치가 있는 경제수종 하나 개발해 놓은 것이 없고, 일제 강점기 때 조성해 놓은 아름다운 숲을 휴양림이라는 정체불명의 이름을 부처 이 숲마저 망가트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간 우리나라 산의 소나무가 우리 국민들에게 목재, 문화적 가치 등으로 큰 기여를 해 왔으나 기후변화로 머지않아 한반도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이미 발표되었고, 여러모로 쓸모가 많아 참나무(眞木)라는 이름이 붙은 상수리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등 참나무류 마저 시들음병에 걸려 사라질 형편이라 우리 산에 쓸모 있는 나무가 없어질 지경인데 이들 후계목 개발에는 관심 없고 산림청에서는 도시로 나와 조경을 도맡아 하겠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현 산림정책은 생산적인 측면은 등한시하고 이용적인 측면만 주요정책으로 내세우고 있어 산림청의 존재 이유가 불분명해졌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국토녹화에 가장 성공적인 나라로 전 세계에 알려졌지만 정작 쓸모 있는 경제수종을 가꾸지 못하고 민둥산을 녹화만 해 놓은 셈이다. 민둥산이 성공적으로 녹화가 된 것은 군사정권 때 온 국민들을 강제 동원하여 사방조림을 시킨 결과인데 이 때 조림한 수종이 미국산 리기다소나무, 아까시나무와 수원사시와 사시나무 사이에서 종간잡종으로 태어난 은수원사시 등으로 조림했지만 이들 수종은 목재로써 쓸모가 없는 나무들이다. 그런데 해방 후 지금까지 경제수종을 한 수종도 개발하지 못한 채 남부지방에는 일본산 편백나무, 중부지방에는 미국산 백합나무로 조림하고 있으며, 이들 나무가 원산지같이 아름드리로 잘 커서 목재가 될지도 미지수이다.

 

또한 녹화성공 요인 중 중요한 사실은 산에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취사나 난방을 위한 연료림 채취 때문인데 북한을 포함한 후진국 모두 민둥산인 것은 이 이유이며, 우리나라가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로 전환되면서 공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공산품 수출로 달러를 벌어들이고, 이 달러로 연료[기름, 석탄, 가스 등]를 수입함에 따라 자연히 산에 나무를 채취할 필요가 없게 되어 산이 자연발생적으로 천이(succession)가 발생되며 산이 푸르게 된 것이 큰 이유이다. 이럼에도 산림청은 산이 녹화되어 할 일이 없으니 도시 조경을 맡아 하겠다고 거대한 조직[1,500여명의 산림청 직원과 산림조합원 등]을 이용하여 조경직 공무원 직제도 만들지 못하게 하여 조경직 공무원이 되려면 임학 시험과목을 추가로 공부해야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고, 40개 대학에서 매년 배출되는 조경학과 졸업생 수천명의 앞길을 막고 있는 형편이다.

 

국토의 65%가 산인 나라에서 목재 자급률이 7~8%에 그치고 있는데 선진국 사례를 보면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도달하면 국민의 80%가량이 목조주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3만 달러에 도달하게 될 것임으로 목재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 뻔히 예측되는데도 자급대책은 전혀 없고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는 동남아시아나 캐나다산 목재를 싼 값에 수입했지만 근래 자연과 자원보존대책으로 수출을 하지 않아 목재 값이 엄청 올랐는데도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산을 버리고 도시로 나오는 산림청의 심보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제라도 산림청은 우리 산에 잘 자랄 수 있는 경제수종을 개발하여 제2의 산림녹화를 서두를 때다.

 

이러한 상황을 정부는 잘 알고 있을 텐데 오히려 부추기고 있으며, 산을 휴양목적으로 이용하는 연구가 전공인 교수를 산림청장에 임명했고, 당선을 목적으로 국익을 저버리는 국회의원들의 행동은 이해가 안 가며, 이를 지켜보고 있는 법학자들이나 감사원, 청와대 등은 누구를 위한 조직인지 모르겠고, 이제부터라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법이나 제도가 무엇인지를 따져보는 냉정한 판단이 시급한 때라고 사료된다.

 

           

_ 심우경 명예교수  ·  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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