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경사 기출문제 진단, ‘교재의 중요성’

‘조경기사 필기시험 중 한국조경사 문제의 출제 경향’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5-08-10

국가기술자격검정 조경기사 필기시험에서 기출문제 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조경기사 필기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는 원인 중에는 보편성이 결여된 지엽적 정보를 묻거나, 교재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정보가 포함된 문제들이 출제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6월 발간한 한국전통조경학회지(33권 2호)에 수록된 ‘조경기사 필기시험 중 한국조경사 문제의 출제 경향(소현수, 임의제)’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축적된 국가기술검정자격 조경기사 필기시험 중 조경사 과목의 문항(600문항)을 대상으로 한국조경사 문제의 출제경향을 분석한 후 다음과 같은 결과를 도출하였다.

 

조경기사 필기과목 중 조경사 과목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출제기준으로 제시한  ‘서양의 조경(222문항), 동양의 조경(124문항), 한국의 조경(197문항), 조경사 일반(10문항), 조경양식 변천사(47문항)’의 5개 유형으로 구성되었으며, 최근 ‘서양의 조경’에 대한 문항의 출제 비율이 낮아지고, ‘한국의 조경’에 대한 문항의 출제 비율이 높아졌다.

 

<한국의 조경> 기출문제를 시대적으로 살펴보면, 선사시대와 발해에 해당하는 문제를 찾을 수 없었고, 주로 조선시대(70.8%)에 집중 분포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고조선과 현대조경은 한두 문제에 그쳤다.

 

또한 <한국의 조경>에서는 30여 종의 전통수종과 11가지 유형의 전통조경 시설물을 포함한 전통조경요소가 다루어졌고, 전통조경 관련 기록물은 25종이 제시되었다. 전통조경 시설물 중에서 지당과 섬(15문항), 누정(14문항), 화계(11문항)가 높은 출제 빈도를 보였다.

 

그러나 전통공간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파악하기 어려운 누하진입형 사찰과 그렇지 않은 사찰을 고르는 문항장이나 개별 정자 내 부속된 방의 위치를 묻는 문항이 있었으며, 『양화소록』, 『화암수록』 등 기록물에 기술된 구체적 내용을 파악해야 하는 문제들이 출제되었다.

 

기출문제에서 다루어진 조선시대 전통공간 사례지의 유형을 살펴본 결과 별서(83회)가 가장 많았고, 도성·궁궐(52회), 주택(23회), 누·정·대(18회), 서원(14회) 순으로 높은 빈도를 보였다. 읍성과 사찰 사례지는 낙안읍성과 용주사뿐이었다.
 
현재까지 정식 출판된 한국조경사 교재 9권에서 다루지 않은 동춘당, 풍암정사, 십청정, 곡수대, 유상대, 심곡서원이 문제와 보기에서 전통공간 사례지로 예시되었으며, 9개 교재를 통틀어 출현 횟수가 3회 이하였던 용주사, 김기응가옥, 부암정 등도 제시되었다.

 

문항에서 전통공간의 명칭과 관련하여 경회루를 포함하는 지당을 ‘경회루지’, ‘경회루지원’, ‘경회루원지’라고 다양하게 지칭하였으며, 도산서당 영역에 조성된 절우사를 ‘도산서원’과 ‘도산서당’ 구분 없이 사용하였고, ‘도산원림’이라는 표현도 등장하였다.

 

이처럼 이번 논문을 통해 조경기사 필기시험 중 한국조경사에서 보편성이 결여된 지엽적 사실에 대한 정보를 묻는 문제, 조경사 교재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정보와 대상지가 포함된 문제가 출제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사례지와 시설물에 대한 통일된 표현도 과제로 떠올랐다. 따라서 통합적 시각에서 기출문제에 대한 점검이 요구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집필자인 소현수 교수(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는 “한국조경사 기출문제를 분석하며 교재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시험에 출제되는 문제들은 기본적으로 교재를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주로 사용하는 조경사 교재는 여러 학자들이 집필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일관성을 갖추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판단된다. 앞으로는 교재를 만들기 위한 합리적 체계와 객관적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한국조경사에 대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하였다. 이와 같이 교재에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어 한국조경사에 대한 기준점이 정립된다면, 조경기사 시험을 치르는 미래의 조경 주역들이 전통조경에 대하여 느끼는 거부감을 줄이는데 일조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 교수는 “조경기사 필기시험 중 조경사 과목은 조경학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 조경의 역사라는 소중한 가치를 학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실무에서 얼마나 활용되는가를 따지기 이전에 조경가의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는 기반으로서 오랜 시간 축적된 조경 이론과 철학을 제공하는 조경사 교육의 역할을 공감하기 바란다.”라고 밝히며, 조경기사 과목 중 조경사의 축소에 대한 논란을 일축하였다.

 

조경기사 필기시험 합격률의 정상화를 모색하는 하나의 방편으로서 기출문제 점검과 함께 수험생과 전문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기 위한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것은 조경기사 필기시험을 구성하는 다른 과목들도 마찬가지이다.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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