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행] 태안의 숨은 보배 ‘그린리치팜’을 가다

국내 가장 많은 연·수련 보유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5-09-03

“크~ 예술이쥬?”


집밥으로 유명한 백선생의 말이 아니다. 그린리치팜(구 청산수목원)의 주인, 신세철 원장의 말이다. 구수하고 느릿한 말씨와 다르게 그는 홍길동처럼 수목원 곳곳을 재빠르게 움직였다. 매일 보는 곳일 텐데도 발길이 닿는 곳마다 감탄사를 내뱉는 모습에서 정원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9만 9,200㎡ 규모의 이곳은 1990년부터 만들어졌다. 매년 7~8월 ‘태안 연꽃 축제’가 열리는 기간이 가장 붐빈다. 주변에 몽산포해수욕장, 청포대해수욕장, 꽃지해수욕장이 있어 이 시기가 가장 바쁠때라고 한다. 7월 11일부터 8월 23일까지 열렸던 축제의 한 주기를 지나고 한적했던 8월말, 연꽃이 아무는 시간에 이곳을 방문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황금측백나무가 일렬로 늘어서 길을 안내한다. 귓가에는 은은하게 음악이 맴돈다.




그린리치팜은 태안군 남면 연꽃길 70에 위치하고 있다. 연꽃길. 도로명에서 느낄 수 있듯 그린리치팜의 얼굴은 연꽃이다.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200여종의 연꽃과 수련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연꽃 품종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수목원 한 켠에는 연 재배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때가 되면 개구리, 우렁잡기 체험도 할 수 있다.


한쪽에서는 연을 활용한 연부침, 연아이스크림, 연잎차, 연잎비빔밥, 연밥도 판매되고 있다. 특히 연아이스크림은 연한 초록빛을 띠고 있어 얼핏 보면 메론맛일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먹어보면 연만의 은은한 맛과 향이 감돈다. 먹으면서 바라보는 풍경은 장관이다. 야트막한 산으로 위요된 공간에는 벼와 연꽃이 서로에게 몸을 기대고 있다.


돌탑원
입구의 돌탑을 지나면 수생식물 정원이 숨어있다. 가장자리를 직선으로 표현해 모던한 느낌을 주지만 잔디로 지면을 덮어 단단한 질감을 상쇄한다. 옆에 붙어있는 비닐하우스는 식물육묘장이다.













연꽃품종관

논에 벼 대신 연을 심은 것처럼 논두렁을 걷는 기분이다. 실제로 목단연, 수련, 꽃창포가 벼와 함께 자라고 있다. 중앙에는 분수가 시원은 물줄기를 내뿜는다.





논에 연꽃과 벼가 함께 자라고 있다.




태안에서 나는 굴껍질을 철망에 넣어 하나의 조형물을 만들었다.










모네의 연원


경주의 첨성대를 본따 만든 탑. 신세철 원장이 직접 쌓은 탑으로 정원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고흐의 다리

고흐는 랑그루아 다리 풍경이 마음에 들어 다섯 번이나 그렸다고 한다. 그의 예술혼을 기리려 만든 다리이다.





다리를 지나면 황금삼나무길이 펼쳐진다.


일주문





일주문 앞에는 나무조각상이 책을 보고 있다. 책 제목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 한다.


만(卍)길

일주문을 지나면 좁은 길이 나있고 양 옆으로 다양한 연이 자태를 뽐낸다. 좁은 길을 위에서 바라봤을 때 卍이 두개가 붙은 형태라 해서 卍길이다. 연못 너머에는 벼가 자라고 있다.
















그린리치팜은 개인이 운영하는 개인수목원이다. 태안군과 함께 연꽃축제를 열기 전까지는 오로지 개인을 위한 정원이었다. 그래서 수목원 중간에는 사택이 자리하고 있다. 집 앞에는 연꽃정원, 뒤에는 수목원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전부 ‘우리집 정원’이다.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 해놓으셨냐는 질문에 신세철 원장은 이렇게 답한다. “살다보니 이렇게 됐쥬”


연꽃들을 뒤로하고 언덕으로 오르면 마치 보물찾기 하는 것처럼 구석구석 크고 작은 정원들이 숨어있다. 그린리치팜의 또 하나의 자랑, 수목원이다. 밀레정원, Mandala정원, 팔괘화원, 허브원, 피타고라스정원, 염소네(풀주기). 곳곳에서 조경과 미술의 하모니를 느낄 수 있다. 아직 조성 중인 ‘삼족오 미로공원’과 ‘홍가시 미로공원’은 높은 생울타리가 미로를 꽁꽁 감추고 있다.


수목원 입구






염소네

염소네는 염소와 토끼들이 살고 있다. 염소에게 풀을 주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밀레화원

농촌을 사랑한 화가 밀레의 작품을 형상화한 여러 조각과 함께 조경이 배경으로 함께 어우러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이곳은 너른 잔디밭으로 탁 트인 경관을 제공한다.





밀레의 ‘어린양치기’



밀레의 ‘이삭줍기’



밀레의 ‘만종’

태안반도 기부의 한 반도와 안면도에 둘러싸인 천수만은 철새가 유명해 철새를 표현한 나무조각상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팔괘화원

후천팔괘의 문양을 설치하고 바위를 따라 꽃으로 색을 구분해 식재했다. 동의 청색은 도라지, 차이브, 리아트리스, 서의 백색은 구절초, 국화, 남의 적색은 아스타, 하이베리컴, 북의 흑색은 흑맥문동으로 표현했다.





팔괘화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박이 주렁주렁 열매를 맺었다.




피타고라스정원

식물의 특성과 아름다움을 도형에 이용해 수학의 현세성을 자연 속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자연에 형상화했다. 주목 홍가시나무인 레드로빈, 일세화살, 에메랄드그린을 이용했다. 정원은 계단으로 된 데크에 올라서 볼 수 있다.





천망

천망은 악한 사람을 잡기 위해 하늘에 쳐 놓았다는 그물이다. 그물코가 크고 성기나 절대로 놓치는 일이 없다고 한다. 하늘에 쳐놓은 그물이라 그런지 이곳은 언덕정원이다. 저녁시간대에 언덕을 오르면 지는 해와 함께 절경을 이룬다. 















Mandala정원

만다라는 ‘에워싸다’는 뜻으로 원, 구(球), 차륜 등 완전무결과 무수한 원심을 가진 원을 상징한다. 그래서 정원의 형태가 원형이며,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특히 천지창조, 비너스 등의 조각상을 볼 수 있는데, 빽빽하게 들어찬 향나무 사이를 굴처럼 형성하고 그 안에 상을 세워 독특한 느낌을 준다.




천지창조. 마치 나무 사이에서 신이 나오는 듯 하다. 신세철 원장은 “하나님과 나”라고 표현했다.



비너스상과 반가사유상. 



굴껍질 터널. 태안에서 많이 나오는 굴껍질을 이용해 터널을 만들었다. 지날 때 바다내음이 난다.







신세철 원장이 도를 닦을 때 지냈던 곳을 형상화한 작품. 직접 쌓고, 나무를 파랗게 칠했다.





능소화 터널





지붕이 물결무늬가 된 이유는 겨울에 눈이 내려 중앙이 내려 앉았기 때문이다.



역시 철망에 굴껍질을 넣어 만든 굴기둥. 근처에 바로 바다가 있어 구하기 쉬운 재료이다. 




해가 넘어가기 전에 얼른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인지, 신세철 원장은 고무신을 신고도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면서도 잡초가 하나 올라와있으면 바로 뽑아기도 하고, 간밤의 태풍에 꺾인 식물들에 가슴 아파하면서 수목원 구석구석을 돌봤다. 투박하지만 식물을 사랑하는 그만의 애정이 묻어나는 손길이었다.


신세철 원장은 본인을 “농사짓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헤진 셔츠에 흙 묻은 반바지. 밀짚모자와 고무신. 영락없는 농사꾼의 행색이지만 동행한 정정수 환경조경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태안에서는 ‘지식인’으로 통한다고.


별주부마을을 비롯해 태안의 여러 관광명소들을 특화할 수 있게 역사를 정리하고, 행사를 열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한다. 지역을 각별히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그린리치팜도 일반에 공개될 수 있었다.


음악과 미술, 그리고 자연이 한 데 어우러지는 ‘그린리치팜’. 태안연꽃축제가 열리는 7월부터 8월 하순까지만 입장료를 받고, 평소에는 무료로 개방한다.


그린리치팜(041-675-0656, www.cslotus.com)



신세철 원장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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