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복원 10주년, ‘조경가’를 말한다

[인터뷰] 신현돈 대표(서안알앤디 디자인(주))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5-10-02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가? 지난 10년 서울의 풍경도 제법 바뀌었다. 청계천도 그 가운데 하나다. 통기타를 어깨에 메고 노래를 부르는 소년이나, 징검다리를 건너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바람에 찬기운이 실려올 때 쯤 열리는 등불축제도 청계천의 히트상품이 됐다. 


10월 1일은 청계천이 준공된지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조성 이후의 평가가 긍정이든, 부정이든 10주년에 맞추어 조경분야의 움직임이 필요했지만, 조경계는 형식적인 세미나 한번 개최하지 않았다.

청계천은 조경분야를 사회적으로 알리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주었고, 이를 통해 이번 10주년은 공공공간 속 조경의 역할을 대중에게 환기시킬 수 있는 기회라 아쉬움도 커진다.


이러한 청계천과 공공공간 속 조경의 역할을 떠올리며, 라펜트는 청계천의 시점부와 청계광장 등 핵심공간을 포함한 1공구를 설계한 신현돈 대표(서안알앤디 디자인(주))를 만나, 그동안 전개되어온 청계천 논의에 대한 설계자 생각을 물어보았다.

 

신현돈 대표(서안알앤디 디자인(주))


청계천 사업, ‘도심재생’과 ‘생태·역사복원’ 사이 정확한 성격규정 없어 논란

해외 한국정원, 전통의 단순 재현으로 박제된 조경 

스스로 조경의 본질을 생각해보고 노력할 때


청계천 복원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설계자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청계천 사업은 나아진 환경과 공간, 세계도시 서울의 위상에 걸맞은 새로운 경제기능의 선택을 가능하게 해 주는데 일조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시민들에게 도심재생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촉매가 되었습니다. 아울러 도시미관을 개선하고, 구도심권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서울의 가치를 증진시킨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청계천이 준공된 것은 2005년 이지만 청계천 프로젝트의 설계가 실제로 시작된 것은 2001년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은 분들이 프로젝트 고갈로 어려움을 겪지만 당시에는 설계나 시공물량이 많았던 시절이었지요. 조경은 주로 문화, 리조트, 주거단지, 턴키 프로젝트가 많았으며, 토목사업 참여도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청계천을 기점으로 타 분야에서 조경분야를 주목하고, 서울시나 지자체에서 조경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대표적인 공공공간 사례로 손꼽히고 있는데, 복원 당시 설계 주안점은 어디에 두었는지?


아무래도 유동인구가 많고 구도심권인 청계천의 시점부, 청계광장과 3.1 빌딩 구간까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청계광장은 광화문광장 이전에 조성되었기 때문에 당시 도심 광장으로는 그 위치상으로, 의미상으로 무척이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많은 찬반여론이 있었지만, 과거 인구 10만의 한양 청계천과 1,000만이 넘는 메가폴리스 서울 청계천에 대한 관점과 기능은 달라져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청계광장부터 배오개길 까지의 하천 디자인과 재식계획, 구조물, 환경장치물 등에 대한 설계를 수행했고, 청계광장은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어 디자인 확정과 Design Develop에 시간이 소모되었습니다. 많은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휴일없이 현장에 나가고, 좀 더 나은 소재와 디테일을 위해 전국의 석산과 북한돌을 섭외하기 위해 바삐 다녔던 일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사회적 관심이 워낙 컸던 탓에 과업의 진도가 무척 더딘 편이었고,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Working Design 방식도 추후 이루어졌습니다.


지금에서야 말할 수 있지만 청계천 첫 번째 교량인 모전교는 완성이 된 후에 하루아침에 스킨을 헐어버리고 다시 재시공하기도 했습니다.



청계천 복원이후, 관광명소화, 도심지 열섬저감, 주변지역 활성화 등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인위적인 물 공급과 생태환경공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생각은?


청계천 사업의 정확한 성격 규정이 없이 시작했다는 데 그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청계천 프로젝트에서 '생태·역사 복원'이냐 '도심재생'이냐는 엄밀히 구분될 성질의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목적과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자에서 강조하는 생태·역사복원은 그 자체가 목적이고, 후자에서는 생태·역사복원이 도심재생을 위한 여러 동원 가능한 방법의 하나로, 특히 도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규모 개발을 우선하는 정책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구도심권 활성화를 위한 도심재생에 의미를 부여했던 청계천의 경우, 어떠한 유형의 정책이 더 유의미한 것인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한 가지 목표만을 뚜렷이 지향하고, 그 목표를 이루었다면 어느 쪽으로든 부정적인 견해는 많이 없었을 것입니다.

 




근래에는 서소문역사공원, 마포석유비축기지, 서울역고가 등 상징적인 공공공간(공원, 광장) 설계에서 조경가의 비중이 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선유도공원, 광화문광장, 청계천과 같은 조경가의 성과도 조명 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광화문광장, 청계천 설계자로서,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조경인으로서 지난 시절을 돌이켜보면, 지금처럼 건축가가 비중이 더 큰 시기도 있었고, 조경가의 비중이 더 큰 시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 공원, 오픈스페이스 프로젝트에서 건축 주도의 조경프로젝트 진행이 이뤄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여기에 조경분야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약해 이러한 상황을 이겨낼 힘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총체적으로 엮여있어, 우리나라에서는 건축분야에 비해 조경분야에서 디자이너를 배출하고, 이들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힘든 실정입니다. 이같은 문제가 해결돼야 건축과 차별되는 조경디자인의 전문영역이 확보될 수 있습니다. 해결의 실마리는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 장치설정, 그리고 분야의 힘 기르기이며, PM, MA 등 주체를 공식화하는 제도적 장치의 활용, 그리고 사회 내 조경의 가치 재발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해외에서는 저호수안을 설계한 미경 김이 청계천의 주요설계자로 명명되고 있습니다. 조경가의 이름을 알리고, 제자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외국사가 국내에 진출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마케팅 측면에서 추진되는 경우가 많아 과연 바람직한 현상인지 의문입니다.


또 여러 작품을 하다 보면 좋은 평가를 받게 될 때도 있고, 아예 평가를 받지 못하거나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 일부에 국한된 이야기이긴 하겠지만 - 어떤 해외 설계사무소는 작품이 만족스럽게 나오면 외국사의 디자인 능력으로 돌리고, 결과가 좋지 못하면 로컬 사무소 탓을 하는 경우까지 있어서, 좀 씁쓸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조경디자인은 Concept Design, Schematic Design, Design Develop, Construction Document의 통합적 프로세스를 필요로 합니다. 미경 김은 저수호안 Concept Design에만 참여했기 때문에 주요설계자 표기는 잘못된 일이지요.


한국 조경의 수준도 이제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다고 생각이 되는데, 우리 스스로 우리의 가치와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할 때라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와 브라질 한국정원, 터키 프로젝트 등을 설계하며 조경분야의 해외 진출에 교두보를 마련하고 계신데, 해외진출을 위해 한국조경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보는지?


외국도시에 조성되는 한국정원 및 공원은 단순히 조경공간이라는 의미를 넘어, 외국인들에게 대한민국의 이미지와 ‘한국’의 문화를 널리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추진 프로젝트도 부족하고, 그나마 조성된 공원들 역시 전반적으로 전통의 단순한 재현으로 인한 박제된 조경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고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대중적 보편성과 시대성의 결여로, 전통성과 실험적 해석에서의 오류를 지적받고 있습니다.
 
해외에 있는 한국공원은 고작 10여개 소에 불과합니다. 무엇보다도 한국정원의 효율적인 개발, 관리, 운영 체계를 확립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해외 조경사업 추진은 ‘정부차원의 기획, 예산, 주무부처 부재 등’의 이유로 부진한 편에 속합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정원 디자인의 질을 높이는 것 역시 필요합니다. 세계적 흐름과 맥락, 지구촌의 기호와 수요에 대응한다면, 해외에 우리문화를 전파하는 한국조경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한국인의 감성과 디자인철학을 구현한다면 또 다른 한류를 만들어 가는데 앞장 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의 조경을 통해 해외에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체계를 잡아가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비단 해외 정원을 설계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한국 전통정원을 설계하는 방안을 규명하고 정립하는 것에 초석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때문에 최근에는 한국 전통 공간과 한국 문화 등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친수공간과 도심 내 오픈스페이스에 대한 관심의 끈도 여전히 놓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광화문광장과 청계광장이 인접해 있다보니 서울시민 외에 해외나 지방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두 장소를 함께 방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광장에서 전혀 다른 이용패턴들이 나타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로서의 직업을 택한 지 오랜 시간이 흐르다 보니 이제는 외형적으로 멋진 디자인의 장소를 만들어 보는 것 보다는, 이제껏 준공된 작품들의 이용 행태를 살펴보고, 관찰 한 후 이를 다음 디자인에 어떻게 반영할까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어 진 것 같습니다.



조경인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조경분야는 그동안 많은 프로젝트를 접하며 격동의 시기를 지내온 것 같습니다. 이제는 미래를 낙관만 할 수 없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라는 점에도 다들 공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청계천 프로젝트를 시작하던 때만 해도 조경분야에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당시와 비교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지난 과거를 회상하며, 좋은 경기가 다시 찾아오기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조경의 본질을 생각해보고 노력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려울수록 조경인들 스스로 작품성 있는 설계를 구현하고, 이로 인해 부차적인 성과들이 자연스럽게 뒤따를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계천 주요설계자

1공구_ 조경설계 서안(주)

2공구_ (주)신화컨설팅

3공구_ (주)동명기술공단종합건축사사무소

MLA_ 진양교 대표((주)CA조경기술사사무소)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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