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자격 비상, 조경학과 존폐론까지 대두

건설관련 자격 확대로 조경자격 설자리 잃어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5-10-14

산림기사를 갖고 30여년간 공직생활을 했던, A씨는 요즘 경력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2014년 시행된 역량지수제도에 맞춘 건설(조경)분야 특급기술자 등록을 위해서이다. A씨는 “최근 제도가 바뀌어서, 조경직무분야에 산림기사가 포함돼 건설기술자로 등록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내용이 담겨진 ‘건설기술자 등급 인정 및 교육.훈련 등에 관한 기준’이 6월 30일부터 시행됐다. 건설관련 기술자격이 확대됨에 따라 건설기술자 조경직무에 산림, 원예 관련 자격들이 포함된 것이다. 이전까지 건설산업기본법의 건설업 등록기준 등에 활용되는 조경직무 자격은 조경기사 등(조경기술사, 조경(산업)기사, 조경기능사) 순수 조경자격만 등록이 가능했다.


이번에 조경직무에 포함된 관련 자격은 산림기술사, 산림기능장, 산림기사 등 총 16종 이다(표 참조).


구 분

기술사

또는

건축사

기능장

기 사

산업기사

기능사

조 경

조경

종자

   

 

산림

 

  

 

 

산림

조경

종자

 

임업종묘

산림

식물보호

조경

종자

  

임업종묘

산림

식물보호

조경

종자

원예

임업종묘

산림

식물보호

국가자격 종목(조경)


즉, 4년제 조경학과(관련학과) 재학 중 산림기사를 취득하면, 졸업 후 조경 초급기술자 또는 산림기술자로 등록이 가능하고, 산림자원학과(관련학과) 학생들도 산림기사를 취득하면, 조경기술자로 등록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건설산업을 영위하는 조경업체는 신규직원 채용시 조경기사나 산림기사 보유자 사이의 구별이 무의미해 졌다. 오히려 조경업체 입장에서는 산림분야 사업확장을 위해 산림기사 자격 보유자를 채용하는 것이 업종관리, 비용절감 등 기업활동에 유리하다. 

 

문제는 건설기술자격 확대로 산림, 원예 등 자격 취득자의 조경분야 진입은 쉬워졌지만, 반대로 조경자격 취득자는 해당 분야로의 진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업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며 벽을 높이고 있는 산림분야로의 진출은 더욱 그러하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2(산림기술자의 종류ㆍ자격 및 업무범위)에 따르면 산림기술자(산림경영기술자, 산림공학기술자, 수목보호기술자)가 되기 위해서는 산림 자격을 보유하거나 관련교육을 이수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산림분야 관계자는 “문호가 열렸다고, 산림기술자가 조경사업에 활발하게 진출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조경분야에 일거리가 많지않고 조경자격 취득자도 산재해 있어 산림에서 조경으로 가는 경우가 흔하지 않을 것”이라고 산림분야의 동향을 전했다.


국토부 기술정책과 담당자는 “그동안 산림쪽에서 건설공사 업무를 수행한 사람에게 경력을 인정해 달라는 요구가 있어왔고, 이를 제도화 한 것”이라고 밝히며, 산림기술자의 과거 건설관련 경력까지 소급적용 된다고 전했다. 다만 산림기술자가 산림사업을 통해 쌓은 경력이 아니라, 건설관련 업무를 수행한 경력만 인정하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경직무에 산림, 원예 등의 자격이 포함됨에 따라 장기적으로 조경학과를 포함한 조경분야 전반에 미치는 파급이 상당할 것 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조경기사를 포함한 조경자격 응시율 급감을 비롯해 △타분야 자격취득에 의한 갈아타기, △조경업체의 산림 등 타분야 자격 보유자 선호, 나아가 △조경학과 진학률 저하 및 통폐합에 이르기까지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지게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조경분야내 △학계와 업계의 결속력 약화 △조경정체성 확보 등에 관한 의견불일치, △조경사업의 축소, △타분야의 지속적 업역 침해, △조경자격 시험 합격률 저하 등이 문제로 거론되는 가운데 벌어진 이번 사태로 조경학과의 존립기반은 약화되고 조경산업까지 위태로워 질 것이라고 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림기사를 취득하면, 산림기술자가 되기도 하고, 건설(조경)기술자도 될 수 있다. 하지만 조경기사는 어렵게 따더라도 산림기술자로는 편입할 수 없다. 앞으로의 선택은 명확해 질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며, 조경자격과 조경학과 전반에 불어닥칠 후폭풍을 걱정했다.

 

조경분야 단체 관계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진승범 한국조경사회 수석부회장은 “산림이나 원예 자격으로 조경기술자가 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비전공자가 전공자보다 더 많아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결국 공원이나 단지, 정원 등 전문적인 조경기술을 필요로 하는 조경공사 질까지 저하될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더 큰 걱정은 조경학과에 미치는 파급이다. 국토부는 지난해부터 건설 기술자 등급 체제를 자격·학력·경력·교육을 합산해 점수로 계산하는 ‘건설기술자 역량지수’를 도입하였다. 조경업체가 필요로 하는 초급 건설기술자가 되기 위해서는 총 35점 이상을 점수를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4년제 관련학과를 졸업해도 받는 점수는 20점이다. 따라서 조경학과 졸업생이 건설업을 영위하는 조경업체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4년제 대학을 졸업했다고 하더라도 기능사 이상의 자격을 취득해야 초급기술자가 될 수 있다. 자격증이 취업을 위해 필수요건화 된 것이다.


이번 건설관련 자격 확대 및 직무분야 복수인정제가 시행됨에 따라 조경업체에서는 조경기사보다는 조경공사와 산림사업 모두 소화가능한 산림기사를 선호하는 양상을 띨 것이고, 이러한 추세에 조경학과 학생들도 산림기사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잠재적 조경학도들은 산림관련 학과로 진로를 바꾸게 될 개연성이 높다.

조경단체 관계자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조경학과 존폐가 걸린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경분야에서는 관련단체를 중심으로 이번 ‘건설관련 자격 확대’를 심각한 사태로 규정하고 국토부에 총력 대응할 방침이다.


조경단체 관계자는 “산림청에서는 가로수, 숲길 등 관련사업에서 조경기술자의 진입을 막고 있는데, 국토교통부는 조경분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문을 열어버렸다”며, 학계와 업계 구분없이 범조경계가 분연히 일어서야 할 때 라고 강력하게 피력했다.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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