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에만 있지말고, 도시전체로 향해야″

[동영상] 고주석 박사(네덜란드 Oikos Design 대표)
라펜트l전지은 기자, 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5-11-18
고주석 박사는 용산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1990년 초, 용산가족공원 현상설계에 당선됐었고 2009년 용산공원 아이디어 공모에서는 3등을 차지했다.

 그리고 2011년에는 용산공원 국제설계공모에 지명작가로 초청됐다. 고주석 박사는 “용산공원 현상설계는 중요한 국책사업이다. 국가에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당선되지 않더라도 아이디어와 생각을 국가에 기여하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심사를 받는 과정이 "씁쓸했다" 고 말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현상설계, 마치 미스코리아 심사 같았다
용산공원에 대해 얼마나 객관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현상설계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관리, 선정과정에 상당한 불만이 있다. 

심사위원, 특히 외국 심사위원들은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하는 사람들로만 구성됐다. 또한 참여한 사람 중 상당한 사람들이 파트너 가까울 정도로 협력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선정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 심사장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각자 20분 줬다. 40페이지에 걸쳐 설명한 이야기를 20분에 할 수는 없다. 무조건 20분으로 제한하니 심사위원의 질문에 답할 시간도 없었다. 심사 이틀 전에 한국에 도착한 심사위원들이 40페이지가 넘는 설계설명서 8개를 다 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패널만 보는 것이다.

마치 미스코리아 심사하는 것 같았다. 수영복 검토하고, 질문해서 누가 똑똑한지 검토하고. 우리가 배우자를 택할 때 슥 보고 택하지 않는다. 데이트해보고, 사귀어도 보고, 그렇게 서로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현상설계는 책을 빨리 읽을 때 그림만 보듯 그렇게 결정했다. 이것은 책임 있는 결정이 아니다. 20분 만에 이야기하고 결정하기에는 용산공원이 너무 중요하다.

심사를 하려면 심사위원과 설계자, 경쟁자들까지도 함께 한 시간 두 시간 토론하고, 질문도 하고, 서로 논의하면서 결정해야 한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와서 20분 이야기하고 나간다는 것은 설계자에게 권한을 주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처사는 설계자들이 국가나 도시에 봉사하기 위해 한 노력을 모욕하는 것이다.

이것이 내 문제만이 아닐 것이다. 후배들도 많이 고생할 것이 아닌가. 어느 설계자가 3개월 동안 몇 천만 원을 들이면서 심사위원에게 그렇게 큰 권한을 주겠는가. 설계 안을 마련한 기초비용도 그렇지만 대개의 경우 실질적으로 받는 돈의 세 배, 네 배를 투자해서 참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심사를 공정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충분히 토론해서 좋은 안을 선택하는 게 더 좋은 거 아닌가? 학교 학생들 설계 작품 감상하듯이 슥슥 보는 것은 심사위원들의 횡포다.

좋은 환경이 나올 수 없는 이유 중에는 조경가나 건축가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선정하는 과정’인 경우가 많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좋은 공원이 나올 수가 없다. 그런 차원에서 교수 자문위원회를 신뢰하지 못한다. 서울시청도, 국회의사당도 다 현상설계로 당선된 것인데 자문위원회를 열었다가 죽을 쒀 놨다.

현상설계가 끝난 지 2년이 넘었다. 선정 이후 여러 교수들이 용산공원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결국 ‘그림으로 뽑았다’는 평가나 나왔다. 당선 안은 섹시하게 잘 그려놨지만 실현이 힘들다. 한국은 여름 장마철을 제외하곤 공원에 물이 많은 것도 아니고, 지형을 바꾸려면 환경파괴가 일어난다.

내가 제시한 안은 설계 철학으로 ‘장이론’을 들었다. 이에 대해 ‘공원 살림을 하는데 있어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했으니 참조해야 할 것이다.’, ‘공원과 도시의 경계에 대해서 재밌게 썼으니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장이론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참여나 생태계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봐야 한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말로도 표현할 수 있고, 그림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어느 아이디어가 좋으냐’를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당선된 작품은 네덜란드에 후배 교수로 있는 아드리안 구즈(Adriaan Geuze)가 됐다. 공교롭게도 그 친구는 8개 안 중에 가장 설명이 적고, 나는 설명이 제일 많다. 

어떤 교수는 “고 박사는 한국 실정에 너무 앞서갔다. 한국은 보는 게 전부니까 그림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아무도 이해하지 못 한다”고 말한다. 그 말은 당선되기 위해서 외관을 고쳐야 한다는 말이 되는데, 그런 일은 내 나이에 할 수 없다. 프라이드 문제가 아니고 인격 때문이다. 앞으로 10년, 20년 후에 누가 내 설계안을 봤을 때 당당할 수 있는 설계를 하고 싶다.


책임 있는 Master Architect가 없다
네덜란드는 장관 옆에 국토 인프라에 기여하는 조경, 건축, 토목 설계고문, Master Architect가 3명 있다. 이 3명은 정책적인 결정뿐만 아니라 디자인의 질까지 간섭한다. 국가 시범프로젝트에 참여해 토론하면서 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요한 국책사업은 물론, 지방에 기술자문을 해주기도 한다. 혹 지방에서 좋은 안이 나오면 별도의 기술자문위원회를 구축하지 않고 이 설계고문 3명이 검증한 뒤 ‘정부에서 지원하자’고 결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담당하는 책임 있는 건축가가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자문위원회로 진행된다. 한국에서는 그런 체제가 계속 있어왔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2, 3년에 한 번씩 자리가 바뀌어 정책의 연속성이 없고, 깊이도 없다. 애착이나 헌신도도 없다.

국토교통부는 미군이 용산 땅을 물려줄 것인지에 대한 승인도 없이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국방부나 유엔사령부와 합의를 할 수 없다. 전략적인 비밀이 개입되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가 자꾸 바뀌기 때문에 전쟁발발에 대해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설계를 추진하는 것이 왜 필요한가? 1989년부터 20년 동안 부지를 내줄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데 우리만 자꾸 이러고 있다.

설계하는 사람은 대지를 차분히 봐야한다. 100만평 울산대공원을 설계를 할 때는 그 힘든 곳을 다 걸어 다니면서 몇 번을 봤다. 봄에 보고 가을 보고, 낮에 보고 밤에도 봤다. 그런데 80만평의 용산공원은 관광객처럼 버스 안에서 두 시간 돌면서 본 것이 전부다. 시설물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도 없다.

일을 진행하는 것도 시민참여 공청회를 하거나 웹사이트로 아이디어를 받고 토론을 충분히 한 것이 아니다. 교수 몇이 뭉쳐서 그림을 그리고, 프로그램이 바뀌면 그림 고치는 일을 하고 있다. 처음에 교수 자문위원회를 열어서 6개 단위공원을 한다고 프로그램을 정하지 않았는가. 프로그램이 정해졌으니 현상설계를 진행했는데 다시 또 프로그램을 바꾼다. 역시 프로그램을 바꾸는 담론 과정에 시민의 참여는 없다.

공원은 한 사람의 마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를 조합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떤 기본 틀 속에서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자꾸 틀이 바뀌고 낭비만 하고 있다. 나도 벌써 3번 낭비했다. 국가는 국가대로 낭비하고, 거기에 참여한 여러 사람도 낭비했다.

국가는 이미지를 정해놓고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헌법을 정해놓고, 헌법에 따라서 상황을 해결한다. 설계도 마찬가지다. 이미지는 상황에 따라 자꾸 바뀌는 것이다. 기본 룰을 정하지 않은 채 이미지 설계를 밀어붙여도 상황이 자꾸 바뀌기 때문에 실현이 안 된다. 용산공원 설계를 시작한지 25년이 됐다. 그러나 전부 룰 없는 이미지 마스터플랜이다.

이제는 기본틀을 자꾸 바꾸기보다 국민에게 서비스 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국민의 삶을 향상시킬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행정구조와 행정처리 방식이 생태적이지 못하다
일은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는 자꾸 꼬이기 마련이다. 울산대공원은 SK에서 나를 설계자로 지명했다. 설계자는 100만평이라는 캔버스에 예산 천억이라는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한다. 개인의 욕심을 버리고, ‘한국의 생태공원이란 어떤 것인가’ 끝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설계했고, 결국 기업의 승인을 받았다. 그래도 작업되는 과정에서 중간 중간 기업이 개입을 하다 보니 촌스럽게 처리된 것이 많다. 그런데 용산공원은 출발부터 이러니 더더욱 좋은 공원이 될 수 없다.

월드컵공원 전체를 총괄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마음이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로국장은 도로국장대로, 하수도국장은 하수도국장대로, 조경과는 조경과대로 하려고 하고 아무도 서로 협의하지 않았다. 결국 본인들이 하다가 잘 안되니까 나중에 총괄지휘를 요청해서 들어가게 됐다.

월드컵공원은 도저히 답이 안 나왔다. 그럴 경우 설계자는 스스로에게도 회의가 생길 수 있다. ‘내가 능력이 없는가, 내가 행정 관료를 다루는 기술이 없는가, 내가 좀 더 시간을 내서 그들과 술도 마시고 했어야 했는가’ 그러나 그때는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결국 시장과 독대를 해서 일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내가 디자인을 할 때는 2~3일 동안 설계를 하다가 안 되면 종이 집어치우고 다시 시작합니다. 공무원들은 감사가 있으니 한번 시작하면 물러서지 않습니다. 물러서면 왜 예산을 낭비했느냐, 공사비를 증가시키려고 일부러 이러느냐 의심을 받으니까.

생태계는 경계가 없습니다. 물, 토질, 기후, 복합적입니다. 그런데 행정구조와 행정처리 방식은 생태적이지 못합니다. 일은 선형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물러설 때는 물러서면서 해야 하는 것입니다. 도로는 도로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치수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합니다. 도로는 도로과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둘러앉아서 이야기해야 하는 것입니다.”

청계천도 그렇다. 청계천이 실제 좋은 역할을 많이 했다. 고가를 제거하고, 서울의 낙후된 지역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청계천은 생태적이지 않다. 결국 눈 가리고 아웅이다. 1년에 물 관리 하는데 25억이 든다고 한다. 콘크리트 바닥에는 어떤 생물이 얼마나 들어올 수 있을까? 구체적인 담론 없이 일을 빨리빨리 해치워버리는 것은 정치 쇼맨십이다. 결국 청계천은 눈에 보기 화려한 주말의 쇼케이스 같은 것이 됐다. 매일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벌써 15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새로운 시장이 세워지면 그동안의 한 것을 무시하고 새롭게 다시 한다. 결국 사업은 완성시키겠지만 국민들한테는 큰 부담을 주는 것이다. 유럽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업은 다르다. 삼성의료원은 자문하러 갔다가 설계가 바뀐 사례이다. 초기에 가보니 병원 입구에 비싼 소나무를 심어 놨다. 병원은 돈 자랑하는 곳이 아니다. 아픈 사람들과 그 가족들이 드나드는 곳인데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겠는가. 고민이 있고 스트레스 받을 때는 꽃보고 ‘아 예쁘다’ 할 여유가 없다. 병원은 화려한 것보다 사람을 편안하게 받아주는 편안한 공간이어야 한다. 소나무는 위화감만 조성할 뿐이다.

보행로 포장의 기반도 모래로 했다. 병원에는 휠체어 타는 사람이 많고 걷기 불편한 사람들이 있을 텐데 모래를 깔면 보도블록이 튀어나와 그들에게 어려움을 줄 것이다. 아예 콘크리트로 단단하게 해 보도블록이 튀어나오지 않게 시공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니 공사단장이 설계를 다시 해달라고 했다.

‘프로젝트를 담론화하지 않고 기정사실화 해 밀고 나간다.’ 이것이 나라가 하는 일의 상황이다. 월드컵공원, 용산공원은 하나의 예일 뿐이다.

복합적이고 복잡한 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하려면 오래오래 담론하면서 가야한다. 가다가 잘못하면 고치고, 실수를 하면 해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기업은 자기 일이니까 끝까지 듣고 챙긴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자기 일이 아니고, 자문단도 용역이니까 챙기지 않는다. 국가공원이라는 이 중요한 일을 말이다.

용산부지가 내 땅이라고 생각해야한다. 만약 기업에서 그 비싼 땅을 가지고 있다면 그렇게 처리하지 않는다. 정말 귀중한 땅이라 생각하고 정말 효용 있게 쓴다. 국토부는 용산이 내 땅이라는 의식을 못한다. 그것이 답답하다. 


고주석 박사(네덜란드 오이코스디자인 대표)

공원이면서 도시다
용산공원을 조경가가 해야 된다느니, 건축가가 해야 된다느니 논란이 있겠지만 이것은 조경가, 건축가 영역의 것이 아니다. 조경가의 시각에서 접근할 것이냐, 도시계획가의 시각에서 접근할 것이냐, 건축가의 시각에서 접근할 것이냐 아니면 다각적으로 해결할 것이냐 라는 논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 학문의 영역을 생각하지 않고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서울에 안방에 군사시설이 있어 균형을 못 잡고 있던 도시가 용산공원을 통해 시원하게 기가 흐르고 공간이 정상화되는 계획이 됐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공원이면서 도시다’라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공원과 도시 사이에 벽을 세워선 안 된다. 바운더리를 정해놓고 공원에는 초록색 칠하고 상업시설 빨간색 칠하는 것이 아니다. 공원이니까 건물을 지으면 안 된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야 한다. 도시 전체의 세력을 보고 건물이 공원 안으로 들어오고, 공원부지 안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은 이태원으로도 빠지는 등 도시와 공원을 섞어 서울을 더 좋게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용산공원은 공원만이 아니라 도시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공원을 조성하려면 예측을 해야 한다. 공원을 잘 해놓으면 주변의 낙후된 지역에 활기를 주고, 주변 땅의 가치가 굉장히 높아진다. 땅 주인들은 정부가 세금을 들인 덕을 본다. 그렇다면 주변 땅을 민간이 점용하게 하지 말고 아예 땅을 다 확보한 뒤, 공원을 만들어서 가치를 올려놓고, 그 땅을 팔거나 잘 이용하면 공원 만드는 돈이 나온다. 그렇게 머리를 써야한다.

미국가기 전에 대구 중앙공원을 설계했다. 1969년에는 공원 만드는 예산이 매우 적었다. 예산에 맞춰서 공원을 만들면 나무 몇 그루 없는 시시한 공원이 될 판국이었다. 그때 공원부지 중앙에 길이 날 계획이 있었다. 결국 공원 부지를 줄이고 귀중한 땅이 되는 곳을 팔아 그 돈으로 공원을 만들자는 결론을 내렸다. 더 나아가서, 땅을 팔면 난개발로 인해 공원에 피해를 줄 수가 있으니 공원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건물을 다 지어놓고 팔도록 계획을 세웠다.

용산공원 근처에는 이태원 등 난잡한 것이 많아 공원 쪽에서 보면 지저분한 주택들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100만평 공원 대신에 70만평 공원을 잘 만들고 나머지 부지엔 아주 좋은 건물을 지어서 돈을 받는 것이다. 공원부지라고 전부 공원으로 만드는 것은 불필요하다.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공원에 지하철 개통이 된다, 안 된다 말이 많은데, 지하철이 들어오면 땅값이 오른다. 그렇다면 그 주변을 잘 개발하면 된다. 사람들은 공원만 보는 것이 아니라 문화시설이 필요하다. 공원에서 나무 보고, 개구리 보는 것도 좋지만 식사도 하고 데이트도 하면 더 좋다.

입체적으로 생각해보자. 지하철이 들어오면 주변에 고층건물을 짓는 거다. 지하는 지하도시로 만들고, 건물은 공원레벨 3층까지 툭 트이게 만들고, 3층부터는 문화시설이 들어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라운드레벨은 전부 공원이 되면서 공원에 도시 하나가 들어가는 것이다. 거기에 시간적인 개념을 도입해서 낮에는 공원이고 밤에는 문화시설로 이용할 수도 있다. 그것이 도시 속에 공원이 있고, 공원 속에 도시가 있는 것이다.

청계천도 마찬가지다. 청계천이 들어가면 그 주변이 좋아질 것을 예상하고, 주변을 미리 확보해놓았다면 난개발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미리 다 계획할 수 있다. 비싼 땅은 써야 한다. 그라운드 레벨은 못 들어가게 필로티로 처리하고, 청계천의 길은 데크를 오버해서 길 면적을 늘리면 그 옆에 테라스 카페를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비오면 강이지만 마르면 테라스가 되는 것이다. 민간 기업은 이런 생각을 하는데 정부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한다.

땅이 있고 2조원이라는 돈이 있으면 10조원으로 늘릴 방법을 생각해야지, 오히려 적자를 내선 안 된다. 국민 세금 받아서 국가 살림을 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조경인들에게
조경인들은 다이내믹하게 바뀌는 여건에 적응을 잘 해야 한다. 과거 건설붐, 주상복합 붐, 정책주도 사업으로 부상했었으나 이제는 자기 힘으로 헤쳐 나가야 한다.

조경은 건축이 비해서 늦게 부상한 학문이다. 건축은 로마시대부터 있었으나 미국 만해도 조경은 130년 정도이고, 한국은 40년밖에 안 된다. 결국 우는 애가 젖 얻어먹는다고, 조경의 일에 대해 자꾸 담론화하고, 조경가는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자꾸 보여줘야 한다.

농림, 산림, 건축, 수자원 등 각자 자기의 일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이것은 건강한 현상이다. 어느 분야든 일 잘하면 왕이다. 따라서 조경계는 잘못 움직이면 다른 영역에 자꾸 밀려간다. 그러니 조경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장래성이 있고 국가의 기본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앞으로 도시화는 계속 될 것이고, 도시가 잘 되고 안 되는 거에 따라 조경이 국가 경제와 국가 환경발전에 기여하느냐 안 하느냐 라는 문제가 나온다. 도시를 계획할 때, 도시계획가, 토목가가 다 해놓고 나중에 조경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구성하고 재생하는데 적극적으로 들어가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경은 녹색 안에만 있지 말고 도시 전체를 봐야 한다. 작게는 쌈지 땅이나 골목길 계획, 크게는 인프라 구조, 한강보호, 모든 아파트의 옥상녹화가 있다. 이런 것들은 조경이 건축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조경은 설계실에 앉아서 그림 그리는 작업뿐만 아니라 시민참여를 주도해서, 한편으로는 생태적이고 지속적인 설계를 하고, 한편으로는 누구든지 평등하게 조경의 혜택을 받도록 환경을 민주화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기계적인 생각은 버리고 소프트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스펙태클하고 쇼케이스 같은 조경보다는 Public Space, 골목길과 같은 곳을 Everyday Landscape로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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