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경관으로 중심이동...조경가의 역할 확장 기대”

[인터뷰]성종상 조직위원장(ICOMOS ISCCL 2015)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5-11-03

ICOMOS-IFLA ISCCL 2015 국제심포지엄이11월 1일부터 6일까지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개최된다. ISCCL 와 IFLA 멤버 25 개국 해외 전문가와 국내 관련전문가 200여명이 해녀박물관과 돌문화공원으로 모인다.


ICOMOS ISCCL(International Scientific Committee for Cultural Landscapes)는 1970년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와 IFLA(세계조경가협회)가 함께 설립한 국제전문가단체로 전세계 문화경관 보호와 관리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ISCCL은 ICOMOS의 27개 분과위원회 중 하나로서 최근 관심과 논의가 확장되고 있는 문화경관 분야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자문기구이다.


올해 ISCCL 연례회의 개최지는 한국의 제주도이며, 조직위원장으로는 성종상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  ICOMOS 한국위원회 집행위원)이 위촉돼 지난 1년간 구슬땀을 흘리며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성종상 조직위원장은 “ICOMOS 내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과거 박물관식 대상, 곧 유적이나 기념물 중심이던 것이 최근 들어 경관쪽으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에 세계문화유산의 등재와 관련한 조경 분야의 전문활동이 더 많이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성종상 조직위원장(ICOMOS ISCCL 2015)


ICOMOS ISCCL은 무슨일을 하는가?

ICOMOS와 IFLA가 공동으로 설립한 ISCCL(문화경관 위원회)은 조경분야에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 ICOMOS는 세계문화유산의 등재와 심사 등을 담당하는 유네스코 자문기구로, 세계문화유산을 등재하기 위해서는 ICOMOS의 평가를 반드시 거쳐야 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 조직이다. 그 중 다수의 조경가가 참여하는 문화경관 위원회는 역사, 문화, 예술적 요소가 들어있는 경관과 공원, 정원 등을 다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ISCCL에 우리나라 조경분야의 참여는 그다지 높지 않았던 것 같다. 현재까지는 1명(성종상 교수)이 활동하고 있지만, 이번 회의 개최를 계기로 한국 위원의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고무적이다. 경관을 다루는 전문가로서 조경인들이 적극적으로 ISCCL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ICOMOS ISCCL 환영연에서 해녀 공연에 외국 전문가들이 함께 즐기는 모습(11월1일)



2014 ICOMOS ISCCL 행사 단체사진



개최지를 제주도로 선정한 이유는?

최근 문화경관에 대한 관심과 논의는 역사문화경관뿐만 아니라 농촌, 지역 등의 일상 및 그 삶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제주도에서 개최되는 이번 회의가 갖는 의미는 좀 특별하다. 특히 제주의 돌 문화와 농촌경관은 섬이라는 환경에서 오랜 시간동안에 걸쳐 형성되어 온 문화적 특질과 의미가 깊고, 그 독특성과 고유성에서 국제적으로도 충분히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 낼 수가 있는 귀한 문화자원이다. 이미 밭담이 세계농업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긴 하지만, 그것만 아닌 다양한 돌문화 자원을 국제적인 안목과 기준에서 문화유산적 가치를 찾아내고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이번 회의에는 그 동안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 등재와 심사과정에 깊이 관여하는 전문가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들에게 미리 제주도의 돌문화 경관 자원의 가치와 의미를 몸소 체험하게 함으로써 추후 있을 수도 있는 세계문화유산 신청 과정에 대비하여 사전 교육 및 홍보를 하는 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제주만의 고유한 문화경관을 보여 줄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다보니, 행사장소를 해녀박물관과 돌문화공원으로 선정했다. 현대적 장치와 환경을 갖춘 전문 컨벤션 센터가 있지만, 그보다는 ISCCL 위원들에게 제주만의 특별한 문화경관의 속내를 더 깊게 알려 주려는 의도에서 조직위원회에서 부담해야 할 수많은 불편함과 수고를 무릅쓰고 장소와 식당 하나까지 섬세하게 기획하려고 했다.



국제행사를 준비하며 어려웠던 점은?

개최지가 확정된 이후, 가장 큰 숙제는 예산확보였다. 제주도청은 물론이고, 외교부와 문화재청, 심지어 지역 회사로부터 후원을 받기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특히 이번 회의는 제주도 특유의 돌문화와 농촌경관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으므로 제주도의 문화적 역량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관심과 참여도가 낮았고 예산지원도 매끄럽게 이뤄지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행사일에 가까워지면서 지역에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아져 고무적인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ISCCL 회의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흔쾌히 예산을 지원해주신 외교부와 문화재청, 그리고 제주도청 등과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해주신 국정원, 한국유네스코위원회, 지역내 단체와 기업들 – 제주돌문화공원, 제주해녀박물관, 제주샘주, 제주감귤과즐, 한라오메기떡, 오설록, 여미지식물원 등- 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또한 지난 1년 여 이상동안 이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함께 고생해온 연구생과 환경대학원 식구들에게도 이 자리를 통해 감사를 전하고 싶다.



행사준비가 쉽지 않았는데, 그러한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지난 7월 일본 나가사키의 하시마섬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ICOMOS 한국위원회 위원들은 너나없이 많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조선인 강제징용의 쓰린 역사적 아픔을 지닌 그곳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점도 그러하지만, 그보다 더 안타까웠던 것은 그 사안에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와 대응이다.


일본은 꽤 오랜 기간 동안 면밀하게 준비하여 나름 정상적인 절차를 걸쳐 하시마섬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코모스의 등재권고 결정이 떨어지고 나서부터 정부와 언론이 함께 나서며 개입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 과정과 경위가 어떠했던 간에 국제 이코모스 위원회의 등재권고 결정은 국제적인 절차와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결정이 난 후에 대통령과 총리까지 갑자기 적극적으로 나서서 반대하는 모습은 국제사회에 자칫 좋지 않은 모습으로 비치기 쉽다는 점에서 우리의 대응태도를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만약에 처음부터 ICOMOS 한국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제기한 이슈에 정부가 충분히 귀를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주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없지 않다. 그러했다면 군함도가 국제적인 절차를 제대로 밟기 전부터 우리 측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정연한 논리와 대안을 갖고서 이코모스라는 국제기구 내에서 대응할 수가 있었을 것이다.


한국 이코모스 위원 중에는 군함도 등재의 문제를 제기했던 분들이 있었지만, 당시 우리 사회와 정부에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에 일본에서는 치밀하게 준비하고 전략적으로 처리해 나갔던 것이라 할 수가 있다. 문화라는 것이 결코 하루 아침에 형성,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고 보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아니라 긴 시간을 두고 비전과 전략을 세워서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국가적인 지원 아래 활동하는 일본과 중국은 UNESCO와 ICOMOS 내에서 높은 위상을 갖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가적인 지원보다는 개인 차원의 대응으로 겨우겨우 소극적인 참여로 버텨 나가고 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ISCCL회의 유치와 준비에 총력을 기울였던 이유는 국제적 모임을 우리가 주관하여 성공적으로 치뤄냄으로써 한국의 문화적 역량을 과시하고 국제적 위상도 높이고 싶었다. 또 제주의 독특한 문화경관을 세계문화유산적 관점에서 그 가치와 의미를 알리고 싶다는 바람도 중요하게 작용됐다.





제주돌문화공원(사진 나창호)



마지막으로

‘세계유산’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웅장한 역사 유적이나 건축물 등을 연상한다. 그러나 최근의 세계문화유산은 지역(농촌)과 사람의 삶까지 포괄적으로 다루면서 범위를 늘리고 있다. 특히 제주도의 돌, 농촌, 해녀 등의 문화는 독특한 삶의 경관으로서 새로운 문화적 가치로 해석할 가능성과 잠재력이 큰 소중한 자원이다.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를 ‘삶의 경관 다시 돌아보기-일상과 연계된 경관(Re-thinking Lifescape : Linking Landscape to Everyday Life)’으로 정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굳이 박물관 혹은 문화재 수준의 거창한 대상만이 아니라 우리 생활 주변의 일상경관의 가치와 의미를 재발견할 필요가 있고, 그 과정에서 조경가가 맡아야 할 역할이 결코 작지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글·사진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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