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의 신대륙, 가상현실

새로운 조경의 가치와 정의, 가상현실 분야
라펜트l유승우 녹색기자l기사입력2015-12-03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던 1970년대, 사회간접자본을 한시 바삐 갖추려는 크나큰 토건 산업이 전국적으로 이루어지던 시기, 급속한 사회의 발전으로 인해서 나타난 다양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들어왔던 ‘조경’은 토목, 건축과 함께 국토 개발의 한 축을 당당히 맡으며 성장해 왔다.


하지만 도입 후 40여 년이 지난 작금의 조경은 자격기준 확대와 경기불황으로 진통을 겪고있다. 조경 위기도 수년 전부터 언급돼 왔다. 그래서인지 최근엔 조경의 다각화와 다변화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이것은 다시 조경만의 독자적인 전문성 찾기로 연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하룻밤 사이에 많은 것들이 변화되는 지식정보화 사회이다. 조경은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얼마만큼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일까?


이번 시간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고민하고 있는 조경학도들을 위해 조경을 기반으로 학문간, 산업간 융합에 도전하는 김익환씨를 만나보았다. 과거 라펜트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지만, 학생입장에서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인터뷰] 김익환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박사과정)


새로운 조경의 가치와 정의, 가상현실 분야


간략한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한국과학기술원의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진행 중인 김익환이라고 합니다. 학부와 석사는 조경 설계와 경관학을 전공했으며, 지금은 ‘VR(Virtual Reality)에서의 경관 설계방법론’ 그리고 ‘게임에서 활용된 VR에 대한 경관학적 정의’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VR은 무엇이며, 조경은 이것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수 있나?
어떠한 새로운 매체가 개발되면 그것은 사회와 시장에 신속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침투하기 위해 가장 자극적인 형태를 띠고 유통되기 시작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VR의 경우, 현재 게임의 형태를 취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소수의 실험적인 성격의 프로젝트나 사업 등이 진행되었고,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VR의 가장 주된 시장이자 활용은 게임 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게임 시장의 규모는 아주 커지고 있고요. 당장 우리나라에서 외화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수단만 하더라도 자동차나 휴대폰, 혹은 반도체가 아닌 게임입니다.


다만 문제점이 있다면, 게임이라는 매체는 현실과 이원화되어 독립적인 하나의 환경과 세상을 조성하고 그 안에서 사용자들이 각종 행태를 취하며 쾌감을 얻는 수단인데, 그 환경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인원들이 아직까지는 평면적인 시각디자이너나 그래픽 디자이너라는 점입니다.


3차원으로 구현되어 상호교환적인 행위가 일어나는 공간인만큼 해당 공간을 조성함에 있어서 경관학적인, 조경적인, 건축적인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지만 현재 시장을 그러한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지요. 지금 당장은 어찌보면 굉장히 예민한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VR 공간을 구현하는 현재의 인력은 기술의 발전을 쫓지 못하고 있는 형태이지요.


하지만 향후 수년 후에는 공식적으로 VR 공간을 조성할 수 있는 실공간 설계가의 시장 수요가 생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상황이 도래하면 공간을 다루는 어떠한 학문들보다 조경이야말로 VR을 품기에 무리가 없을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해당 영역에 대한 탐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되겠지요.   



가상공간


조경전공자가 VR 분야에 진출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과거 라펜트와 인터뷰 이후, 몇몇 학생들로부터 연락이 왔었습니다. ‘해당 영역을 탐하려면 어떤 기술들을 필요로 하느냐’, ‘무엇을 배우고 어디를 가면 되겠느냐’라는 질문을 수차례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각종 프로그램 코딩이라던가 모델링 등의 기술에 대해 논하더군요.


저는 조금 생각이 다른 것이, 그러한 기술적인 요소들은 표현의 수단일 뿐이며 그 수단은 시간의 흐름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러한 기술적인 부분에 능통한 인원들은 그래픽이나 컴퓨터 공학 등의 영역에서 이미 지금도 수없이 많이 양성되고 있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기술들을 어떻게 응용하고 활용하여 사용자에게 만족감을 제공하는 최적의 공간을 설계할 것인가’하는 설계능력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설계 능력은 조경이라는 영역이 제공하는 강력한 요소 중에 하나입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조경이 아닌 이러한 새로운 매체에서의 조경과 공간설계를 하고싶다면 오히려 더더욱 전통적인 조경 그 자체에 대한 가치를 쫓고 배우는 것이 옳지 않을지 조심스럽게 말씀드립니다. 


앞으로의 지향점은?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CPU 기술의 발전 속도는 제곱한다는 뜻이지요. 휴대폰을 예로 들면, 수년전만 하더라도 휴대폰에서 텔레비전이라던가 각종 동영상, 음악 등이 이렇게도 자유롭게 재생되고 그 사용도가 높아지리라고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게임에 구현되는 배경의 상호교환성이나, 그래픽의 정밀함 정도는 매년, 매달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요. 그리고 단순히 평면적인 모니터에서 키보드나 마우스와 같은 부가적인 입력수단을 거쳐 플레이하던 게임이 이제 AR이나 몰입형 디스플레이로 보다 발전하고 있습니다. 미래엔 어쩌면 저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그리고 급진적으로, VR의 가치와 위상이 실공간의 그것과 동일하거나 심지어는 초월하는 때가 나타날 것입니다. 그럼 조경가나 건축가등과 같은 실공간 설계가가 VR에서 공간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것이 아주 당연한 시기에 도래하겠지요. 저는 그러한 시기가 왔을 때, 보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조경학적인 도구와 발상으로 해당 영역을 설계하길 바랍니다.



조경자격기준 확대를 비롯한 대내외 요인으로 조경학과 학생들이 진로선택에 혼란을 겪고있다.

혼란스럽지요. 저도 혼란스러웠습니다. 일선에 계신 실무자분들과 학생 분들의 당혹감은 어느 정도일지 쉬이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분명 정책상의, 그리고 많은 정치적인 요소들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불가항력적인 요소들도 있었겠지요. 그래도 솔직히 많이 분한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제가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앞서 언급했듯, 이런 시기인 만큼 오히려 새로운 영역에 대한 적극적인 도전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점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았을 때 현재 VR과 게임만큼 조경과 잘 맞는, 그리고 그 수요를 요구하고 있는 검증된 시장이 없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많은 학생 분들과 실무자 분들에게 있어서 게임이라는 매체가 낯설고 혹은 각종 선입관을 갖고 계심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이라는 매체 역시 결국 하나의 수단일 뿐이며, 궁극적인 지향점은 VR이라는 공간 그 자체입니다. 수세기 전 신대륙을 찾아 항해를 하던 탐험가들이 있었다면, 지금 여러분들은 새로운 차원을 찾아 나설 수 있는 세대입니다.


지금의 상황에 대해 소모적인 논쟁을 뒤로 하고 보다 거시적인 시야로 앞을 향해 과감히 나아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항해를 시작함에 있어 당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무엇을 준비해야할지 막막하시다면 언제든 제게 연락을 주세요. 저 역시 한창 파도와 싸우고 있는 만큼 많이 지치고 힘겨운 것이 사실이나, 보다 많은 분들과 이 여행을 같이 하고픈 바램입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과거 사람들은 낮은 취업율과 활용도로 소위 기초학문이라 불리우는 인문학의 위기를 말했다. 그러나 지금 인문학은 다른 학문과의 결합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변화를 수용해 가고 있다. 국어국문학과는 문화콘텐츠 학과로, 정치외교학과와 문헌정보학과는 통계학과 결합으로 활로를 찾고있다. 융합이 지금 조경이 대면한 모든 문제의 처방이 되지는 않겠지만, 충분히 고려할만한 화두일 순 있다.
이번 인터뷰는 불안한 미래로 암울한 현재 속에 고민하는 조경학도들에게 폭넓은 선택지를 보여주기 위해 처음 준비됐다. 조경자격기준 확대와 경기불황에 지치지 않기를 응원한다.

_ 유승우 녹색기자  ·  경북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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