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초화류디자인

손관화 논설위원(연암대학교 화훼디자인계열 교수)
라펜트l손관화 교수l기사입력2016-05-26
초화류디자인



글_손관화 교수(연암대학교 화훼디자인계열 가드닝전공)


봄이 되면 전국 각지에서 유채꽃, 매화, 산수유, 벚꽃, 철쭉, 장미 등 여러 봄꽃 축제가 열리고, 또 꽃박람회나 꽃나들이 축제가 펼쳐진다. 국내 지역별로 열리는 봄꽃 축제는 그 지역의 주요 꽃이 개화하는 시기에 맞추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인위적으로 조성되는 꽃박람회나 꽃나들이 축제는 대부분의 봄꽃이 개화하는 4월말부터 5월초에 이루어지는데 대략 튤립 개화시기에 맞추어져 있다. 물론 이 시기에는 튤립뿐만 아니라 많은 종류의 봄꽃들이 개화하기 적절한 때이고 꽃박람회를 빛내기 위해 튤립은 중요한 꽃이다.

작년에 국내에서 가장 큰 꽃축제인 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 식재되는 초화류의 종류를 조사해보았고, 며칠 전 한 번 더 조사를 하였다. 2주 정도 열리는 꽃박람회를 빛내기 위해 식재되는 식물은 화려한 꽃을 피우는 초화류가 중심이 되는데, 대부분 초화류는 개화시기를 조절하여 꽃박람회 기간에 개화하도록 재배한 원예품종이다. 또 초화류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은 한국에서 꽃박람회에 이용되는 꽃들은 원래 용도와는 상관없이 그 시기에 꽃피고 있는 한국의 식물이 총동원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꽃박람회의 다양한 디자인에서 본 꽃들을 일반인들이 자기 집에 식재하면 의도한 바와 다른 결과가 생기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작으나마 정원 관련된 정책이 시행되었고, 경연대회, 행사, 박람회 등이 개최되며 사람들에게 정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원을 가질 수만 있다면 어떤 규모와 스타일의 정원이라도 좋겠지만 역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정원은 꽃으로 가득 찬 정원인 것 같다. 그래서 꽃으로 가득 찬 꽃축제나 꽃박람회, 식물원이나 수목원의 인기가 매우 높다.

정원에서 나무의 꽃은 매년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에서 피지만 초화류의 꽃들은 매년 월별로 개화기를 조절할 수 있어 정원을 색으로 변화시키고 꽃과 잎으로 향기와 먹거리도 제공해 줄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초화류를 많이 식재하는 몇몇 식물원을 제외하면 초화류 디자인에 대한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정원이나 공원, 거리변에 초화류를 가득 식재하여 꽃밭을 조성하는 외국과 비교하여 우리는 생각보다 꽃밭을 많이 조성하지 않는다. 문화적 차이에 의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기후로 인한 식생과 경제적 여건이 가장 큰 이유일 것 같다. 봄에 초화류의 종자나 묘를 구입하여 꽃밭을 조성하면 6월초까지 아름다운 꽃밭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런데 6, 7월에 장마가 시작되어 한꺼번에 비가 쏟아지면 키가 큰 종류부터 넘어지고 퍼져 장마가 끝나도 일어나질 못하게 되고, 잡초가 정원을 뒤덮어 버린다. 농원에서는 키 작은 식물 중심으로 초화류를 생산하고 있다. 델피늄도 왜성종이 출하되어 정작 키 큰 델피늄은 구하기 어렵다. 더구나 키 큰 종류는 아예 구입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대량으로 이용되는 것은 계약재배로 생산되니 일반인들이 화훼시장에 가면 구매하기에 초화류의 구색이 맞지 않는다. 
 
매년 학생들과 학교 부근 지역에서 가드닝 전시를 한다. 대부분 초화류 중심의 작은 정원이나 꽃밭 을 만들어 사람들이 손쉽게 가드닝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화훼시장에 초화류를 구매하러 갈 때마다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 미리 계약재배 할 정도의 양도 아니고 미리 구매해 키울 여건도 아닌데 화훼시장의 초화류는 종류도 적을 뿐더러 키 작은 어린 묘를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어 키 큰 초화류를 디자인에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아름다운 디자인을 하기 어렵다. 또 운임을 아끼려면 규모가 큰 화훼시장 한 곳에서 구입해야 하는데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농원들을 찾아다닐 수 없기 때문에 더더욱 충분한 종류의 초화류를 구입하기 어렵다.

학생들 전시뿐만 아니라 실제 전문가들의 초화류 디자인도 한정된 종류, 가격, 구매처 등의 여건과 관련하여 더 나을 것이 없다. 도심의 가로변은 팬지, 메리골드, 살비아, 페튜니아 등 여전히 몇몇 종류로 식재되고, 지방의 도로변은 한국의 기후에 강한 야생화로 덮여있다. 꽃박람회는 키 작은 초화류 중심인 우리네 현실을 모자이크컬쳐와 같은 규모가 큰 조형물로 커버한다. 비교적 새로운 초화류는 식물원에서 자체 파종하여 재배하는 외국 신품종 초화류이다. 
  
조경가들은 워낙 대규모 디자인 작업을 하다 보니 세세한 초화류까지 신경 쓰지 못한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한 초화류 디자인은 기피 대상일 수도 있다. 개화기 도중에도 시든 꽃을 제거해야 하고 개화기가 끝나면 개체를 교체해야 하는 초화류는 비용이 발생하므로 어쩌면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아파트단지나, 공원, 가로변은 야생화나 값싸고 오래 꽃피고 관리를 덜 해도 되는 초화류나 관목으로 식재된다.

외국여행 시 아름다운 꽃밭을 많이 보고 다니던 사람들은 유럽 스타일의 꽃밭을 동경한다. 개인 정원이 없다면 주거단지를 비롯하여 거리변, 공원, 상업적 정원, 식물원 등에서라도 아름다운 꽃밭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정원문화의 중심에 있는 초화류 디자인의 발전을 위해 관련업체들의 관심이 중요할 것 같다. 물론 그 중심에는 전 국민의 가드닝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있어야 한다.


2016 고양국제꽃박람회, 2016 가드닝 전시(연암대학교 가드닝전공)


영국 할로카 가든의 플라워가든


영국 큐가든의 라벤더 베드, 한택식물원의 백합 플라워베드
글·사진 _ 손관화 교수  ·  연암대학교 가드닝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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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sohn@yo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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