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병·박상규, 그들이 들려주는 ‘겸업’이야기

빅바이스몰, 관객참여형 잡담회 ‘BIG TALK’ 개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6-05-27


지난 25일(수) 저녁, 서울 시청근처 스페이스 노아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남자가 입을 열었다. 스스로의 직업을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다는 이 사람들은 임태병 문도호제 대표와 박상규 수풀리안 대표다.

어반 플랫폼 빅바이스몰의 프로젝트 관객참여형 잡담회 ‘BIG TALK’의 이번 주제는 ‘도시 그리고 생존: 겸업, 미필적 고의에 의한’으로 겸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임태병 문도호제 대표

임태병 문도호제 대표는 자기소개서 직업란에 ‘건축가’라는 이름을 가장 먼저 써넣었지만, 현재는 ‘어쩌다 가게’와 ‘막다른’의 기획자, 혹은 카페 주인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그는 겸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건축사무소에 몸담고 동안,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여러 콘텐츠가 무조건 ‘건축’이라는 형태로만 풀어내야 했던 것이 답답했다”고 설명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건축뿐만이 아니라 글, 인테리어, 그림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맞는 사람들과 시작한 것이 홍대에 카페를 차리는 일이었다.

그는 “겸업이 더 큰 경제적 부를 가져다주진 않는다. 그리고 겸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다. 다만, 겸업을 위해서는 ‘레퍼런스(reference)’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러 카페를 직·간접적으로 운영하면서 쌓인 인맥과 경험은 직업적인 시야를 넓혀주는 계기가 됐다. “일을 하면서 네트워크 확장이 이루어졌고, 어느 순간 이 네트워크가 모아지는 상황이 왔다. 어쩌다 보니 겸업을 하게 됐다.”

‘어쩌다 가게’도 개인적 친분관계를 확장할 목적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이슈화되어 널리 알려졌다. ‘어쩌다 가게’는 2층짜리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공유공간이다. 셰어하우스를 꿈꾸던 그에게는 이 공유공간에 대한 발상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다 가게에는 맛집, 서점, 수제화가게, 미용실, 실크스크린 작업실 등 다양한 매장과 공방이 하나로 뭉쳤다. 

임태병 대표는 겸업의 키워드로 ‘협업’을 꼽았다. 혼자서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없기에 그는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일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같이 하는 팀원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물론 파트너십에 대한 감수성은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느슨하게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파트너와 나 사이에 어느 정도의 간격이 있어야 유연한 네트워크가 될 수 있고, 거기서 파생되는 관계들로 재미있는 일들을 한다”는 것이다.

한남동에 위치한 ‘막다른’은 1층, 2층 총 6개의 스튜디오 가운데 하나만 상업시설(카페)이고 나머지는 사무실이다. 임 대표 원래 목적대로 개인적으로 친분관계로 꾸려진 공간이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느슨한 협업의 초기 형태가 ‘막다른’이라고 말한다.

그는 탐나는 겸업 아이템으로 ‘기획’을 꼽았다. 젊은 건축가 시절 “공간을 구성할 때 공간 안에서 프로그램이 작동되는 기획력까지 갖춰야 한다. 그게 공간디자인이고 건축가다”라는 가르침을 받았으며, 이것이 현재 어떤 성격을 가진 건축공간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일로 발전하기도 했다.

박상규 수풀리안 대표

한편 본인을 도토리라고 소개하는 박상규 수풀리안 대표는 관공서나 업계 사람들을 대할 때 ‘조경인’이라고 소개하지만 사실 정체성이 조경에 있지만은 않다.

그가 운영하는 수풀리안은 도시에서도 숲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의지가 담긴 이름이다. 그는 숲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는 도토리나무(참나무류)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도시에서도 가장 많아져야 하는 나무가 참나무류(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라고 생각을 한다.

나무 하나만으로 숲이라 부르지 않는 것처럼 숲은 혼자가 아니다. 그런 숲과 닮은 그는 공동체사업과 사회공헌활동에 관심이 많다. 심지어 수풀리안 문을 열자마자 사회공헌팀을 만들 정도이다. 그는 스스로를 “현재 마음이 그곳에 있다면 당장 실행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2008년부터 1년에 한 번씩 시민단체와 함께 숲을 만드는 일을 해왔다. 대부분 꽃이 있고, 큰 나무를 가져다가 구덩이를 파놓으면 시민이 와서 나무를 ‘꽂는’ 형태로 진행됐다면 박상규 대표는 도토리를 만 원에 팔고 집에서 키운 후 이듬 해 가져와 묘목을 심자는 주의다. 같은 나무를 심어도 직접 키워야 내 나무라는 인식이 생기고, 그것이 관심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이런 방식으로 도토리 키트를 만들어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이밖에도 길 가는 사람이 물을 한 번씩 주자는 ‘어쩌다 물 한 번’, 농업으로 생산된 작물을 판매하는 ‘오고가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그는 겸업에 있어 중요한 것은 ‘된다고 생각하는 태도’에 있다고 한다. “대부분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안 되는 이유부터 찾는다. 그러나 안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그 일에 대한 생각조차 사라진다. ‘된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있어야 겸업도 가능하다”고.

박상규 대표는 탐나는 겸업 아이템으로 ‘펀딩’을 꼽았다. 훗날 도토리재단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죽어가는 나무들 중 참나무류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참나무류들을 살려서 복원녹화 하는데 사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수익금의 일부는 불법으로 수목을 굴취 하는 것을 반대하는 단체에 후원을 하고, 일부는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고, 일부는 북한사업을 하는데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어반 플랫폼 빅바이스몰은 관객참여형 잡담회 ‘BIG TALK’를 개최하고 있다. ‘BIG TALK’는 도시와 공간, 사람과 지역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와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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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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