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시 환경상 수상한 대학생단체 ‘KULA’

“학생의 자발적 사업참여는 조경을 깊이 아는 소중한 경험”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6-06-12
지난 2일(목) 서울의 환경을 맑고 푸르게 조성하는데 기여한 공이 큰 개인·단체·기업에게 격려하고자 1997년부터 매년 시상하고 있는 ‘서울특별시 환경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총 5개 분야 21명이 수상한 가운데, 이중 눈길을 끄는 대학생 모임이 있었다. 푸른마을분야 우수상을 수상한 ‘KULA’이다.

고려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 두 학교의 조경전공자들로 구성된‘KULA’는 회기로23나9길 일대 전신주, 노후벽을 정비해 화단 등 조성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두 학교가 함께한다는 것도 독특한데, 자발적으로 서울시의 사업에 참여했다는 점에서도 기자의 관심을 끌었다. 이 팀을 만나 소감과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016 서울시 환경상 수상 ⓒKULA

KULA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KULA는 고려대학교 조경연구회 학생들과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학생들이 20명가량 모여서 이뤄진 단체입니다. KULA는 실제로는 Korea University Landscape Architecture로 고려대 조경연구회의 약자인데요, 저희가 단체가 사업 공모를 할 때 단체증이 고려대 조경연구회에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단체명을 KULA로 제출했습니다.

저희가 참여한 ‘2015년 주민참여 골목길 가꾸기 사업’은 단체가 일정 수 이상의 인원이 있어야 수월하게 진행을 할 수 있어요. 저희 조경연구회 인원만으로는 원활하게 진행하기에 부족했죠. 그래서 주변 대학교인 서울시립대의 조경학과에 연락을 해서 같이 하자고 제안했고, 두 학교의 학생들이 모이게 됐어요. 골목길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정말 자주 만났고 친해졌답니다.

또한 이 사업에는 조경 전문가가 필요했는데요, 저희 단체의 전문가로 서암조경공사의 박현심 기술사님과 선진엔지니어링의 길준호 기술사님이 참여하여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KULA 멤버
이정철(고려대), 박현심(서안), 길준호(선진엔지니어링), 박근혜(고려대), 조재현(고려대), 서경덕(고려대), 손경영(고려대), 차유진(고려대), 이창희(고려대), 김재민(고려대), 김은수(고려대), 김초혜(고려대), 한지연(시립대), 이선균(시립대), 김두영(시립대), 김세진(시립대), 강서영(시립대), 송시원(시립대), 이명철(시립대), 이재민(시립대), 임다섭(시립대), 임진수(시립대), 정혜승(시립대), 최재찬(시립대), 강재우(시립대), 김소영(시립대)
환경상을 수상하셨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2015년 주민참여 골목길 가꾸기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은 어떤 이익을 바라거나 공로를 인정받기 위해 참여하는 사업은 아닌데, 이렇게 작년에 흘린 땀과 노력이 인정받아 환경상을 받게 되어서 뿌듯하고 기쁩니다.

회기로23나9길 일대 전신주, 노후벽을 정비해 화단을 조성한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 프로젝트는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2015 주민참여 골목길 가꾸기 사업 공모’에 저희 단체가 지원을 하고 그 공모에서 당선이 되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저희가 동대문구 회기로23나길에 관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서울시청에 공모를 했습니다. 그 사업계획서가 공모에서 당선이 되어서 계획서를 바탕으로 동대문구청과 함께 사업을 진행해 나갔습니다.

어떤 콘셉트로 어떻게 진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콘셉트는 ‘메아리길’ 이었어요. 저희가 다 같이 대상지도 여러 번 가보고 회의도 진행하면서 콘셉트를 잡기위해 노력을 했었는데요. 이 골목길이 경희대학교 학생들이 많이 하숙을 하는 골목길이라는 것을 알아냈어요. 그런데 골목길 전체가 회색빛으로 어둡고, 쓰레기도 많아서 이러한 점을 개선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이 골목길을 밝고 활기차게 가꾸어 많은 사람들이 골목에서 소통하고 대화를 함을 통해 맑고 푸른 메아리가 울리기를 바라는 마음에 콘셉트를 ‘메아리길’ 로 잡았어요.

어떻게 시공할지 계획이 완료되고 나서 일단 처음으로 플랜터 시공부터 시작했어요. 벽돌로 플랜터를 만들었죠. 미리 모자이크 업체에 시안을 넘기고, 다음으로 계단과 벽면에 타일 모자이크 작업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전체적인 페인트 작업도 진행했어요. 식재는 하루 날을 잡아서 완료했고요. 이후 계단 쪽에 아치형 진입문과 옹벽작업도 진행했어요. 마지막으로 솟대를 세우고 입구 현판과 벽들에 주제에 맞는 인사말을 새긴 푯말을 달았습니다.



메아리길 ⓒKULA

작업 중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사업진행 초기단계에 주민설명회를 실시했어요. 미리 주민설명회를 알리는 현수막도 걸어두고 집집마다도 초대장을 붙여놓았죠. 주민설명회를 통해 저희의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주민분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여 진행해 나가고 싶었어요. 많은 준비를 하고 나서 주민설명회를 하러 갔는데, 아쉽게도 그날 주민분들이 단 한분도 나와 주시지 않으셨어요. 많은 실망도 했지만 저희는 주민분들의 입장에서 왜 아무도 안 나오셨을 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 동네에 살지도 않는 대학생들이 찾아 와서 이 골목길을 꾸미겠다고 나서면 어떤 느낌일지도 생각해보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어떻게 나아가야 될지에 대해 많은 회의를 거쳤습니다. 이후 더 가꾸어진 계획서를 꾸리고, 골목길에서 지나다니시는 주민분들에게 저희가 먼저 다가가서 하나하나 설명해드리면서 의견을 듣고, 설득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점점 제대로 된 모양이 갖춰지니 주민분들도 저희를 인정해 주시더라고요. 심지어 도와주시기도 하고, 같이 나와서 수다를 떨기도 하고, 더운 날씨에 수고한다며 음료수, 다과도 주시더라고요. 사업이 완료되고 결과물이 나오니 주민분들은 물론이고 이 골목길을 지나가시던 시민 분들도 많은 칭찬을 해주셨어요. 많은 칭찬을 받았을 땐 정말 뿌듯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주민과의 소통을 통한 서로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번 프로젝트 말고 진행하셨던 프로젝트가 있나요?

회기로23나길 골목길 가꾸기 사업을 진행할 때 저희가 맡은 대상지가 하나가 더 있었어요. 바로 청량중학교 옆에 있는 동대문구 청량리동 제기로 33길 35번지에서 왕산로 51길 29번지까지의 골목길이에요. 이 골목길은 ‘별헤는 길’이라는 콘셉트로 진행이 되었고 저희 단체 학생들은 이 별헤는 길 또한 매력 있고 예쁘게 완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별헤는 길’ 골목길은 청량중학교 옆쪽이고 주변에 한신아파트와 동대문사회복지관이 위치하고 있어서 골목길 중에서는 유동인구가 매우 많은 편이죠. 이 골목길의 포인트는 중앙부의 높은 계단이에요. 노출된 콘크리트와 이를 덮고 있는 담쟁이들이 상당히 운치 있고 예뻤죠. 좁은 폭이고 골목길 양옆이 높은 옹벽과 계단으로 둘러싸여있어서 어두운 편이었는데, 저희는 이곳에 별을 주제로 소망과 희망을 가진 밝은 분위기를 집어넣고 싶었어요. 노을 지는 부엉이벽, 저녁나절 부엉이벽, 도시로 내려온 밤풍경, 은하수가 내리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별헤는길을 걸으며 어깨를 무겁게 했던 고민들을 잊고 새로운 하루를 열 수 있는 골목길이 되길 바랍니다.




별헤는 길 ⓒKULA

학생 신분으로 관련 프로젝트를 찾아서 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학생이 이와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서울시 주민참여 골목길 가꾸기 사업은 참여하는 단체는 비영리단체이여야만 하듯이 금전적인 이익과는 상관없는 사업이에요. 어떻게 보면 어떤 사람들이 보기에는 정말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열정페이 사업이 될 수도 있죠. 오랜 시간 동안 밖에서 실제로 삽도 들고 시공하시는 선생님들이랑 같이 땀도 흘려가면서 일을 해야 하니 힘들기도 하고요. 하지만 조경을 배우는 학생입장에서는 이 사업만큼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기회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학교에서 책상에 앉아서 조경을 배워요. 컴퓨터에다가 조경을 그리고요. 학교에서 배우는 설계는 설계만으로 끝이 나는 빈껍데기 프로젝트죠. 하지만 이 사업은 실제로 계획에서 시작해서 설계도 저희가 하지만 무엇보다 현장에서 시공, 추가적으로 관리도 저희가 해요. 학교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내용이죠.

또한 현장에 있으면 많은 시민들이 의견을 내주시기도 하고 불평불만도 제기해 주세요. 이러한 민원도 듣다보면 정말 조경이란 분야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알게 됩니다. 졸업 후 현업에 종사하게 된다면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죠. 이 사업을 통해 배운 경험, 이 경험이 정말로 저희에게는 소중하고 중요한 거 같아요.

조경학과 학생들은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모든 학생들이 다 하는 취업걱정이 일단 겉으로는 제일 커 보여요. 또한 여기저기서 조경, 건축계가 불황이라는 말도 많이 들려오곤 하니 학생입장에서는 많이 불안하죠. 거기에 추가적으로는 조경관련 기사나 잡지를 통해 조경계가 건축계나 토목계에 자리를 뺏기고 있다는 내용을 접하면 또 불안하고 고민스럽죠. 이런 상황에서 조경을 포기하는 대신 많은 것을 보고 배운 조경인이 되어서 저희가 했던 걱정들을 미래의 조경학과 학생들이 하지 않을 수 있게 노력해야 되는 거겠죠?

조경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전국, 전 세계에서 많은 조경인 선배님들이 힘써주고 계시고 또한 전국에서 많은 조경학과 학생들이 조경을 배우고 있어요. 외국에 비해서는 우리나라에서 조경의 입지가 작다는 것, 힘들다는 것은 학교에서의 듣고 배움으로 많이 느낄 수 있어요. 학생을 비롯한 모두가 다 같이 노력해서, 전 세계가 아는 조경하기 좋고 조경이 멋진 나라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메아리길 준공식 ⓒKULA



메아리길 작업과정 ⓒKULA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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