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조경가(造景家)를 춤추게 하자!

진승범 논설위원(이우환경디자인(주) 대표)
라펜트l진승범 대표이사l기사입력2016-06-14
조경가(造景家)를 춤추게 하자!



글_진승범 대표(이우환경디자인(주))

지난 5월 16일 영국에서 날아온 소식 하나가 문학계를 필두로 한 한국 문화예술계를 기쁨과 흥분으로 술렁이게 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우리나라의 소설가 한강(1970~  )이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라 일컬어지는 ‘맨부커상(Man Booker Prize)’의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보도에 관련분야는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도 관심을 표했던 것이다. 좀 더 정확히는 영국의 부커상 재단(Booker Prize Foundation)과 맨 그룹(Man Group)이 주최하는 맨부커상 중 영어로 번역 출간된 소설에 수여하는 ‘맨부커 국제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에 한국의 소설가 한강과 영국의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의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가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이다(본상이라 할 수 있는 맨부커상은 원작이 영어로 씌여진 소설에 수여하며, 국내에서는 노벨문학상·프랑스 콩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이라 불리고 있으나 사실 맨부커상 재단 홈페이지 어디에도 이에 대한 언급은 없다). 어찌 되었든 우리의 작가와 그의 작품이 국제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아 굵직한 문학상을 탔다는 것은 축하해 마지않을 일이며, 그 수고와 업적에 칭송을 보냄은 마땅한 일이다.

이를 계기로 국제적으로 작가 한강의 신작은 물론(《채식주의자》는 2007년 출간되었다) 한국의 다른 작가들의 몇몇 작품이 번역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하였고, 국내에서는 소설책의 판매가 증가하는 조짐을 보인다는 뉴스를 보면 ‘상(賞)’의 순기능을 새삼 곱씹어 보게 된다.

인접한 건축분야에도 우리가 잘 아는 상이 있어 전 세계 건축가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건축의 노벨상이라 일컫는 ‘프리츠커 건축상(Pritzker Architectural Prize)’이 그것이다. 1979년 시작된 이 상은 비교적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혁신성과 건축적 사고의 훌륭함을 기준으로 매년 ‘건축예술을 통해 재능과 비전, 책임의 뛰어난 결합을 보여주어 사람들과 건축 환경에 일관적이고 중요한 기여를 한 생존한 건축가’에게 수여함으로써 최고 권위의 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건축을 문화예술의 한 분야로 인식하게 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렇듯 그 분야에서 권위와 명예를 인정받는 상은 해당 분야 종사자에게는 성취의욕의 고취와 영광을 안겨주고, 대외적인 홍보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국제적 규모의 상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 조경계의 현실은 어떠한가? 조경에 종사하는 조경인들의 성취감을 높이고, 조경이 국민의 녹색복지에 기여하는 분야임을 알려 조경가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하는 시상제도가 존재하는 지, 물음에 답은 자명하다. 물론 (사)한국조경학회 주관 ‘대한민국 조경대상’을 비롯하여 몇 개의 시상제가 운용되고 있으나 그 대상과 내용면에서 대국민 홍보는 고사하고 조경계 내부의 관심과 인정조차 크게 얻지 못하는, 소위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조경상(造景賞)을 만들어 운용하는데 조경계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조경진흥법」에서는 ‘토지나 시설물을 대상으로 인문적, 과학적 지식을 응용하여 경관을 생태적, 기능적, 심미적으로 조성하기 위하여 계획·설계·시공·관리하는 것’을 “조경”이라 정의 내리고 있다. 이러한 조경활동의 결과물 중 국토환경의 질을 높이고 국민생활 향상에 기여할 만한 우수한 공간과 이의 조성에 관계한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에게 전 조경계가 인정하는 상을 수여하는 시상제가 필요하다.

상의 영예와 권위는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공정성에 전적으로 기초한다. 이를 위해서는 후보자 추천부터 최종 심사까지 조경계의 모든 분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상의 명칭 또한 ‘○○조경대상’식의 관(官) 주도형의 딱딱한 이름보다는 대국민 홍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친근한 것이 어떨는지? 별서정원(別墅庭園)의 상징적 인물의 이름 빌려 ‘윤선도상(尹善道賞)’이나 ‘양산보상(梁山甫賞)’ 등도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상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난 업적이나 잘한 행위를 칭찬하기 위하여 주는 증서나 돈이나 값어치 있는 물건’이다. 즉, 누구에게 상을 주는 목적은 ‘칭찬’하기 위함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는가? 뛰어난 조경가를 춤추게 하는 일에 인색해선 아니 될 것이다.
_ 진승범 대표이사  ·  이우환경디자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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