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16 쇼몽 페스티벌 출전한 한국인, 안지성 작가

“쇼몽을 통해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으로 생각의 폭이 확장됐다”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6-06-15

세계 3대 정원축제 중 하나인 2016년 프랑스 쇼몽 가든 페스티벌(International Garden Festival of Chaumont sur Loire)이 열렸다. 이번 쇼몽 페스티벌의 오픈행사는 장관 등 초대인원으로만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2,000여 명이 몰렸다.

 

이번 쇼몽에서도 한국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한국-프랑스연합팀이 선보인 ‘대단원을 위한 정원(Le jardin du dernier acte)’이 그것이다. ‘대단원의 정원’은 2250년이라는 시간적 설정을 두고 ‘자연 극장’을 찾아간다는 독특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한국인으로서 국제적 페스티벌에서 국위선양하고 있는 안지성 작가를 만나 쇼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안지성 작가


프랑스 조경가와 협업으로 쇼몽에 참가하셨습니다. 팀 구성이 독특한데, 어떻게 만나 구성하셨나요?

 

프랑스에서 같은 조경학교를 다녔던 친구들의 모임입니다. 모두가 학교를 졸업하고 각자 또 다른 대학원에 진학을 하거나 일을 했습니다. 그중 가장 멀리 간 친구는 캐나다로 간 친구들이었는데, 그 친구들이 귀국하자마자 쇼몽의 ‘다가올 세기의 정원(Jardin du siécle àvenir)이라는 테마를 보고 마음이 맞아서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은 다 프랑스인이고, 저만 한국인이었는데, 쇼몽에서는 한불 합작으로 팀을 구성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저는 면접에 참가하지 못했었는데도 국제적인 팀이라는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는지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조경을 공부했던 친구들이니까 분란 없이 재미있게 작업했습니다. 팀원 모두가 전부 조경을 베이스로 하고 있고, 두 친구는 캐나다에서 마스터 대학원을 다니면서 조경과 도시디자인을, 저도 한국에서 도시와 조경을 같이 했었습니다. 그러나 쇼몽은 대상지가 작고, 대상지 전체를 보기보다 할당된 부지만 활용하면 되기에 도시계획보다는 오로지 조경적으로만 접근했습니다.

 

팀 내 구성원들도 각각 잘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식재를 많이 아는 사람, 기술적인 것에 강한 사람, 프로그램작업을 잘하는 사람 등 서로의 강점에 따라 일을 분담했습니다. 저는 콘셉트 도출과 프로그램작업, 도면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마지막 시공은 다 같이 참여했고요.

 

‘대단원을 위한 정원’콘셉트가 독특합니다.

 

‘다가올 세기의 정원(Jardin du siécle àvenir)’이라는 주제를 보고 미래에 과연 정원이, 자연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우선은 두 가지 상이한 측면에서의 관점을 정했습니다. 자연이 도시를 점령하거나, 혹은 자연이 다 사라져버리거나.

 

지난해 COP21(Conference of the Parties. 제21차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도 열렸고, 점점 자연파괴가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을 알면서도 편리한 생활을 포기할 수 없어 계속 파괴해가고 있죠.

 

저희는 정원을 통해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자연을 보호하지 않으면 미래에 자연이라는 것이 아예 없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자는 방향으로 설정했습니다.

 

우리는 희귀한 것을 얻기 위해 대가를 지불합니다. 저희가 구상한 미래에는 자연이 희귀한 것이 되고, 이 자연을 보러가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을 도출했습니다. 자연을 보기위해 공연장을 찾아가고,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뼈대가 정해진 것이지요.

 

여기서 ‘우리에게 자연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봉착하게 됐습니다. 산일까, 바다일까, 평원일까. 유럽인들에게 자연의 대표적인 모습은 ‘숲’이었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숲의 모습을 구현하기로 했습니다.



대단원을 위한 정원 ⓒ안지성


전시에 있어서 어떤 부분에 특별히 신경을 쓰셨나요?

 

콘셉트가 다 정해지고 도면작업을 할 때, 공간을 어떻게 나눌까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쇼몽의 사이트는 총 20개정도 되는데, 모양이 거의 다 비슷합니다. 숲과 객석 두 공간으로 구분해야 하는 것은 명확한데, 입구에서 동선과 공간을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도면을 여러 번 바꿨었지요. 결국 숲에 비율을 많이 주고, 입구에서는 보이지 않다가 돌았을 때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 공간을 사선으로 구분했습니다. 멀리서 봤을 때는 입구가 막혀있습니다.

 

숲 영역의 식재도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나무는 5가지, 하층식재는 십여 종류를 식재했습니다. 특히 하층식재에는 숲에 사는 식물만이 아니라 사계절 꽃을 볼 수 있도록 꽃식물을 심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끼도 깔았습니다. 그런데 숲이 무성하면 이끼가 괜찮았을 텐데, 초기단계에서는 나무가 조금 덜 자라서 이끼가 일정부분 마르기도 했습니다. 예산 안에서 해결하기 위해 나무 값을 줄이려고 피기 시작하는 나무들로 구입했더니 이런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진짜 숲에 가져온 나무 밑둥이나 그늘이 진 곳에는 이끼가 많이 붙어있었고, 물을 줘서 살리긴 했지만 살리지 못한 부분도 있습니다. 여기서 또 한 가지를 배웠죠. 자연은 우리 마음대로 안 된다, 자연은 매뉴얼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대단원을 위한 정원 ⓒ안지성, 오진숙


이번 쇼몽 참가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쇼몽은 물론 국제적인 페스티벌이기 때문에 참가 자체에 의의가 있지만, 테마에 따라서 저희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면 컴퓨터로만 일을 해야 하는데, A부터 Z까지 모든 과정이 저희 손을 거쳐야 하고, 회사보다 훨씬 자유롭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프로젝트인 셈이지요. 이것은 저희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요.

 

제가 너무 좋았던 것은 쇼몽에서 다른 팀들을 만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조경가는 물론이고 예술가,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을 만나 그들로부터 무언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즐겁게 대화하고 토론하는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작업에 대한 이야기합니다. 마치 하나의 공공마을 같은 느낌입니다.

 

쇼몽을 통해 실제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해봄으로써 얻는 지식과 함께 만남으로 얻는 경험들은 귀하고 값집니다. 아무래도 다른 것들을 접하다보니 생각의 폭이 많이 넓어지는 것이지요. 참가자뿐만 아니라 그곳의 정원사분들에게도 많이 배울 수 있습니다. 특히 시공할 때,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쇼몽 페스티벌은 매년 10월쯤 테마가 나옵니다. 테마에 맞춰 콘셉트를 짜고 원서접수를 하면 됩니다. 도면, 콘셉트 작성, 이미지, 예산 등을 작성할 때, 프랑스어가 안 되면 영어로 작성해도 됩니다. 이후 결과에 따라 면접을 보고, 통과가 되면 참여할 수 있습니다. 쇼몽에 참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쇼몽에 도전해보길 권합니다.



프랑스로 유학을 가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한국에 있을 때 숙명여대 환경디자인학과를 다녔습니다. 4학년 졸업작품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유럽으로 여행을 갔던 것이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유럽 여행 중에서 ‘이 나라에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한 국가는 프랑스와 독일이었습니다. 둘 중에서는 아무래도 문학, 영화 등으로 접한 프랑스 문화가 저와 더 가까웠고요. 저희 교수님께서도 프랑스에서 10여년 공부하셨기 때문에 가르치는 방식이나 프랑스에 대한 생각들이 간접적으로 영향이 있었을 거예요. 저는 역사와 문화의 깊이가 정원에도 배어 있는 프랑스 조경의 느낌이 좋았습니다.

 

숙대 환경디자인학과를 졸업하자마자 유학을 가서 한 8년을 살았다. 언어도 전혀 모르는 채로 갔기 때문에 1년 반 정도는 어학만 했습니다. 그래서 유학기간이 길어지기도 했고요. 그래도 언어를 조금 아는 상태로 가는 것보다 아예 모르는 상태로 갔던 것이 덜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프랑스의 영화나 책도 재미있는 게 많아서 언어를 제외하고는 문화적 이질감은 많이 느끼지 않았습니다.

 

파리조경건축학교(Ecole Supérieure d'Architecture des Jardins et des Paysages Paris) 다니고 베르사이유건축학교(Ecole nationale supérieure d'architecture de Versailles, Master JHPP)에서 ‘역사적 정원, 문화유산경관’을 전공했습니다. 모든 공부가 끝난 게 2015년 1월이고, 이후부터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개인정원을 만들고, 설계하다가 지난해 11월, 12월에 쇼몽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프랑스 조경과 한국 조경의 차이가 궁금합니다.

 

프랑스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조경가’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한국처럼 조경관련 자격증이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일을 하던 사람이 조경가가 되기도 하는 등 경계가 모호합니다.

 

조경에 대한 인식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건축가는 명확한데 반해 조경가는 정원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건축가과 동등한 입장은 아닙니다. 공정순서도 사이트마다 다르지만 건축이 주가 되고 조경이 부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 유명한 뮤지엄과 정원을 함께 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거기도 유명 건축가가 먼저 건축설계를 하고, 후속공정으로 조경이 들어갔습니다.

 

또 다른 차이점은 ‘개인정원’입니다. 프랑스에서는 개인정원을 하는 조경가도 굉장히 많고 수준도 아주 높습니다. 예전에 개인정원으로 유명한 회사에서 인턴을 하면서 개인정원은 물론 부띠끄 등 다양한 곳의 조경을 했었습니다. 한국은 개인정원이 프랑스만큼 활발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교육에 있어서 프랑스는 정말 다양한 것을 배웁니다. 한국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식재도 배우고, 조경의 모든 부분을 배운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또한 매 학년마다 인턴을 해야 해서 조경의 여러 면모를 배우고 경험할 수 있습니다.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프랑스에 살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모든 선택은 다른 것이 싫어서 하는 도피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유학을 택하는 것은 현실을 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선택지에 올라온 상황 모두가 괜찮을 때 하는 것입니다. 어떤 일에서의 도피로 유학을 선택한다면 피했던 일은 다시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위기가 닥치면 부딪혀보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래야 자신에게도 떳떳할 수 있고요.

 

또한 유학길을 택하는 것이 타인에 비해 늦어지는 것 같아 조급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저의 유학길을 처음에는 5년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기간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한국에서는 1년, 1년이 아깝고, 내 나이 때 해야 할 일을 못하는 것 같았는데, 인생은 길기 때문에  몇 년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되돌아보면 5년 동안 학생이었어도 남는 것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까요. 해외에서 살면서 힘들고 어려운 것들이 너무 많았지만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생각의 폭도 넓어지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뭐든지 해보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조경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 팀원들과 했던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저희 모두가 ‘진짜 자연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에 입을 모았습니다. 식물은 단지 미적인 차원에서 공간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식재를 할 때도 나무 하나를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고, 나아가 자연 자체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한 마음으로 조경을 열심히 해나가시길 바랍니다.


작가님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요.

 

조만간 타히티에서 살 예정입니다. 타히티는 자연이 전부인 나라이기 때문에 배울 것이 정말 많은 곳입니다. 그곳에서는 도시조경보다는 보타닉 쪽으로 훨씬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랜드아트와 같은 예술로서의 조경에 관심이 많습니다. 타히티에 있는 동안 새로운 자연을 접하고 많은 것을 배울 계획입니다.

 

한국에서 지냈던 대학생 시절, 조경 잡지를 통해서 랜드아트를 보면서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한국에서 수업을 할 때, 아파트 조경에 왜 랜드아트가 들어갈 수 없지? 하는 고민을 하기도 했을 정도로요. 쇼몽성 옆 공원에 가면 유명한 랜드아티스트들이 자신들의 예술을 설치해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예술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것 자체가 예술이자 자연이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꿈꾸던 것이었습니다.

 

쇼몽 페스티벌을 통해 하고 싶었던 것을 자유롭고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조경이 생활 속에서 조금 더 예술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제가 하고자 하는 이상을 현실과 밀접하게 조화를 이뤄내야겠지요.


대단원을 위한 정원 ⓒ오진숙







대단원을 위한 정원 ⓒ안지성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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