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공진화의 길 : 자연환경복원업

조동길 논설위원(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라펜트l조동길 대표이사l기사입력2016-07-28
공진화의 길 : 자연환경복원업



글_조동길 대표(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고려대 겸임교수)


“인간과 자연의 공존(共存, co-exist)!” 우리가 친환경적인 공간 계획이나 설계를 할 때 많이 쓰는 표현이다. 이런 용어를 보면, 필자는 공존보다는 공생(共生, symbiosis)이 더 좋고, 공생보다는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가 더 좋지 않느냐고 말한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좋은 방향으로 진화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과 이를 실행한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공진화라는 용어는 갈등으로 대립하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특히나 필자가 몸담고 있는 범조경계에서도 더욱 그러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공진화가 필요한 시점!

최근 자연환경보전법 개정에 관한 입법 예고가 있었다. 자연환경복원업에 관심이 많은 필자로서는 이번 개정(안)에 관련 업종 신설이 없던 내용이 아쉬웠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환경부의 속사정을 충분히 알 수 없지만, 자연환경복원업과 관련하여 필자의 생각들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참고로 이 원고는 (사)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의 학회지 발간 100호 기념 국회환경포럼의 발표에서 언급하지 못했던 사항과 “환경복원녹화” 100호에 “학회지 100호 발간 기념 특별 논단”에서 제시한 내용을 토대로 수정, 보완한 것이다. 또한 어디까지나 사견(私見)이며, 필자가 속한 학회나 협회 등 단체를 대표하는 글이 아님을 확실하게 밝혀두는 바이다. 다만, 사견이더라도 향후 자연환경복원과 관련하여 논의할 때 대안으로서 참고가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번 글에서 핵심적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자연환경복원업을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에 관한 것이다. 자연환경복원업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상관없이 이것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다들 알 것이다. 환경부에서 자연환경복원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10년이 넘은 시점에 와 있다. 그런데 왜 10년이 넘게 업종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지난 10년 동안 자연환경복원업이 만들어지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핵심 요인을 단순히 조경이나 산림, 토목 분야의 반대 입장 표명이라고만 하기에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필자가 몰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이해관계에 있는 다른 분야가 왜 반대하는 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나 함께 하는 대화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의 우리 사회가 불통의 시대라고도 하지만, 우리 조경 분야에서도 불통의 시대인 것은 아닌지 되새겨 본다. 

이런 맥락에서 자연환경복원업종을 만들기 위한 전략을 크게 3가지로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현행 유지 방식이고, 두 번째는 일본의 선행 사례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적용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전략은 이해관계에 있는 관련 분야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상생의 길을 모색해 보는 것이다. 

여기서 현행 유지 방식이라는 것은 지금과 같은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의 조건을 그대로 자연환경복원업(정확하게는 자연환경보전업이라는 명칭으로 추진되었었다)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시도했던 방법이 지금에 와서 달라질지는 미지수다. 제반 여건이 변화해서 업을 만들 수 있다는 데 긍정적이었다고 생각했던 지난 2015년의 노력도 물거품이 되었다. 그리고 최근 건설 경기 악화로 타 분야에서는 더욱 더 강한 결집력으로 기존 시장을 유지시키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하여 쉽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밀어붙이기식이거나 건설산업과 환경산업의 차이 등으로 또다시 자연환경복원업의 필요성을 제기하기에는 진부해졌다. 설득력 있는 추가 논리가 필요하지만, 그 답이 누구에게서 어떻게 언제 나올지는 요원하다. 

두 번째 방식은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보자는 것인데, 일본은 자연재생추진법을 갖고 있다. 2002년에 만들어진 이 법은 우리나라로 보자면 자연환경복원업을 위한 법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환경성과 국토교통성이 이 문제를 갖고 논쟁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 법을 만들어서 진행시키고 있는데, 환경성과 국토교통성의 역할이 분리되어 있다. 즉, 환경성에서는 순수하게 훼손된 자연을 대상으로 하여서만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반대로 국토교통성은 공원녹지를 만드는 제반 분야를 담당한다. 이러한 방식을 우리나라에 적용해보자고 제안하면, 역시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의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생태하천 복원 사업을 놓고서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따로따로 추진하고 있는 것과 같은 문제점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또한, 어디까지를 훼손으로 볼 것인지, 어느 시점부터 훼손된 곳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합의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서 일본의 실정과 우리나라의 실정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 환경에 적합한 방식으로의 사고가 필요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방법 역시 쉽지만은 않겠지만, 시도해 볼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 정책을 수립하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방식은 이해관계에 있는 다른 분야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합의점을 도출하여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경계나 산림계에서 왜 반대하는지 그리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토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쌍방 합의된 결론을 토대로 자연환경복원업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필자의 사견으로는 세 번째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방식은 사실 거의 유사한 것이고 지금까지 해 왔던 방식이다. 때문에 이 어려운 건설경기의 환경 속에서 성공할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다. 하여 세 번째 대안에 대해서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다만, 자연환경복원업은 (사)한국환경계획조성협회, (사)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 한국자연환경관리기술사회 등 몇몇 관련 단체가 있기 때문에 우선은 이 관련 단체들부터의 합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조경 및 산림 분야와의 진중한 논의를 통해서 업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 번째 안과 관련하여 예상되는 합의점 혹은 실행 방안과 관련해서는 조경기술사들이 자연환경복원업 자격 요건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 같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조경공사업을 하고 있는 사업자의 경우,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를 하기 위해서는 자연환경관리기술사 1명과 자연생태복원기사 2명을 보강해야 한다. 기사는 상대적으로 많은 인력이 확보되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자연환경관리기술사는 아직 충분한 숫자가 되지 못한 것 같다. 따라서 자연환경관리기술사를 보강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의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는 자본금, 인력 등의 중복을 허용하기 때문에 조경공사업 면허 소지자에게 자본금 7억이나 사무실 규모는 이미 갖추어진 셈이다. 따라서 자연환경관리기술사 조건에 조경기술사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해 봐야할 것 같다. 다만, 자연환경관리기술사와 조경기술사가 완전히 같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조경기술사들이 이 업의 자격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별도의 교육 시간을 이수케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예를 들자면, 관련 학회나 협회에서 생태복원 분야와 관련하여 일정 시간 이상의 수업을 듣고, 생태나 복원에 대한 마인드가 충분히 갖춰지면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자연환경복원과 조경 사이에는 공통점도 많지만 차이점도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세 번째 전략과 관련하여 필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현재의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의 규모와도 관련 있다. 현재 회원사의 변화는 조금씩 유동적이지만 대략 30여개가 넘는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가 활동 중이다. 지난 2010년 즈음에 10여개였던 것에 비하면 늘어난 숫자지만, 증가 속도는 정체기에 있다. 현재 규모의 대행자 협의회 단체로서는 자연환경복원업 영역을 키우기에 한계가 있다. 소규모이기도 하고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파워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적극적 타협과 연합을 통해서 회원사를 최소한 100개 이상으로 만들어서 규모 있고 재정적으로 안정된 단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현재의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만 하고 있는 소규모 생태복원 사업 이외의 다른 다양한 “생태”관련 사업을 전문 업역으로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가능해진다면 건축이나 토목 분야 등에서 범접할 수 없는 제3의 분야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필자가 기존의 원고에서 충분히 언급한 바 있다. 

조경이나 다른 반대분야에서 이야기하는 것 중에 하나가 조경에서 이미 하고 있는데 왜 또 다른 업을 만드느냐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미 환경부에서 자연환경복원 분야는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굳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법적으로 15년이 되었기 때문이고, 변수가 있을 수는 있지만 예산도 증가 추세에 있다. 업이 아니지만 대행자라는 이름으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사업과 예산을 환경부에서 굳이 버릴 필요는 없다. 하여 상생이 필요하다. 새로운 사업 혹은 시장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 접근하면 좋을 것 같다. 

어떠한 추진 전략이 되었든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생태복원이 온전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기술자들의 현장 적용도 중요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의해서 안정화되어 최종적인 성과를 내는 것과 유사하다. 모쪼록 생물다양성 혹은 자연환경 분야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중요성을 인지해가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고, 그에 따른 전문 업역으로서 자연환경복원업의 필요성은 가중될 것이다. 그에 걸 맞는 업종이 마련될 수 있도록 관련자들과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지혜들을 모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의 키워드로 잡은 “공진화”의 맥락에서 봤을 때 조경과 생물, 환경 분야의 상생 발전을 위한 길이 자연환경복원업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_ 조동길 대표이사  ·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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