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야노 티 日정원작가

‘깨끗하고 안전한 세상’의 메세지를 담겠다
라펜트l신혜정 기자l기사입력2016-08-24

올 10월 개최되는 서울정원박람회에 조성될 일반부, 학생부 정원 20개가 공개된 가운데, 일본의 유명 정원작가 야노 티(矢野 TEA)의 정원도 만나볼 수 있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야노 티 작가는 첼시플라워쇼에서 2004년 Best City Garden Award를, 올해 실버 메달을 수상한 실력있는 가든디자이너이자 초·중·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환경 교육자이다. 매년 뉴질랜드, 영국 런던, 잉글랜드, 홍콩 등 전 세계적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으며, 현재 BBC와 함께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홍광표 동국대 교수의 추천으로 서울정원박람회에 참가하게 된 야노 티 작가를 만나 그의 정원이야기를 들어봤다.


야노 티 (矢野 TEA) 작가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정원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정원만 만드는 사람도 아니다. 예전부터 가구나 집 만드는 것을 좋아해 생활 속에서 어떤 디자인을 하면 좋을지를 고민해 왔다. 50세부터 본격적인 가든디자이너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주로 보기만 하는 정원이 아니라 안에서는 즐길 수 있는 정원을 만든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정원을 만들고, 고령자가 있는 가정이면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정원을 만든다. 휠체어를 고려하게 되면 플랜터를 배치시켜 어디서든 손에 닿을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할 수 있다. 이밖에도 맥주를 좋아하는 친구들에게는 파티를 할 수 있는 공간, 부인에게는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처럼 항상 목적을 고려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야노 티 작가에게 정원이란?


정원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자체이다. 나무뿐만 아니라 동물이나 아이들의 시선에 맞춰 구상해야 이상적인 정원이 탄생될 수 있다. 새, 나비, 물고기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정원은 풍부하고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정원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편안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세계인들이 다 함께 정원이란 소재를 통해 환경을 다시 생각하고, 미래를 예측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교육적인 차원에서 아이들을 위한 야외학습을 할 수 있는 파란하늘 교실 같은 정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외 활동이 많다고 들었다. 대표적인 작품 소개부탁드린다.


첼시플라워쇼에는 2004년 Best City Garden Award와 2016년 실버 메달을 수상했다. 첼시플라워쇼는 세계의 탑 디자이너들과 교류하기 위한 목적으로 참가하게 됐다. 그래서 올해 작품은 세계인들과 소바를 먹으며 소통하기 위해 소바집을 모티브로 콘테이너 작품을 만들었다. 뭔가 새로운게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한 쪽은 일본팀과 한 쪽은 영국팀과 공동작업을 했고, 실제로도 굉장히 좋았다. 이 작품 역시 새와 동물, 곤충의 시선을 고려해 모두가 편안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데 중점을 뒀다.


벨기에에서는 스페인의 의뢰를 받아 적은 예산으로 작업하게 됐다. 예산이 적다는 점을 착안하여 누구나 쉽고 멋진 작품을 만드는 영감을 주는 작품을 만들었다. 식재는 사막 식물을 사용했는데, 유럽의 큰 온도 차에도 잘 자랄 수 있는 식물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기후변화에 대한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The Watahan East & West Garden ⓒcontemporist


서울정원박람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세계 여러 곳에서 활동하다보면 유난히도 몽고반점이 있는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느낀다. 우연히 홍콩에서 홍광표 교수님의 아드님을 만났는데, 첫 만남부터 같은 몽고반점 때문인지 동질감을 느꼈다. 아드님께서 한국의 좋은 기회를 소개시켜주셨고, 홍광표 교수님을 만나 우연한 계기로 서울정원박람회에 참가하게 됐다. 


서울정원박람회에 출품할 작품은?


옛날에 한국은 꽃집이 없던걸로 기억한다. 야채나 과일 파는 곳은 많은데, 꽃 파는 곳은 없었다. 아마 꽃을 가꿀 때는 꽃집에서 꽃을 사는 게 아니라 산이나 들에서 꽃을 따와서 심었을 것이다. 꽃을 캐와서 자기 집을 꾸미는 세상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이번 정원 디자인에 도입할 것이다.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QR 코드에 소개내용을 넣어 정원을 방문한 사람들이 ‘나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할 것이다. 


아울러 환경의 중요성이나 정원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주안점을 뒀다. 최근 태어나는 아이들은 피부병이나 아토피가 많은데, 원인 중 하나가 정원에서 사용되는 농약이나 비료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종종 농약으로 애완동물이 죽거나 아이들이 오염되고 꽃과 관련된 알레르기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이 적은데, 이번 계기를 통해 얘기하고 싶다. 농약을 쓰지 않는 야채, 오염되지 않은 흙으로 정원을 만들어 깨끗하고 안전한 세상에 대한 메시지를 남길 계획이다. 공원을 둘러보니깐 매미는 많은데, 새는 없다. 새를 불러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정원을 만들어보고 싶다. 


정원의 그 나라 고유의 특성을 가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올림픽 공원을 방문해서 여러 형태의 작품들을 감상했다. 어떤 영감을 받아 어떤 컨셉으로 작업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각 작품마다 한국적인 스타일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적인 것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외부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하는 방법이 있다. 잠시 왔다가는 사람들과 지역에 있는 디자이너들이 만나게 되면 감각적인 요소들이 더욱 생겨난다. 비유를 하자면, 나와 같은 사람들은 바람이고 지역 사람들은 흙과 같다. 바람과 흙이 만나면 풍토(風土)가 된다. 바람같은 사람들이 정원 작업에 참여하면 여러 가지 방향을 끌어낼 수 있다. 다른 분야 사람들과 작업하는 것도 한국적인 것을 잘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 된다. 


영국인들과 다르게 한국인이나 일본인들은 곧잘 무언가에 빠져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상태에 이르곤 한다. 서울 사람들도 정원을 보고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문화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일본에서는 정원 공부를 할 때 영국이나 프랑스 정원을 배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런 정원들은 대부분 보기만 하는 정원이다. 영국이나 프랑스를 따라하는 것보다는 한국적인 것을 한국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야노 티 (矢野 TEA) 작가


야노 티 (矢野 TEA) 작가


조경인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디자이너와 공무원들에게 전해줄 메세지가 있다. 식물이나 꽃이 다 연결되듯이 첼시플라워쇼나 유명 플라워쇼도 다 열려있는 공간이다. 누구든 참가할 수 있는 기회에 한국 가든디자이너들이 꾸준히 도전했으면 좋겠다. 실력을 키워 탑 디자이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를 알고 나라를 아는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해외 유명 플라워쇼와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고민해봐야 한다. 서울정원박람회에서 대상을 받은 사람들에게 첼시에 나갈 수 있도록 5,000만원을 지원한다던지, 디자이너와 함께 협력하는 방안을 만들면 전 세계 사람들이 서울로 오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정원박람회에서 대상을 받은 사람이 첼시 스몰가든에 출품할 수 있게 한다면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서울시도 공동 작업으로 참여함으로써 범위를 넓힐 수 있게 된다. 일본에서는 정원박람회에서 시민들이 모금한 정원기금으로 가든디자이너를 키우고 활동할 수 있는 보조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꽃은 1년에 한번만 만날 수 있는 존재이다. 예를 들어 좋은 벚나무를 얻기 위해 일본에서 가져오더라도 좋은 꽃을 얻기까지 10년이 걸린다. 정원이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짧은 시선으로 보면 안 되고 멀리 내다봐야한다. 당장 막 심어서 일을 끝낼 수는 있지만, 디자이너들과 함께 10년 뒤, 20년 뒤 모습을 생각하며 나무를 심다보면 서울의 모습도 확 바뀔 것이다. 일본의 안 좋은 예를 들면, 가로수가 5m 간격으로 지나칠 만큼 촘촘히 심겨져 있다. 지자체에서 가로수 한 그루마다 돈을 주니깐 업자 입장에서는 촘촘히 심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관리차원에서 생각하면 좋은 방법은 아니다. 조경가들에게 10-20년 뒤를 생각하고 식재디자인을 해달라고 하면 5m 간격마다 나무를 심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교육자의 입장에서 어린이들에게 늘 나무 심는 것보다 나무의 시선과 20년-30년 뒤를 생각하여 관리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렇게 하면 단순한 패턴의 식재계획이 나오지 않는다. 정원을 하는 젊은 학생들은 최소한 자기 마을의 조경디자인 정도는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야한다. 정원만 보는게 아니라 전체를 크게 볼 수 있는 감각을 기를 수 있다. 물건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디자인으로 끝나지만, 정원이나 식물을 다루는 사람들은 식물의 가치를 알고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낸다. 이런 사람들이 교육이나 마을 만들기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참여하면 할수록 환경은 점점 더 좋아질 것이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야노 티 작가와 홍광표 동국대 교수

글·사진 _ 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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