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디지털 시대의 ‘무리짓기’는 조경계 진화의 기본 전략

조세환 논설위원(한양대 도시대학원)
라펜트l조세환l기사입력2016-08-23
디지털 시대의 ‘무리짓기’는 조경계 진화의 기본 전략


_조세환(한양대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전공 교수,
(사)한국조경학회 고문)



프랑스 작가 베르베르는 ‘개미’라는 소설로 베스트 셀러의 자리를 잡았다. 개미사회를 마치 인간사회처럼 비유하여 개미의 사회성을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데 성공했다. 에드워드 윌슨이라는 미국의 진화생물학자는 그의 전 생애를 개미 연구에 투자하여 과학으로 개미의 사회성을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윌슨의 사회생물학 창시는 거기서 비롯됐다. 개미가 뭐길래 전 생애를 통해 연구할 가치있는 존재로 여겨지거나 수많은 인간의 우화나 소설의 소재로 등장할 수 있었을까? 

개미는 인간과 같은 무리짓기의 '사회성'을 가지는 한편 인간과 다른 '집단지능'(collective intelligence)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특이하다. 개미와 같은 집단행동의 생물들은 비록 개체 자체는 볼품없이 작고 초라하지만, 그래서 지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하찮은 생물에 불과하지만 그들은 ‘떼(무리)’의 힘을 빌어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진화해 온 생물 중의 하나로 평가 받는다. 오늘날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ce)가  지구상 최고의 포식자로서 군림하고 있지만, 생존이나 번식 기준의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개미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유발 하라리는 그의 글로벌 베스트 셀러인 ‘사피엔스’에서  인간은 불과 600만 년~8백만 년에 걸친 짧은 진화의 시간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그에 비해 개미는 5억 년 이상의 시간에 걸쳐 진화해 왔음을 진화생물학계는 증언한다. 진화적 생존 시간에서 게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개체 수를 따진다면 개미는 83억 명의 사피엔스보다 수백 배는 더 많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개미의 생체 총량이 지구상 존재한 모든 동물의 생체 총량의 55%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당연히 사피엔스보다 진화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미미한 생물들이 이렇든 성공적 진화를 이룬 배경에는 ‘집단지능’이라는 개체 고유의 DNA가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각 개체가 힘이 없고 스마트한 뇌도 없지만 ‘떼’(무리)로서 움직여 조직적, 사회적, 문화적 힘을 발휘하는 것, 이것이 개미의 힘이고 바로 집단지능의 본질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무리짓기’는 DNA의 고도의 생존 전략이다. 뇌가 모든 생명체를 움직이는 실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뇌조차도 생명을 움직이는 하나의 부품임을 우린 간과한다. DNA야 말로 모든 생명체를 움직이는 사령부라는 점은 마치 영화 아바타에서 로봇을 조정하는 인간의 실체와 비슷하다. ‘무리짓기’는 생명체의 유지 계승이라는 DNA의 이념과 같은 유전적 형질의 속성을 외형적으로 발현한 표현형에 다름 아니다. 비록 개미뿐만 아니라 사피엔스만 하더라도 600만 년 전이라는 그 멀고도 먼 선사시대의 과정을 거치며 상대적으로 나약한 인간이라는 존재의 DNA는 오직 생존을 위한 수월성 높은 먹이 사냥, 사냥꾼으로부터의 효과적 방어를 위해 무리짓기의 형태로 발현되고 또 그렇게 진화하였다.

요즘 우리 조경계는 우울증에 빠져있는 듯하다. 조경학·업계의 외부 환경은 어지럽도록 곤경에 처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조경진흥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경진흥기본계획이 건축분야인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에서 수립되고 있다고 한다. LH공사에선 주계약 방식에 의해 조경공사 발주를 한다고 하니 공사 내의 조경 부서의 입지는 물론이고 조경공사업이 건축 등에 귀속되는 현상까지도 우려가 되고 있다. 이것은 나아가선 종합조경업이 사라질 수 있는 구실이 될 수 있고 조경학과 졸업생들의 일자리를 잃게 할 개연성까지도 생각하게 하는 수준의 사안이다. 한국연구재단에서는 산림분야와 조경분야를 통합하여 산림조경분야로 일원화 시켰다. 올 봄에 조경기사 자격을 원예, 산림 등 자격에 개방함으로써 조경학과의 존속 여부에 위험을 가할 정도의 사건도 이젠 잊혀져가고 있다. 규제 완화라는 이름으로 공원·녹지 조성은 점점 위축되어 가고 있고, 국가도시공원 조성은 입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행은 어렵도록 시행령이 입법 예고되고 있다. 아무래도 조경계가 집단 우울증에 걸린 것이 틀림없다. 조경계에선 아무런 대응도 전략도 보이지 않는 듯하다.  

우리 조경분야엔 현재 학회, 협회, 협의회 등 익히 알려진 것만 19개 단체가 있다. 익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를 합치면 20여 개가 넘는다. 이만하면 개미처럼 집단지능을 발휘할 수도, 그를 위해 무리짓기도 할 수 있지만 집단지능의 발현도 무리짓기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각자도생의 활동도 능력도 보이지 않는 듯하다. 하긴 개미가 각자도생을 해 본들 무슨 효과가 있을 것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산업사회를 넘어 지식창조사회다. 다중이해관계자이론을 개발하고  다보스 포럼의 창시자인 클라우스 슈밥은 최근의 역저 ‘제4차혁명’에서 무서우리만큼 의미있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물리학, 디지털, 생물학 분야에서의 융합적 기술 혁신으로 향후는 수평적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플랫폼 기반의 경제를 형성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대부분의 비즈니스가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가 주장하는 플랫폼 논리는 한마디로 무리짓기를 하고(집단의 네트워크 구축) 무리짓기를 움직이는 집단지능의 플랫폼을 구축하라는 얘기다. 개미집단의 무리짓기에서 보이는 생물학적 ‘집단지능’ 유전 형질의 디지털적 표현형이고 재해석이랄 수 있다.
  
조경계는 지금 개미처럼 힘없고, 약하고, 볼품없는 생물에 비유된다. 그것도 우울증 걸린 개미의 처지에 있다고 생각하면 위기라도 보통 위기가 아니다. 그래서 이젠 지나온 40여 년의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개미의 무리짓기와 같은 집단지능의 새로운 지혜를 일으킬 필요가 있다. 그래서 혁신적 도약의 비전으로 조경계의 단체들을 연결하고, 묶고, 플랫폼을 구축하여 집단으로 대응하고 대처하는 힘을 키우고 움직이는 무리짓기 전략과 실천의 준비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더구나 2017년의 내년은 대선의 해다. 디지털 시대 조경계 진화를 위한 최고의 기회이자 동시에 위기의 시간이다.
_ 조세환  ·  한양대 도시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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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sh3@hanyna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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