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기행] 신기자의 호주 탐험기, 멜버른편 -2

멜버른 시티, 전쟁 기념관을 방문하다
라펜트l신혜정 기자l기사입력2016-08-24

배낭여행에 앞서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곳이 바로 멜버른 시티였다. 약 8개월간 거주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을 뽑으라면 바로 전쟁기념관과 로열 보타닉 가든이다. 


공원이란 장소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선진국다운 방법론을 볼 수 있다. 우리에겐 무겁게만 느껴지는 전쟁기념관이 산자와 죽은 자의 공간적 결합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다가온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식물원은 산책과 관광지로써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된다.


강렬한 색채와 분위기. 그리고 새로운 시선을 만들어준 두 곳을 소개한다.


멜버른 시티, 전쟁기념관을 방문하다



멜버른 위치도




멜버른 전쟁 기념관 Shrine Reserve



우정의 씨앗 기념비 (Seeds of Friendship)


멜버른 전쟁 기념관에 가기 위해 사우스뱅크(Southbank)로 향했다. 시티에서 트램(3/3a, 5, 6, 8, 16, 64, 67, 72)을 타고 킹스도메인(Kings Domain) 역 앞에 내려 주변 풍경을 둘러보며 천천히 걸어갔다.


멀리서부터 단순하지만 강렬한 색감을 가진 '우정의 씨앗' 기념비가 보였다.


'우정의 씨앗' 기념비는 터키와의 지속적인 관계를 기념하고자 모나쉬 대학에서 킹스 도메인에 조성한 것으로 100년 전 갈리폴리 반도에서 처음으로 맺어진 두 나라간의 협정을 상징한다.

 

기념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 매튜 하딩(Matthew Harding)에 의해 제작됐다. 우정과 미래를 상징하는 터키의 소나무와 호주의 참나무 씨앗 조각이 함께 놓여있다. 기념비의 기반이 되는 원형은 국가간의 공유 결합을 강조하고, 철강 가닥은 희생된 군인들을 기념하는 화환을 형성한다.



성 킬다 로드 성지 (St Kilda Road Shrine)


전쟁의 참혹함을 상징하는 꽃송이


공원을 지나 전쟁 기념관에 도착했다. 1934년 필립 허드슨과 제임스 워드롭에 의해 지어진 전쟁 기념관은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지어졌다. 건축양식은 19세기 재건한 할리카르나소스의 영묘에서 영감을 받은 고전주의 양식이다. 멜버른 시티를 한눈에 볼 수 있어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내 눈을 사로잡은 곳은 기념관이 아닌 북서쪽에 지하로 이어지는 ‘St Kilda Road Shrine’이였다. ARM 건축회사가 맡아 2014년도에 완공된 이곳은 전쟁 기념관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전쟁의 아픔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듯 빨갛고 강렬한 꽃들이 상반되는 어두운 벽을 따라 흩뿌려진다. 실제로 빨강은 광기(狂氣)와 전쟁을 상징한다. 천장에 설치된 빨간 캐노피는 거대한 양귀비를 형상화하고 있다. 빨간 양귀비의 꽃말은 위로이기도 하지만, 양귀비 자체는 서양에서 죽음의 신을 상징하기도 한다. 



올리브와 월계수가 식재된 테라스



전쟁 기념관이 마주보이는 화단



생각할 여지를 주는 테라스 공간


한켠에서는 올리브나무와 월계수가 식재된 테라스가 조성되어 있다. 꽃말을 살펴보면 올리브나무는 평화를, 월계수는 영광을 상징한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전쟁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디자인 영역에 속해있는 조경은 인류에게 무언의 메세지를 던져 주기도 한다.


전쟁 기념관은 대규모 공원 부지 내에 위치해 있다. 공원을 찾는 많은 이들은 자연스레 전쟁 참전 용사들을 기억하게 된다. 죽음과 삶의 경계는 인생이란 연장선 상에서 하나로 이어진다. 호주는 둘 간의 매개체로 공원과 정원을 선택했다.




멜버른 로열 보타닉 가든 Melbourn Royal Botanic Gardens



보타닉가든 메인입구


인근에 위치한 멜버른 최대규모의 왕립식물원 보타닉 가든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1845년 문을 연 이곳은 영국식 정원으로 조성됐으며, 약 40만㎡에 이르는 부지를 자랑한다. 


연간 1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갈 정도로 최고의 식물원으로 손꼽히며, 종의 분화와 특성 등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연구 내용은 멜버른왕립식물원에서 1년에 한 번 발간하는 저널인 '물레리아(Mulleria)'에 게재된다. 


주중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말에는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개장한다. 입장료는 무료이다.



영국식 정원 형태의 화단


산책로에서 바라본 잔디밭 풍경



멀리 보이는 도심지


야라 강변과 호수, 푸른 잔디밭이 잘 이루어져 도심지라는 사실마저 잊게 만든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다보면 다른 세상에 온 듯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시각적 즐거움이 풍부하다. 마치 자연 그대로를 보여주듯 수목들이 제각기 식재되어 있다. 간혹 열대 수종이 눈에 띄는데, 식물원을 가꾸는 과정에서 최근에 심겨진 수목들이라고 한다. 열대수종 때문인지 완전히 다른 나라로 온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카페테리아에서 만난 눈썹 있는 새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시선을 사로잡는 메타세콰이어


식물원 내에는 50종이 넘는 야생조류와 1만2,000종에 이르는 식물을 볼 수 있다. 호주 주변에 위치한 카페테리아에 앉아 차 한잔을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한 새가 날아왔다. 가만히 보니 하얀 눈썹이 있는 독특한 새였다.


유별나게 생긴 새를 관찰하고 있자 문뜩 '이런게 이상적인 공원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동식물이 어울러진 풍경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로열 보타닉 가든의 관리를 맡고 있는 왕립식물원재단은 2001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이다. 재단에서는 최소 $25(2만 원)부터 기부금을 받고 있으며, 봉사자들을 모집해 빅토리아주 내 로열 보타닉 가든을 관리하고 있다. 기부와 봉사만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가 만들어진 것이다.


멜버른에서 조경가가 가져야하는 마음가짐을 조금씩 배워나가게 된다. 그저 세상 밖의 호기심과 조경에 대한 관심으로 떠났던 여행이 뜻밖의 놀라움과 깨달음 속에서 값진 경험들로 변화하고 있다.

글·사진 _ 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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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inki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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