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대학원 조경학과 석·박사과정, ‘2016 Summer Night, Mind Healing’ 답사

전북 부안군 ‘위도 달빛보고 밤새걷기’ 축제 참여 답사기
라펜트l모건환l기사입력2016-08-30

위도(고슴도치섬) 관아 앞에서

무더웠고 무더웠던 지난 8월 19일(금) 1박2일 일정으로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 ‘조경생태복원전공’ 및 도시대학원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전공’ 석·박사과정 학생 21명은 지도교수인 조세환 교수와 함께 전라북도 부안의 위도(고슴도치섬)로 하계 답사를 떠났다. 

이번 답사의 주제는 ‘한 여름 밤의 마음 치유!’였다. 1996년도 이래 20년 만에 처음 만나는 너무나도 무더웠던 더위, 평소의 업무와 연구에 지쳐 있는 한양대 석·박사과정 학생들은 만사 제치고 떠나야만 했다. 힐링이 필요했고 어쩌면 그것은 운명적이랄 수 있다.  

사실 이번 위도 답사의 표면적 목적은 힐링을 위한 ‘달빛보고 밤새 걷기 축제’에 참여하는 것이었지만, 오로지 힐링 그 자체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부안군에서 조세환 교수에게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한데서 비롯되었다는 후일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세환 교수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관점에서 부안군의 도시 재생 및 활성화에 대해 자문을 해주고 있는데, 부안군에서 개최하는 여름 축제로 ‘위도 달빛보고 밤새걷기 축제’에 대한 평가와 개선 방안에 대해 자문을 해달라는 사유가 있었단다.

'고슴도치섬 달빛아래 밤새걷기 축제'는 도시의 바쁜 일상과 여름 더위에 심신이 지친 도시민들에게 바다, 둘레길, 달빛 등 위도의 자연적 특성을 자원삼아 밤길 걷기와 축제 등 문화를 곁들여 힐링을 제공하자는 것.

위도는 고슴도치의 형상과 닮았다고 하여 고슴도치 ‘위(蝟)’, 섬 ‘도(島)’를 써서 ‘위도’라고 불리는데, 작년에 처음으로 이 축제를 시작하여 올해로 두 번째를 맞고 있다. 

작년에 처음 개최했을 때, 개최 후 너무도 좋았다는 후문이 있어 문화체육관광부의 앙코르 개최 요청이 있어 2015년은 2회에 걸쳐 축제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이번 답사를 하며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밤길걷기 코스는 △달빛힐링코스(8.7km), △달빛만복코스(8.5km), △달빛축복코스(10.8km), △위도달빛코스(9.2km) 등 총 4개로 구성되어 있다.


달빛아래 밤새걷기를 하면서 잠시 포즈를 잡다

부안 격포항에서 배로 약 1시간 거리, 카페리로 위도에 도착한 시간은 5시 30분 정도. 위도항에 도착하여 곧장 위도에 있는 조선조 때의 관아를 둘러보았다. 단아하게 차려않은 관아는 이순신 장군도 이곳을 다녀갔다는 기록이 있어 작지만 역사적 무게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매력이 넘치는 ‘위도 달빛아래 밤새걷기 축제’는 저녁 7시 30분 위도면 파장금항에서 환영행사로 시작되었다. 바다를 배경으로 조그만 무대를 설치하고 하늘을 향해 쏘아 올리는 수직적 레이져 조명은 수평적 바다와 어울려 한폭의 그림처럼 느껴졌다. 열창하는 가수, 함께 참여하여 막춤을 추는 참가자들, 작은 위도에 바다 훈풍에 뜨거운 에너지가 생성된다. 

우리 한양대 조경학과 석·박사 팀은 그 행사장을 뒤로 7시 30분 경 밤길걷기에 나섰다. 우리는 행사장에서 나눠준 야광봉을 차고 구성된 4개의 코스 중 ‘달빛만복코스’(8.5km, 150분 소요)를 택해 걷기 시작했다. ‘달빛만복코스’는 위도 전체 둘레길의 약 1/3 정도 해당되는 거리였다. 아직은 구름에 가려 나오지 않는 달은 우리를 애타게 하는 듯 하였지만 우리 팀의 발길은 밤길 그 자체만으로도 분위기에 취해 발걸음도 가볍게 나아갔다.


축제행사장 무대와 조명, 행사장의 모습

22명이 모두 걷는 밤길걷기는 매력적이었다. 바다가 보이고, 뻘이 보이고, 부두와 배가 보이고, 납작 엎드린 주막(편의점)을 스치고 많지 않은 주택들이 옹알옹알 모여 양반다리로 앉아 있는 듯하다. 

밤바다 바람이 스쳐와 바다 향기가 얼굴을 스치는데, 우리의 머릿속은 이미 백지 상태로 하얗게 청소된 듯하였다. 누군가가 ‘달 봐라!’ 하는 소리에 모두 하늘을 올려보니 희끗한 구름 속에서 삐죽이 얼굴을 내미는 달! 반가움에 앞서 그 분위기에 기쁨이 먼저 차오름을 느꼈다. 

점차 커지며 밝게 비추는 달빛에 위도의 밤은 어릴적 동네 분위기 마냥 낭만으로 차올랐다. 걷는 게 힘들다고? 아니다! 달빛 가락에 발을 맞춰 힘든 줄 모른다. 어느 덧 누군가에게서 부터-아마도 조세환 교수가 아닐까 생각된다- 노래 가락이 나오기 시작한다. 

‘밤배’를 필두로 유튜브까지 동원되어 합장으로 밤하늘을 적신다. 달빛은 그림자를 만들고 하얗게 밝혀진 밤길은 우리들의 마음을 이끌었다. 아름다운 밤! 황홀한 밤! 끝없이 이어지는 듯했다.

돌연 앞에서 쌍눈에 불을 켜고 다가오는 차가 있었다. 밤길걷기 축제에 무슨 차지? 약간의 어리둥절함은 이내 반가움으로 바뀌었다. “ 수박 좀 드시겠습니까 ” 굴찍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하는 우리들의 대답과 함께 차문이 열리고, 트렁크로 가서 무언가를 들고 오는데.. 아, 잘 잘라서 가지런히 정리된 수박이 큰 나무 쟁반에 들여져 나온다. 얼마나 많이, 또 맛있게 먹었는지! 이 밤길걷기 축제에 부안 주민들이 베푸는 서비스였다. 주민참여 서비스형 축제라고 할까? 이 뿐만이 아니었다.  

달빛 경관을 보며 걷는 도중에는 음악쉼터, 먹거리 장터, 무료 음료대 등 다채로운 서비스는 밤길걷기의 문화행사로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8.5km를 걷고, 마지막 종착지 위도해수욕장에 도착 했을 때, 콘서트(노래한마당, 난타 등)로 흥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마침내 마지막 피날레로 캠프파이어의 함성이 위도의 밤하늘에 메아리 울릴 때, 우리 한양대 공학대학원, 도시대학원 석·박사 팀은 막걸리로 시원하게 목을 적시고 흥에 겨워 모두가 한 마음으로 여름밤의 낭만을 즐기고 있었다. 썸머 나잇 힐링, 그 자체였다.  


글·사진 _ 모건환  ·  한양대 대학원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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