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만든 정원’

심인섭 네이버카페 조경커뮤니티 운영자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6-09-13
조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 네이버 카페 ‘조경커뮤니티가 그 곳이다. 최근 조경을 사랑하는 이 사람들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정원 만들기’에 나섰다. ‘함께 만드는 정원’.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함께 만드는 정원’은 정원을 조성하고자 하는 회원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대상자를 선정한 후, 설계부터 모든 공정은 회원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조성하는 의미 있는 일이다. 물론 재료 및 자재의 일부도 회원들의 찬조를 통해 마련됐다.

이번에 조성한 정원은 경주 인동마을에 위치한 주택정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커뮤니티 회원들의 손으로 일구어낸 첫 ‘조경 커뮤니티 정원’이다. 현재 두번째 정원을 만들기 위해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신청자를 받고 있다.

경기침체로 어려운 상황가운데 조경인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실제로 뜻을 모아 의미 있는 일을 이루어낸 조경 커뮤니티. 그리고 선두에 선 심인섭 조경커뮤니티 운영자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조경 커뮤니티 제5회 정기모임 “함께 만드는 정원” ⓒ조경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기획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매니저로 있는 조경 커뮤니티는 조경분야 동호회로 조경업계에 종사하는 조경인들은 물론 조경 소비자인 조경 애호인들도 함께하는 공간입니다. 최근 카페 신규 회원들 중 상당수가 정원조성과 정원관리를 배우고자 가입하고 있습니다. 저희 운영진에서는 정원조성 및 유지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정원은 우리 조경분야 내에 주택정원, 실내정원, 옥상정원, 중정 등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로 자리하고 있으며 잘 아시듯 조경분야를 잉태한 모태로 보아도 틀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카페 운영진이 파악하는 바에 의하면 현재 조경인들이 정원을 조성하는 경우보다 건축, 토목, 인테리어, 농원, 등의 인접 업계에서 시공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경관조성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조경인들의 손으로 설계부터 시공까지 해보자는 것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하나의 이유입니다.

물론 저희 카페는 비영리 조경 동호회라는 현실을 감안하여 조경 설계분야에 종사하는 회원들이 정원설계를 재능기부하고, 조경 시공분야에서 일하는 회원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시공하는 것을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실행방법으로 결정했습니다.

저희 카페에는 조경인들 못지않게 많은 분들이 조경재료를 생산하는 농원과 업체가 있습니다. 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식물재료와 유기재료, 자재 등을 일부 기부 받아 “함께 만드는 정원”이라는 프로젝트 명에 걸맞은 행사로 진행했습니다.   

이미 라펜트를 비롯한 조경관련 언론매체에서 주지하듯 현재 조경 분야가 놓인 불리한 상황과 조경인들 미래의 업역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 조경인들이 설계부터 시공 그리고 유지관리까지 전체의 공정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기에 카페에서 활동하는 예비 조경인들에게 계획부터 설계 그리고 구체적인 시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공부하는 시간도 제공하자는 것이 프로젝트 수행을 결정하게 된 이유입니다.

온라인으로 대상지 도면과 현황사진을 올리고, 온라인으로 카페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압니다. 콘셉트 도출부터 시공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온·오프라인의 방식을 병행한 프로젝트입니다. 저희 카페에는 3만명 가까운 전국의 회원들이 계시기에 대상지 지역에 거주하는 회원 중 몇 분을 선정해 대상지 현황파악, 의뢰인 면담, 실측과 설계변경까지 오프라인에서 실행해야할 부분은 오프라인으로 처리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부매니저이신 성성철님과 컨설턴트로 활동해주신 박동호님 두 분께서 오프라인에서의 역할을 수행해주셨습니다.

온라인에서는 대상지 현황과 의뢰인의 의견, 컨설턴트의 조경인으로서 조언 등을 카페에 공지해 모든 회원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실시간 의견수렴을 위해 카페 채팅시스템과 SNS의 그룹채팅을 통해 전문가 그룹에서 의견에 대한 채택 여부를 결정했습니다.

많은 시공 안들 중에서 전문가와 의뢰인이 함께 온라인 채팅을 통해 최종안을 도출하고 설계도서로 작성했습니다.

설계도서를 바탕으로 재료 및 자재의 물량을 산출하고 1차로 컨츄리 블록을 이용한 진입부 시공을, 2차로 제5회 정기모임을 함께 진행해 전국의 회원들 중 희망자들께서 직접 시공에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조경 커뮤니티

의뢰인의 요구사항을 토대로 설계부터 시공까지 완성하셨을 텐데, 이 과정 중 여러 사람의 의견수렴이 어려웠을 것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논의를 하셨고, 어떻게 하나의 결과물로 도출하셨는지?

의뢰인께서는 조경에 종사하는 분이 아니셨지만 정원 조성을 위해서 조경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시고 초기도면을 스스로 작성하실 정도로 열정이 넘치시는 분이셨습니다.
 
의뢰인께 제일 먼저 부탁드린 것 중 하나가 지금까지 계획하시고 그리셨던 정원에 대한 모습을 지우고 프로젝트를 통해 제안해드린 것을 검토하라는 부탁이었습니다. 물론 프로젝트 수행과정에서 결정해야할 부분들은 의뢰인의 수락을 받아 실행으로 옮겼습니다.

카페의 공지와 채팅 등을 통해 올라오는 의견들을 수렴하고 1차 결정하는 전문가 그룹이 있었기에 실현 가능한 의견만 선택하여 의뢰인이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물론 제안되는 모든 의견은 의뢰인도 함께 모니터링하며 왜 부적합한지 적합한지 전문가들이 설명하는 과정을 거쳤기에 그 것에 대한 오해는 없었습니다.

정원 전체를 아홉 부분 정도로 나누어 진입부와 같은 중요한 부분에 선순위를 부여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부분별로 토론을 진행하여 결정하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비전문가와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함께 진행해야 하기에 무엇보다 서로간의 신뢰와 정해진 비용으로 가장 효과적인 정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적을 공유했기에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원조성 과정을 회고해본다면?

전체 과정에서 가장 즐거웠을 때는 무엇보다도 조경분야와 조경인 카페 그리고 회원들을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과 기회가 주어졌을 때였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시공 마지막 날입니다. 비가 하루 종일 내려 온몸이 비에 젖어가며 잔디식재와 관목식재를 마무리하고 난 뒤, 모든 일정이 끝나고 환하게 웃으며 배웅해주신 의뢰인 가족의 얼굴을 뵐 때였습니다. 첫 도전은 누군가 내주지 않은 길을 가야하기에 모든 것을 개척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어렵겠지요.

과정 중 힘든 때는 1차 진입부 컨츄리 블록을 회원들과 함께 시공하는 날이었습니다. 대상지 지역의 기온이 39.8도까지 오르고 그늘이 아닌 직사광선 아래서 20여㎏에 달하는 수백 개의 블록을 손으로 나르며 쌓아올리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1차 작업에는 카페의 전·현직 운영자들이 작업에 참여해주셨습니다. 경기도 포천에서 경북 경주까지 7시간 넘게 달려와 작업해주신 분도 계셨고, 경기도 남양주에서 5시간 넘는 시간 달려와 작업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돈벌이나 직업으로만 생각했다면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기꺼이 달려와 땀 흘리며 함께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조경 커뮤니티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의뢰인께서 그날 모인 회원들 중 가장 나이가 많으셨음에도 불구하고 힘든 내색 하나 없이 묵묵히 함께해주셨기에 가족애를 느끼며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카페에서는 회원이라는 명칭 대신 가족이라는 명칭으로 사용합니다.


ⓒ조경 커뮤니티

조경인들이 함께 모여 정원을 만드는 일의 이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리가 사물을 볼 때 나름의 가치관과 쌓아온 지식을 바탕으로 바라보며 분석하고 인지한다고 생각합니다. 건축가의 눈으로 경관을 본다면 건축물들이 주를 이루고 다른 것들을 인식하겠지요. 조경인들이라면 건축물이 속한 전체적인 경관을 보고 인식하는 노력이 필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비탈면을 시공할 때 토목인은 비탈면을 어떻게 견고하고 안전하게 처리할지 고민한다면 조경인은 견고하고 안전함을 바탕으로 정서적인 부분까지도 염두한 시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원은 국토로 보면 최소단위의 녹지이겠지만 한사람의 생활에서는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자연이며 안식처입니다. 자연을 모방하고, 자연과 사람을 이어주는 직업이 조경인이고, 식물을 비롯한 생태적인 요소들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도 조경인이니, 정원을 조경인의 손으로 조성해야하는 것은 물어볼 가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경인이 왜 정원을 조성해야 하느냐가 아닌 당연히 조경인이 해야 할 일입니다.

조경 커뮤니티 카페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조경 커뮤니티(http://cafe.naver.com/teamsis)는 2008년 1월 2일 네이버 카페에 제가 만든 공간입니다. 매니저인 저의 직업은 조경 현장에서 수목이식을 담당하는 조경공입니다. 물론 13년 이상 수목이식팀을 이끌었던 수목이식팀의 팀장입니다. 외부적으로는 조경분야의 6개 단체에 속하지도 않는 무명의 연예인과 같은 존재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3만명의 회원들은 조경분야의 학계는 물론 업체 대표, 공무, 감리, 설계, 시공, 관리, 수목 및 초화 농원, 자재 생산업체 등의 전문가들과 조경분야에 종사하지 않지만 조경분야에 관심을 갖고 계시는 조경 애호인들이 최소 1/3이상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조경분야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통로라 생각하며 일반인들과 조경인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조경 커뮤니티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조경의 최종 소비자는 일반적인 시민, 국민들이니까요.

조경의 각 공정별 대화와 소통이 매우 부족한 것이 우리 조경계 현실입니다. 설계 따로, 시공 따로, 관리 따로 이루어짐으로 인해 조경시공의 질이 떨어지고 다양한 조경시공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한 예로 이미 도입되거나 육종되어 다양한 식물들이 농원에서는 재배되고 있지만 설계하는 과정에서 그 식물 하나를 반영하기 위해 견적처리를 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고 바쁜 업무로 정평이 나있는 설계자 입장에서 식물 하나에 귀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이해할 것입니다.

앞으로 조경 커뮤니티는 조경인과 일반 대중들과의 소통 창구로 남아 조경과 조경인들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함께 만드는 정원” 프로젝트는 특별한 경우가 없는 한 전국을 무대로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조경분야 뿐만 아니고 어려운 경기 속에 타인을 위해 무엇인가 베풀며 살기 쉽지 않은 시절입니다. 조경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재능기부를 통해 타인에게 나눔을  실천할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또 하나 정원을 조경인들의 손으로 조성하면 무엇이 다른지 세상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제가 카페의 매니저로써 프로젝트의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수행하며 가장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좋지 않게 보일 경우 카페는 물론 조경의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기에 늘 많은 고민을 합니다.

현재 두 번째 대상지를 이미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공모 중이기에 의뢰인이 선정되면 보다 나은 결과를 도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조경인들에게 한 마디.

제가 감히 조경인들에게 무슨 말씀을 드린 다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습니다. 우리 카페 전 부매니저님의 말씀을 빌려 부탁을 갈음합니다.

의사를 부를 때 의사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씁니다. 의사들끼리 서로를 부를 때 누구 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식물들에겐 의사고 지구를 지키는 파수꾼인 조경인들이 자신의 직업을 “노가다”라고 생각한다면 세상은 결코 조경을, 조경인들을 인정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기술 몇 가지 쌓는 것보다 스스로의 직업관을 세우고 스스로 당당할 때 조경인의 손에서 만들어진 결과물도 세상앞에 당당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경과 조경인들의 앞날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빕니다.









ⓒ조경 커뮤니티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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