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조경의 미래.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조동길 논설위원(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라펜트l조동길 대표이사l기사입력2016-09-28
조경의 미래.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글_조동길 대표(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고려대 겸임교수)


최근 조경설계사무소의 인력 채용 문제와 관련하여 기사가 난 적이 있다. 5년 전만 해도 조경설계사무소에서 채용 공고를 내면 많은 사람들이 지원했지만, 최근에는 지원자 수가 극히 줄어들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에서도 최근 설계 담당 과장, 대리급 공고를 냈더니 지원자 수가 가뭄에 콩 나듯 했다. 더 사실대로 말하면 1명뿐이었다. 필자의 회사가 조경가들에게 너무 매력 없는 곳이라서 지원자가 적었는지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어쨌거나 언론 기사에서는 이러한 현상의 이유를 조경설계를 3D 업종으로 보고 있다는 것에 포인트를 맞추었다. 취업난이라고 하는 요즘 시대에 3D 업종을 가려야 할 만큼 여유로운지는 모르겠다. 필자는 무엇보다도 조경설계 분야, 좀 더 나가서 조경 분야의 비전과 관련된 문제가 아닌가 한다. 도대체 조경을 하면 먹고는 살 수 있는 건가? 갈수록 일거리가 줄고 있다고 하는데 앞으로는 더 어렵지 않겠어? 라는 생각이 지배적일지도 모른다.

대학교에서 조경의 비전을 어떻게 교육시키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영향도 작지 않을 것이라 본다. 물론 취업해 현업에 있는 선배들과의 대화에서 어려움을 듣고 재학생들은 다른 길을 선택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또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대기업과 같은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경향에 의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떠한 경우가 되었든 조경이 매력이 없다는 인식이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팽배해 있는 거 같다. 실제로 조경이 그렇게 매력이 없는 분야인가에 대해서 필자는 의문이 많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이런 젊은 친구들이 조경과 관련된 분야로 적극적으로 취업할 생각을 갖게 할 것인가가 문제일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첫 번째는 조경에 대한 매력을 학부 과정 학생들에게 충분히 인식시켜야 한다. 다만, 조경이 단순히 나무나 심고 관리하는 협소한 분야라는 생각을 버리게 해야 한다. 학교들마다 커리큘럼은 다르겠지만, 조경의 분야는 공원녹지, 생태복원, 정원, 경관, 환경디자인, 지역 계획(만들기) 등 매우 다양하다. 과정별로 보면, 환경 조사 및 분석, 환경영향평가, 계획, 설계, 시공, 관리 등 각 단계별로 전문 분야를 갖고 있다. 조경학원론 시간에 배울 때 조경을 정의하는 말 그대로 조경은 종합적이고 예술적이며, 과학 분야이다. 나아가서 조경은 융복합의 학문이기도 하다. 일례로 필자가 아는 지인은 미국에서 국책사업의 전문가를 채용하는데, 조경과 같이 환경도 알고 계획 및 설계력도 있는 인재를 구한다는 얘길 들을 적이 있다. 순수 생물학자와 토목적 사고의 공학자 사이의 틈새 인재를 요구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조경이라는 분야는 종합적이고 융복합적인지라 잘만 엮이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한편, 생태복원 분야에서 최근에 출간된 번역서들에서 이 분야를 이끌고 있는 외국의 전문가들은 생태복원에 대한 매력과 직업으로서의 가치를 열심히 설명하는 문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요지는 생태복원 분야에 참여하고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고 보전, 관리함으로써 지구환경의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생태복원은 매력적이라는 것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조경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충분히 매력 있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좁은 식견 혹은 우리 스스로가 생각의 폭을 좁히면서 일거리를 줄여 나가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조경계 관련 단체에서 젊은 친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 필자는 40대 초반이다. 어중간한 세대라고들 한다. 필자는 어찌하다보니 30대 초반부터 관련 학회나 협회에 참여하는 계기가 있었지만, 실제로 20~30대가 적극적으로 학회나 협회에 참여하는 일은 보기 드물다(학술발표는 대학원생들이 많이 하지만, 그들이 정책 방향 등에 의사결정하는 모임에 참여할 기회가 적다). 대부분의 학·협회장들은 50~60대이고, 주요 임원들도 그러하다. 그렇다보니 젊은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방향을 원하는 지에 대한 논의의 기회가 적어진다. 물론 동방예의지국인 터라 혹은 한국의 정서상 젊은 친구들이 소신 있게 이야기하기도 어려운 분위기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타파하고 조경분야에서도 젊은 인재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모 정당에서 50대 대통령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미국에서는 40대여도 대통령직을 훌륭히 소화해낸 경우도 있다.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고하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요즘 시대의 젊은 친구들의 경우 창의적 사고와 발전적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 수 있다. 이러한 생각들이 주요 학·협회에서도 자연스럽게 발언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가치 있는 생각이나 의견은 과감하게 받아들여 우리 분야의 발전을 위해 채택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현실적으로 전국조경학과학생연합회장(명칭은 정확하지 않고, 잘 운영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다만, 이런 관련 단체의 성격을 가진 대표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주길 바란다)이나 환경과조경 통신원 기장 등 학부생들과 대학원생 등을 대표할 수 있는 젊은 친구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좋겠다. 

세 번째는 조경계의 파벌 혹은 과다 경쟁에 따른 분열의 문제이다. 쉽게 말하기 어려운 내용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조경계의 화합이나 발전적인 생각을 끌고 나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조경계의 파벌은 20여 개나 되는 다수의 학회·협회가 그들만의 리그를 한다는 것이다. 몇몇 학회들이 연합하여 공동학술대회를 하는 것을 시도도 해봤지만, 몇 가지 문제점에 의해서 지속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토목학회에서 토목 관련 분야들의 연합 학회를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양한 조경 관련 학회나 협회가 만들어지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각각의 단체들이 서로 연합할 수 있는 계기는 자주 만들어져야 하고, 공동의 어젠다를 갖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런 계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그들만의 리그를 하다가 결국은 분열로 끝을 맺게 된다. 화합을 위한 장을 마련하는 것조차 힘들어지게 된다.

업계는 더 심각하다. 어느 한 업체가 성장해 나가면 시기와 질투를 기반으로 헐뜯기에 바쁘다. 있지도 않은 소문을 만들어 내고, 폄하한다. 과다한 경쟁 관계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일수도 있지만, 결국 승자도 패자도 없는 무의미한 일이 된다. 남을 욕하고 뜬소문을 만드는 사람이 결국에는 더 이상한 사람이 되고 믿음을 갖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상식이다. 더군다나 이런 업체들이 모인 시장이나 단체는 축소되거나 사라지기 쉽다. 실제로 그러한 조짐들도 일어나고 있다. 과다한 경쟁과 그로 인한 분열은 다른 유사 업계에서 치고 들어오기 쉬운 분야로 전락할 뿐이다. 마치 사분오열되어 있는 군인들의 모습을 보고, 공격을 시기를 가늠하는 적장과 같다. 지금의 우리 조경 모습이 그러하지 않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학회나 협회, 기업들 간의 화합과 선의의 경쟁을 토대로 이 어려운 시기를 개선해 나가야 할 때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젊은이들이 함께 참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라펜트나 한국조경신문 등에서 보면, 조경 분야의 위기는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화된 논의나 해결책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나마 희망적인 액션이라고 생각했던 “조경지원센터”를 놓고서도 설립 시기에 대한 이견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20개 조경 관련 단체 중에서 7개 단체만 참석했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더군다나 그 안에서 20~30대의 젊은 친구들은 얼마나 있었을지 모르겠다. “조경지원센터”가 화합의 기관이 될지 아니면 또다른 그들만의 리그를 위한 새로운 단체나 기구가 생겨나는 역할만 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왕이면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기구이길 고대할 뿐이다. 더불어서 미래의 조경을 짊어져야 할 젊은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구이기를 희망해 볼 뿐이다.
_ 조동길 대표이사  ·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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