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1000년에 걸쳐 만들어진 흑룡만리 ″제주밭담″

백승석 논설위원(한국농어촌공사 과장)
라펜트l백승석 박사l기사입력2016-10-14
1000년에 걸쳐 만들어진 흑룡만리 “제주밭담”



글_백승석 과장(한국농어촌공사)


2013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제2호로 지정된 제주밭담은 제주특별자치도 전역 약 541.9㎢ 면적에 분포하고 있으며, 2014년 UN FAO(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의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되었다. 제주밭담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됨으로써, 제주도는 세계문화유산, 세계지질공원, 세계7대자연경관이 모두 지정되는 세계유산분야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였다. 

제주도는 화산섬이라는 지형·지질적 특성 때문에 돌이 많고, 물이 부족한 척박한 농업환경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섬사람들은 토양에서 골라낸 돌을 이용해 밭담을 쌓아 바람과 토양유실을 막는 지혜를 발휘하였고, 더불어 생물종의 다양성과 제주도 특유의 농업문화를 보전해왔다.

제주도 전역에 설치된 밭담의 길이는 22,108㎞으로 1000년에 걸쳐 검은색의 현무암 밭담을 만들었는데 하늘에서 보았을 때 마치 흑룡처럼 보인다고 해서 “흑룡만리”라 불려진다. 이러한 밭담은 제주도만의 독특한 농업문화 경관으로 제주의 미학을 대표하고 있다.

제주밭담 ⓒ제7회 농촌경관사진공모전 수상작, 
제주밭담과 유채풍경 ⓒ제주밭담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신청서

제주밭담은 단순히 토지의 경계를 구획하고 동물의 침입을 방지하는 울타리 기능이외 제주도 전통농업 시스템을 유지하는 중요한 핵심이다. 제주도는 바람의 영향으로 토양의 수분증발이 많아 농작물의 씨앗 발아가 어렵고, 강한 바람에 의해 작물이 쓰러지기도 하며, 비바람에 의해 토양이 유실되는 등 열악한 농업환경속에 놓여있다. 이러한 열악한 농업환경을 이겨내기 위한 해결책이 바로 밭담이다.

기공이 많은 현무암으로 쌓아올린 제주밭담은 토지 구획과 울타리 기능 이외 강한 바닷바람이 현무암을 통과하면서 속도가 감속되고, 따듯한 바람으로 변화되어 농작물의 생육에 도움이 되며, 밭담이 있음으로써 토양유실을 막아 작물이 생육할 수 있는 서식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다. 또한 얼기설기 쌓아올린 밭담은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로 이용되는 등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데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제주밭담과 바람구멍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신청서, 
제주밭담 기능 모식도 농식품부 농업유산 브로셔(2015)

열악한 제주의 농업환경을 극복하고 지켜온 버팀목인 제주밭담은 이제는 제주도 미래관광의 핵심 코드로 새롭게 인식되어지고 있다. 제주 올레길의 인기를 이어받아 제주문화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흑룡만리밭담 길을 조성하였다. 또한 밭담의 쌓는 방식이 언듯보기에는 마구잡이로 쌓아올리것 같은 엉성한 모습이지만, 전통 제주밭담을 그대로 쌓을 수 있는 기술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밭담 쌓는 전통기술의 교육과 전승을 위해 돌 문화 아카데미를 개최하여, 밭담 장인을 육성하고 보전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밭담의 문화와 가치를 제주도민과 관광객에게 홍보하기 위해 작년부터 제주밭담 축제를 개최하였다. 이 축제에서는 밭담 쌓기 대회, 밭담 골든 벨, 밭담 탐방코스 투어와 같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그 중 제주도 전통 도시락인 동고량을 먹으며, 밭담 해설사와 함께 밭담 탐방코스를 투어하는 프로그램이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제주밭담 축제는 올해도 10월 22일(토)~23일(일)에 개최될 예정이니, 기회가 된다면 참가해보기를 권한다. 

이처럼 제주밭담은 제주 미래를 이끄는 지혜의 산물이다. 이제부터 제주도를 여행할 때 눈에 보이는 돌 하나하나에 제주도민의 치열했던 농경문화와 다양한 생태적 가치가 있음을 느껴보길 바란다.

흑룡만리 밭담길, 제2회 제주밭담 축제 포스터 제주특별자치도
글·사진 _ 백승석 박사  ·  한국농어촌공사 지역개발지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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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seok146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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