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 기초 교육에 대한 관심과 투자 필요해″

[인터뷰] 온형근 여주자영농고 교사
라펜트l신혜정 기자l기사입력2016-10-26
지난 9일 2016 서울정원박람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개최된 서울정원박람회에서는 80여개의 다채로운 정원이 조성됐다. 그 중 고등학생들이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정원박람회 포미터스퀘어(4㎡) 출품작 중 3작품이 여주자영농고 학생들의 작품이다. 학생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의 진로에 대하여 끊임없이 시도하고 탐색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조경을 진로를 설정하는 청소년을 위한 장기적인 지원을 준비하여야 한다고 온형근 교사는 말한다. 모든 이해득실을 넘어 조경 기초 교육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온형근 교사를 만나 서울정원박람회부터 조경 교육의 현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온형근 여주자영농업고등학교 교사

고등학교 조경 교육의 현황과 문제점은?

한국농업교육협회(KAEA)의 2016년 전국 농업계고등학교 현황을 보면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을 포함한 경기도 12개교, 강원도 6개교, 충북 4개교, 충남 8개교, 전북 9개교, 전남 8개교, 경북 4개교, 경남 5개교, 제주 2개교로 전국에 61개의 고등학교가 있다. 

이 61개교에 ‘조경과’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학교에서도 조경의 입문 과정인 ‘조경’ 교과를 학습하고 있고, ‘조경기능사’ 국가자격증 시험을 위한 교육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 조경 관련학과가 설치되었거나 조경 선택 교과를 운영하는 학교는 ‘조경 설계’, ‘조경 시공 관리’ 교과로 심화 학습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교 조경 교육은 보편적이며 표준화된 과정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서 조경에 대한 관점을 불러일으키고 자신의 진로를 모색하게 하는 여정이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현실의 조경산업과 관련하여 임장감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학생들이 조경 관련 정보를 입수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라펜트 같은 사이트는 매우 유용한 자원이다. 인터넷 초창기에 조경 교육 내용에 대한 콘텐츠를 개인적으로 만들어 운영하였던 시절에 비하면 정보의 양이 매우 다양해지고 풍부해졌다. 

자연스럽게 조경을 공부하는 재학생들에게 ‘조경’으로의 진로 지도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데, 각종 조경 관련 공모전을 준비하게 하는 교육적 시도는 여전히 동기 유발을 위해서 좋은 방법이다. 최근 고등학교에서 ‘조경’ 교과를 지도할 ‘조경 교사’의 전문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교원자격검정령 시행규칙에서 농업관련 자격증 표시과목에 ‘식물자원·조경’이라는 애매한 표시과목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농업’, ‘임업’, ‘원예’, ‘조경’교사를 1 개의 표시과목으로 통합하였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교직과정을 이수하고 임용고시를 보는 경우 조경학과 출신이 임용고시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있다.

현장 학교에서는 ‘조경’을 지도할 조경학과 출신 교사의 태부족을 식물자원(농업, 원예, 임업) 교사의 지원으로 매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몇 학교는 ‘조경학과’ 출신 기간제 교사가 지도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학교는 조경 교육의 항속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식물자원 점 조경’이라는 전대미문의 교과 표시과목을 학문의 특성상 분리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아울러 교직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대학의 조경 관련학과 교수 역시 연대하여 이러한 부분을 기회 있을 때마다 고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건의하고 방향을 제시하여야 한다.

서울정원박람회  준비과정은?

고등학교에서의 조경 교육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였다. ‘조경’의 전문가를 키우는 게 아니라, ‘인성’과 ‘사람’을 만드는 일이 고등학교 교육의 근간이다. 대학이나 기타 조경 관련 교육을 하고 있는 기관은 ‘조경’을 공부하러 선택하여 왔기에 바로 조경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으로 치고 나갈 수 있지만 고등학교는 진로를 모색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기에 더욱 조심스럽다. 따라서 조경 교사는 조경 교육을 위하여 매력적인 요소를 수시로 찾아 정보를 제공하고 함께 시도하는 역할에 보다 충실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정원박람회와 인연은 2012년부터 시작되었다. 2012년은 서울정원박람회가 처음 개최된 해이기도 하다. 그때 임춘화 아이디얼가든 대표를 만나 고등학교 조경 교육에서 ‘가든’에 대한 교육과정을 접목하는 방법을 강구하였었다. 고등학교 학생 수준에서 만들 수 있는 정원에 대한 고민이다. 그런 과정에 2012 서울정원박람회에 내가 지도하는 학생들의 정원 디자인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었다. 그리고 이어서 수원에서 2012년 경기정원박람회가 열렸다. 이때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정원’ 공모가 있었다. 그때 수원 청소년 문화 공원에서 이루어졌는데,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이지만, 직접 전화를 하여 고등학생도 참여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참석한 적이 있다. 공모에 선정되어 방과후에 학생들과 정원을 만들면서 보낸 시간들이 기억난다. 그때 정원박람회의 성격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고 여전히 이런 저런 단상과 소감이 진행 중이다.


더 가든 ON 프로젝트 ⓒ온형근

이번 여주자영농업고등학교의 2016년 서울정원박람회에서 ‘학생부’에 참여한 학생들은 그런 면에서 자신의 진로에 대하여 끊임없이 시도하고 탐색하는 바람직한 모델을 보여주었다. 교사로서 고맙고 자랑스럽다. 시간을 쪼개어 합리적으로 팀을 운영하는 대견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2015년부터 여주자영농고 자영조경과 학생을 대상으로 기 조성된 학교조경 공간 7 곳을 선정하여 경기도 교육청에서 실시한 ‘수업혁신’의 일환으로 ‘가든 프로젝트’ 수업을 시작하였다. 2015년에서 그 결과를 전시하였고, 올해도 2학년을 대상으로 같은 공간에서 새로운 주제로 ‘더 가든 ON’ 프로젝트를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더 가든 ON’ 프로젝트 활동이 학생들에게 정원을 만드는 데 직접 참여하고 그 즐거움을 익힐 수 있는 고등학교 수준의 실천적 조경 교육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좌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특히 여주자영농업고등학교에서 함께 조경 교과를 지도하는 김재근, 김미정 선생님의 서울정원박람회 참여 활동이 작품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주효하였다.

특별하게 신경쓴 부분이 있다면?

학생의 성취도를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로 정원 박람회 참여를 권유하였다. 그러나 학생이 현재 수행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남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도록 기본 개념을 잡았다.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 개척을 위하여 공무원반, 기능사반, 전국FFK대회 참가반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직접 자신의 정원을 만든다는 것에 큰 재미를 느꼈을 것 같다.

조경설계 실습실에는 집중력과 몰입에 대한 교육 목표가 칠판에 적혀 있다. 내가 조경을 공부하는 학생에게 힘주어 이야기하는 자세다. 집중과 몰입에는 성실과 끈기, 나아가 근성이라는 속성을 포함한다. 내가 학생들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교육의 중점은 어떤 먹기 좋은 과자를 하나 따 먹게 하는 게 아니다. 변화하는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발빠른 임기응변이 아니다. 학생을 둘러싸고 있는 제도의 경직성에 익숙해지라는 게 아니다. 기초와 뿌리가 튼튼해지는 실천력이다. 범용성이 가능한 내재된 가치를 끄집어낼 수 있는 시각을 길러주는 것이다. 가능하면 스스로 찾고 만들고 이뤄내는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이번 2016 서울정원박람회를 준비한 학생들은 그러한 보물을 실천으로 성취하였기에 더욱 튼튼해졌다. 그러면 된 것이다. 

서울정원박람회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은 어땠는지?

알다시피 최근 정원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도는 과할 정도로 지나치다. 지자체를 둘러싸고 있는 관련 기관 역시 계통이 잡히지 않아 난립한다는 느낌이다. 보다 정교하게 설계된 국가 차원의 접근에 의한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 정원 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산림청과 비교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산림청의 가장 큰 목표는 국토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산림의 효율적인 관리이다. 그 중 가장 우선하는 것이 산림 자원의 축적과 이용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 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에 더 매달리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원박람회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서울정원박람회를 둘러보면서 경기정원박람회와 순천정원박람회 등 다양하게 연계하여 생각하였다. 그 중 하나가 작가들의 정원을 모든 사람이 공유하고 향유하는 관점도 중요하지만, 입장료를 내고 관람하거나 체험할 수 있는 유지 관리의 방향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겼다. 서울정원박람회 이후 전시된 정원용품을 학교 교육에 활용하기 위해 트럭을 가지고 아침 일찍 상암으로 올라갔으나, 밤사이 모든 물건이 없어졌다. 책임 소재를 물을 수도 없는 무기력함을 안겨 주었다. 심지어는 통나무 의자 같이 무겁거나 꽃같이 가벼운 소재거나를 가리지 않고 없어졌다. 그러니 박람회를 개최하는 장소와 유지 관리에 대한 신중하고 깊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헤아려야 할 것이다.

다음에도 참여할 의향이 있는가?

예산이 허락되고 교육적으로 필요하다면 계속될 것이다. 학생은 매년 바뀌고 새롭게 꿈을 꾸는 학생이 있는 한 교육 과정의 하나로 생각하고 지속할 필요가 있다.

조경인에게 한 마디.

조경인이라기보다 한국의 조경산업 관계자들의 고등학교 조경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표준화되고 범용적인 기초 교육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기초에 대한 조경인들의 예의가 없다면 그 산업은 위태롭다. 조경 기초 교육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모든 이해득실을 넘어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고등학교 조경 전공 학생을 고졸 취업으로 이끈 ‘장원조경’은 분명 미래에 대한 투자를 제대로 이끄는 것이다. 

지금까지 고등학교 조경 교육을 알리기 위해 고등학교 학생을 정원박람회에 참가시켰다면, 이제는 고등학교 조경 교육을 위한 조심스런 조경인들의 예우가 시작되어야 할 시점이다. 고등학생이라는 유연한 연령대에 조경을 진로를 설정하는 청소년을 위한 장기적인 지원을 준비하여야 한다. 

고졸 전공학생이 바로 취업하여 해당 산업에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졸자와의 임금 격차를 뚜렷한 수치로 해소해야 가능하다. 청년수당과 청년배당이 있듯이 고졸 전공 인력의 취업에 가칭 ‘고졸취업수당’을 신설하여 국가가 차액만큼 지원하는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산업이 젊어지고 국가의 미래가 탄탄해지는 길이다. 

아울러 대학에서 조경을 전공한 교직 전공자들이 고등학교 조경 교사로 근무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 개선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반대로 조경 교사의 역량을 높이려는 교사를 위한 조경단체와 대학에서의 배려도 필요하다. 올 여름 ‘충남 교육청’에서 ‘연암 대학’에 조경 교사 연수를 개설하여 실시한 실적이 그러한 좋은 사례이다. 다각적 측면에서 다층적으로 검토하여 장려해야 할 좋은 협력 사례라고 하겠다.


'3minutes' 작품 ⓒ온형근


'그린 라이트' 작품 ⓒ온형근


'어릴 적 꿈꾸었던 우리들의 비밀기지' 작품 ⓒ온형근
_ 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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