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미옥 나사렛대학교 교수

정원, 이제는 공공과 소통해야 할 때
라펜트l신혜정 기자l기사입력2016-10-20
지난 9일(일) 월드컵공원에서 개최한 '2016 서울정원박람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올해는 세계적인 정원작가 야노티가 초청됐으며, 플라워바디쇼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행사로 방문객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특히, 토크쇼와 함께 개최된 '플라워바디쇼'는 조경분야를 문화적으로 새롭게 접근시켰다는 점에서 큰 찬사를 받고 있다. 다른 패션쇼와 달리 ‘움직이는 정원’을 형상화한 국내외 정원박람회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조경의 아름다움이 있는 생명과 건강한 생태계, 그리고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예술적 강점을 패션쇼로 승화시킨 연출가이자 서울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위원인 박미옥 나사렛대학교 교수를 만나 서울정원박람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박미옥 나사렛대학교 교수

올해 서울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위원으로서 활약하셨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먼저, 부족한 제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울정원박람회 조직위원으로 활동하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절인 10월의 시작은 서울정원박람회가 문을 엽니다. 서울정원박람회가 열린 월드컵공원은 쓰레기매립장에서 친환경 공원으로 다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거듭 난 사례로서, 도시의 재생과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뜻깊은 곳입니다. 

이번 정원박람회 주제는 ‘정원아 함께 살자 – 정원을 만나면 일상이 자연입니다’로서 자연과 생태, 사람과 문화, 예술과 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의미가 있습니다. 작년에도 서울시가 추구하는 ‘서울, 꽃으로 피다’와 연계되어 ‘정원아 어디있니? 서울에 사는 정원입니다’라는 주제로 열렸었는데, 이러한 정원박람회를 계기로 국내에도 본격적인 정원문화의 확산이라는 수확을 거둔 것으로 평가됩니다. 서울정원박람회를 통해 서울시민은 물론 국민들이 정원이 주는 서비스를 체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를 기대합니다.

야노티 일본 작가는 토크쇼에서 스텝과의 호흡이 아주 좋았다는 평이었습니다. 일본작가와는 어떻게 호흡을 맞추게 된 건가요?

저를 포함하여 정원디자인학회 홍광표 회장님과 정진용 대표, 이성준 대표 등이 지난 5월에 첼시와 쇼몽을 비롯한 영국과 프랑스의 정원문화를 답사한 바 있습니다. 그때 첼시에서 독특한 주제와 동양인의 심오한 감성을 표현한 작품을 보게 되었는데 바로 은상을 수상한 야노티 작가의 ‘동서양의 만남 east meets west’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야노티 작가는 그 이전에도 첼시에서 금상을 수상하였고, 벨기에에서도 수상하는 등 국제적인 활약을 하고 있는데, 그의 작품세계와 예술적 사상적 배경에 일행들이 모두 공감을 하면서 홍회장님의 제안에 따라 조직위원회에서 특별히 초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작품 ‘감각의 정원 sensitivity garden’ 은 제가 국내외 작가들을 조율하는 ‘master coordinator’ 역할을 하면서 실제 식물을 함께 디자인하고 식재하며 작품을 완성했고, 무엇보다도 본 학회 이혁재박사님의 능통한 통역실력으로 조성과정에서부터 완성까지 국내 정원디자이너들과 협업이 이루어졌기에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렇게 영국에서 그리고 국내에서 자주 교류하면서 작품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정원문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이러한 감성이 정원 작품과 토크쇼에서 그대로 반영되어 더욱 분위기를 고취시키고 하나 된 일체감이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플라워바디쇼

토크쇼에서 선보인 플라워바디쇼가 인상적입니다. 조경분야에서 문화적으로 새로운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토크쇼는 이번 박람회에서 새로 선보이는 프로그램입니다. 작년에는 초청작가와의 만남이라는 유사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이번엔 첼시에서 은상을 수상한 야노티 작가와 쇼몽2016에서 ‘대단원을 위한 정원’을 출품했던 안지성 작가를 초청하여 쇼몽과 첼시 그리고 정원문화에 대한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플라워바디쇼는 아마도 국내외 정원박람회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프로그램으로서 서울정원박람회를 빛내주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플라워바디쇼를 포함하여 토크쇼를 제가 연출하게 되었는데, 많은 고민 끝에 토크쇼 주제를 ‘얘기 꽃을 피웁시다’로 정하였고, 플라워바디쇼는 ‘꽃을 노래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다양한 유형의 패션쇼를 접할 기회가 많을텐데 이번 플라워바디쇼는 화훼장식 작품을 주제로 하는 패션쇼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다른 패션쇼와는 달리 ‘움직이는 정원’ 즉 생명이 있는 꽃의 아름다움과 생명력, 예술과 생태의 조화, 인체와 꽃의 조화, 그리고 멋진 음악과 조명까지, 아마도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역동적인 플라워바디쇼를 경험했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토크쇼와 함께 진행하다 보니 시간의 제한으로 인해 작품을 충분히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 작가들의 열정과 혼이 담긴 작품세계를 다음 기회에는 더 멋진 프로그램으로 선보일 것을 약속합니다. 아름다움이 있는 생명과 건강한 생태계, 그리고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예술은 아마도 조경분야와 화훼장식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박람회에 원장으로 있으신 정원디자인아카데미의 학생들 작품이 설치되기도 했는데요, 소감 부탁드립니다.

우리 한국정원디자인학회에서는 정원문화와 산업을 정립하고 학술적 기술적 표준화를 위해 지난 1월과 7월, 두차례에 걸쳐 정원디자인 아카데미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미지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혹한 속에 진행되었던 1회 아카데미는 ‘정원을 감각하게 하라’는 주제로 튜터선생님들의 지도로 ‘흙 없는 한뼘정원’을 조성하는 미션을 수행하였습니다. 학술적으로는 제가 ‘정원문화와 생태계 문화서비스’라는 제목으로 기조강연을 하였으며, 그 외에도 조세환 교수, 홍광표 교수 등 조경분야를 대표할만한 분들이 기조강연과 특강으로 정원문화를 조명하고 정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습니다.

폭염 속에 진행되었던 2회 아카데미는 ‘정원을 생활하게 하라’는 주제로 역시 튜터선생님들과 함께 4㎡면적의 한뼘만한 정원을 조성하는 미션을 수행하였습니다. 학술적으로는 제가 ‘생활 속 정원문화 : 지하정원’라는 제목으로 도시재생으로서의 정원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기조강연을 하였으며, 그 외에도 1기 아카데미와 마찬가지로 조세환 교수, 홍광표 교수 등 조경분야를 대표할만한 분들이 기조강연과 특강으로 정원문화를 조명하고 정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정원문화와 산업에 대한 조바심과 두려움이 성취감과 자신감으로 바뀌었고, 막연하게 보였던 정원문화라는 상상력이 어느덧 우리 앞에서 현실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서울정원박람회의 하나로 진행된 ‘포미터가든’은 정원아카데미의 한뼘정원 미션과 맥을 같이 합니다. 도시와 생활 주변의 제한된 공간에서 정원이라는 가치를 창출한다는 정원디자인 아카데미의 정신을 정원박람회에서 실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한된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 멋진 정원작품을 창출한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야노티 토크쇼

앞으로 계획이 있으신가요?

지난 여름, 우리 정원디자인학회에서는 산림청의 후원을 받아 에스토니아에 ‘무우원’이라는 K-가든(한국정원)을 조성하였습니다. 홍교수님과 후네스의 최송훈 대표가 직접 에스토니아까지 가서 그곳 정원작가와 함께 한국 고유의 삼신산과 방지원도, 화계 등 한국성을 표현하면서도 북유럽 발틱해의 풍토를 반영하였습니다. 

우리 학회에서는 앞으로도 산림청 및 관련 기관과 유기적으로 협조하여 우리 한국정원을 대중화하고 국제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특히 과거의 전통 정원 양식이라는 틀에 얽매이기 보다는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미래지향적으로 창출하기 위한 학술적, 기술적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융복합적 6차산업으로서의 정원문화의 철학을 정립하고 문화와 산업, 상품과 작품, 예술과 생태 등 정원의 가치를 창출하는데 노력할 것입니다. 국내에 서울정원박람회 외에도 경기정원박람회, 고양꽃박람회, 순천정원박람회 등이 있으며, 오래전에 개최되었던 안면도 꽃박람회 등 정원문화가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첼시나 쇼몽은 물론 가까운 일본과 비교하여도 국제적인 정원박람회로 발돋움하기에는 갈 길이 한참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정원박람회에는 거듭 강조드린 바와 같이 예술과 철학과, 과학과 문화와 산업이 녹아 있습니다. 이제 이러한 보석들을 더욱 정제하여 궁극적으로는 우리 고유의 꽃과 정원 문화가 세계인의 주목을 이끄는 날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조경인에게 한 말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원은 곧 문화이며 6차 산업입니다. 또한 정원은 과학이요, 예술이 담긴 철학이며, 다양한 학문적 기초지식을 아우르는 융복합적 접근을 추구하는 통합디자인(Total Design)입니다. 정원디자인은 심미적 바탕 위에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담아 예술적인 작품을 창조하며, 과학적 바탕 위에 상품가치가 높은 상품을 생산하는 종합과학예술입니다.  

정원은 그동안 울타리로 둘러싸인 나만을 위한 사적인 뜰이었고 개인의 삶의 질과 공공을 위한 보편적 복지의 수단이었다면, 이제 정원은 담장을 뛰어 넘어 개인으로부터 벗어나 공공과 소통해야 합니다. 정원은 나-너-우리가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공적인 공공정원이요, 우리집과 마을을 넘어 도시를 그리고 국토를 아름답고 활력 넘치는 환경으로 채워나가는 공공재로서 그리고 생활정원으로서의 가치가 강조될 것입니다.

조경인들은 정원문화와 산업과 정원의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들입니다. 화훼장식이나 산림, 원예, 환경, 건축 등 공간의 아름다움과 기능을 창조하는 전문가들과 때로는 공동으로 때로는 선두적으로 정원의 가치를 창출하고 향상시키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_ 신혜정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ssinkija@naver.com

기획특집·연재기사

관련기사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