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조경 알리기 운동

주신하 논설위원(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주신하 교수l기사입력2016-12-30
조경 알리기 운동


_주신하 교수(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문자 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한 2016년이 이제 저물어 갑니다. 설마 했던 뉴스들이 하나 둘씩 사실로 드러나면서 온 국민은 큰 혼란에 빠져 들었던 한 해였습니다. 성숙한 광장의 힘을 통해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것은 올 해의 큰 수확이라고 볼 수 있지만, 안정적인 국정을 세우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무능한 지도층에 대한 현명한 국민의 심판으로 기억되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정말 중요한 해로 기억이 되겠지요.

지난 해에 조경계에서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워낙 큰 사건들이 많아 의미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지만, 평소 조경 알리기에 관심이 많은 저에게는 꽤 중요한 일들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올 가을에는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많은 행사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정원박람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순천한평정원페스티벌, 코리아가든쇼

올 가을은 정원박람회 풍년이었습니다. 서울 월드컵공원에서 열렸던 서울정원박람회는 다양한 행사와 풍성한 볼거리, 그리고 수준 높아진 정원 작품들로 호평을 받았고, 경기도 성남시청공원에서는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열려 역시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정원의 도시 순천에서도 순천정원박람회가 개최되어 정원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하기도 했고요. 여기에 인천 드림파크에서 개최된 아름다운 정원 콘테스트, 국립수목원에서도 제5회 국립수목원 생활정원 공모전, 지난 봄에 개최된 ‘코리아 가든쇼’까지 넣는다면 그야말로 정원박람회로 가득 찬 한 해였습니다. 이러한 갑작스럽게 양적으로 늘어난 정원박람회는 정원에 대한 일반인들의 높아진 관심을 보여주는 지표이겠지요. 정원을 대하는 조경인의 입장에 대해서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조경분야가 이렇게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 본다면 올 한해는 좀 특별했던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나는 조경가다

서울정원박람회 행사로 진행되었던 ‘나는 조경가다’ 역시 조경가의 작업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좋은 행사였습니다. 4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에서는 시민들로부터 의뢰 받은 대상지를 5명의 초청된 조경가가 정원디자인을 해 주는 과정으로 진행되었죠. 조경가의 설계과정을 가감없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조경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흥미로운 행사였던 것 같습니다. 조경가들이 들려준 재미난 설계 뒷이야기들도 아주 재미있었고요. 특히 조경설계를 꿈꾸는 학생들이나, 설계를 막 시작한 신입 조경가들에게는 실무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창립 20주년 기념식(위), 
제1회 조경설계가의 날(아래)

창립 20주년을 맞는 동심원조경설계사무소에서도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20년 동안 누적된 결과물을 엮은 기념작품집과 작품전시회는 동심원의 발자취이자 우리나라 조경 발전사의 한 단면이디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조경의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하기에 충분한 자리였습니다. 특히 안계동 소장님의 스케치들은 조경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큰 자극과 좌절을 동시에 주기도 했지요. 저만해도 전시회 다녀온 학생들로부터 ‘저렇게 스케치 못하면 설계 못하나요?’라는 질문을 꽤 많이 받았거든요.

‘제1회 조경설계가의 날’ 행사도 같이 동심원 갤러리에서 진행되었는데 여기서도 조경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조경토크콘서트가 진행되었지요. 설계사무소를 차리게 된 계기라거나 설계 초년병시절의 이야기들, 그리고 조경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주는 격려와 당부도 같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세 가지 공간, 네 사람의 드로잉(위), 조경모색(造景摸索) 작품전(아래)

지난 여름에는 이상기소장님, 이대영 소장이 인테리어, 건축가와 함께 준비한 ‘세 가지 공간, 네 사람의 드로잉’ 작품전이 개최되기도 했었습니다(라펜트 기사, 이상기·이대영 소장 ‘세 가지 공간, 네 사람의 드로잉’ 작품전). 또 장소가 좀 멀어서 직접 보진 못했지만 이상기 소장, 이대영 소장, 장재삼 소장, 이진형 소장이 참여한 조경모색(造景摸索) 작품전도 있었고요(라펜트 기사, 이상기·이대영·장재삼·이진형 소장, 조경모색(造景摸索) 작품전). 몇 년전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건축전시에 비해 아직은 조경전시는 좀 빈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더라도 올 해에 시도된 2개의 전시는 조경 알리기 측면에서 꽤 의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참여하신 소장님들께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네요.


공원산책 ⓒ빅바이스몰

‘공원산책’은 올해 조경알리기의 백미였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가을 토요일마다 공원설계자와 함께 공원을 걸으면서 공원에 얽힌 이야기를 대중들과 나눈다는 기획이었지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원인 여의도 한강공원(최원만 신화컨설팅 대표, 노환기 조경설계비욘드 대표)을 시작으로 경의선숲길공원(안계동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서서울호수공원(최신현 씨토포스 대표), 하늘공원(진양교 CA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선유도공원(정영선 조경설계 서안 소장)을 직접 설계자와 함께 산책을 했습니다. 현장에서 설계자와 직접 나누는 대화야말로 조경을 알리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공원을 누가 설계한다는 것에 대해 대중들이 뚜렷한 개념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조경’인들이 우리 주변의 공원을 설계하고 시공, 관리한다는 인식을 전달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직접 설명해야 하는 방식 때문에 1회 참가자를 50명 정도로 제한했는데, 이를 조금 더 확대하거나 회수를 늘이는 방식으로 개선한다면 조경 대중화를 이끌 대표 프로그램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제4회 어린이 조경학교

서울시와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이 함께 몇 년 전부터 계속 해오고 있는 어린이조경학교와 시민조경아카데미도 조경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조경학교는 1년에 180명, 시민조경아카데미는 1년에 400명씩을 대상으로 꾸준히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들이 장기적으로는 조경을 널리 알리는데 밑거름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공원에 대한 크레딧 표기와 조경 대중화에 대해서 지난 컬럼들에서 제안한 바도 있습니다만(이 공원은 누가 만들었나요?, 당신은 조경가입니까?) 일반 대중들에게 조경을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것은 내부적으로 조경계의 내실을 다지는 것만큼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2017년에는 여러 조경인들 모두 각자 자리에서 ‘조경 알리기 운동’을 펼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거창한 구호나 행사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에 진행되었던 다양한 시도들은 좋은 신호탄이었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어린이조경학교, 시민조경아카데미 등을 통해서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여러분들 자리에서 조경을 일반대중들에게 알리는 노력을 해 주시는 2017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독자 여러분, 2017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 주신하 교수  ·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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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haj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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