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제자와 소통하는 법 下

김수봉 논설위원(계명대 생태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김수봉 교수l기사입력2017-01-17
제자와 소통하는 법 下


_김수봉 교수(계명대 생태조경학전공)




프로젝트 중심: 실사구시

실사구시라 함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 보는 것과 같은 실험과 연구를 거쳐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을 통하여 정확한 판단과 해답을 얻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나는 조경학의 공부는 이 실사구시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필자의 강의는 이론이든 스튜디오 과목이든 이론(5주)-현장(3주)-프로젝트(4주)-크리틱(1주)-전시(1주)로 이루어져있다.

이론의 경우 교재는 주로 필자가 집필한 책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한 내용을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를 통하여 자기의 목소리 자기의 생각을 전달하는 능력을 훈련한다. 이는 앞에서 이야기 했던 의사소통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피티(Presentation)하기 전에 교재를 읽고 어떻게 요약하고 그 내용을 파워포인트(Power point)를 어떻게 만들어서 발표할지에 대한 노하우(know-how)를 이론 수업 전 미리 강의한다. 이론 교육은 현장에 가서 자기만의 관점을 가지고 현장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데 도움을 준다. 학생이 발표할 때 다른 학생들은 코넬(Cornell)식 노트 필기방법으로 오늘 강의 내용을 요약하고 프레젠테이션 후 토론 시간에 궁금한 내용을 질문한다. 디자인저널(Design journal)의 일종인 수목일기를 쓰고 현장에 나가서 모르는 수목을 만나 당황하는 일이 없도록 훈련시킨다. 아울러 식재디자인을 할 때 그 일기의 기록을 바탕으로 식재설계를 하도록 유도한다.

이론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각자 선정한 프로젝트 대상지(2학년의 경우 어린이공원을 셉테드(CPTED)관점에서 새로 계획하기)로 가서 현장답사를 필자가 제공한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가서 PPT분석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조사한다. PPT란 Place, People, Time의 약자다. Place란 대상지의 물리적인 생태적인 특성에 관한 내용을 말한다. People은 공원이용자나 주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내용을 말하며, Time은 어린이공원에 관한 최근의 계획 혹은 디자인 이론이나 지역의 주요 관심사항을 말한다. 아울러 공원 내의 주요 디자인 4요소(4 Design Elements) 즉 지형(토양), 식물요소, 물요소 그리고 돌요소 등을 조사하고 분석하게 한다. 이런 과정은 학생 개인별 혹은 팀별로 담당교수와의 튜토리얼(Tutorial)시간에 지도하고 학생들은 수정과정을 거쳐 크리틱을 위한 패널을 완성 시킨다. 생태조경학과의 특징은 1, 2학년 스튜디오의 기초도면, 분석도면은 주로 손으로 직접 그리게 한다. 패널은 그 아날로그 도면들을 기본으로 포토샵이나 기타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완성한다. 도면을 직접 손으로 그리게 하여 요즘 조경학과 학생들이 가장 소홀히 하는 스케일, 방위, 지형의 고저, 수목의 크기 등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2학년 스튜디오 시간의 도면은 반드시 몇 개의 실시설계 도면이 들어가야만 크리틱(Critic)으로 갈 수 있게 했다. 이러한 귀찮고 복잡한 과정이 남과 다른 조경 전문가로 태어나는 시작임을 늘 제자들에게 주지시키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손으로 도면을 그리는 모습


크리틱(Critic)과 전시

크리틱(Critic)은 한 학기의 스튜디오나 이론 강의의 프로젝트를 통하여 완성된 과제를 점검하는 아주 중요한 과정이다. 크리틱은 제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과정이다. 왜냐하면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꾸중을 듣는 시간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학과에서는 크리틱 시간에 가능한 한 학과 교수들이 다 모여서 제자들 하나하나에게 의미 있는 조언과 질문을 주고받으며 조경계획과 설계, 시공 그리고 관리가 서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며 이를 통하여 조경작품이 완성되는 것임을 이해시킨다. 교수들은 이 크리틱 시간에 우리 학생들이 한 학기 과제를 통하여 많은 성장을 하였음을 확인하고, 교수들끼리도 서로 의견을 나눈다. 이 과정은 학과가 하나로 뭉치는 아주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다. 크리틱이 끝나면 학과의 전시장에 과제를 전시하여 선후배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교수들은 수고한 학생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크리틱은 제자들이 조경을 더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다.




크리틱 모습
글·사진 _ 김수봉 교수  ·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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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kim@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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