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기후변화시대의 새로운 도전과 주류화

이동근 서울대학교 교수
라펜트l이동근l기사입력2017-03-23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Series No.22



기후변화시대의 새로운 도전과 주류화




이동근 서울대학교 교수



우리는 어떠한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있을까? 또 미래에 생길 직업과 없어질 직업은 무엇일까? 조경분야는 미래에 주류화가 가능할까?

미래의 모습

일반적으로 전문가들 대부분은 미래에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 저 출산과 고령화 진전, 삶의 질 추구, 환경문제의 심화를 전망하고 있다. 특히 환경문제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은 더 커져 미래에는 인명과 재산피해가 천문학적으로 증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추세가 유지된다면 21세기 후반의 평양 기온이 현재 서귀포 기온(16.6℃)과 유사해지고, 강원도 산간 등 일부 산간지역을 제외한 남한 대부분 지역과 황해도 연안까지 아열대 기후구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세계의 도시는 폭염, 홍수 등 기후재해에 취약하지만 미래에는 더욱더 취약할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폭염, 홍수, 가뭄 등에 의한 피해가 심각해져 기후변화적응계획이 지자체는 물론이고 공공기관에까지 확산되어 수립되고 있다. 

한국 여성의 기대 수명은 85.48세(2014년 기준)로 늘어나, 바야흐로 인간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소위 “철밥통”이라 불리는 공무원이나 고연봉을 보장하는 대기업 취업을 선망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물론 지금도 선망의 대상이기는 하지만, 백세 시대를 살면서 평생직장을 꿈꾸는 건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평생현역”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

미래에 생길 직업과 없어질 직업 주류화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단순 반복적·저숙련 직업, 정교하지 않은 동작을 하거나 사람과 소통이 적은 직업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반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거나 인간의 감성에 기초한 예술관련 직업군은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낮다고 한다. 사회가 급변함에 따라 현재의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것이라는 예측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블루칼라의 노동을 초기 로봇 기술이 대체했다면 첨단과학을 이용한 기술은 화이트칼라의 지식노동까지 대체 할것이다.

우리나라 직업 세계도 이미 변화가 시작되어, 폐업을 하는 변호사 사무실, 문을 닫는 병원 등 최근 10년 사이에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직업이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리사회는 OECD 국가 중 최단기간에 초고령화시대에 들어가고 있으며, 고령화 국가에서 건강·복지의 문제는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담당하는 직종은 각광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주류화

도시를 만들거나 주거단지를 조성할 때, 도로 등을 건설할 때 우리가 우선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 존재한다. 도시에서는 도로, 상하수도 등 인프라시설을 중시하고, 주거단지에서는 건축물을 최우선시 하고, 도로건설에서는 도로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건강·복지의 측면에서 위와 같은 인식은 시대에 뒤쳐진 것일 수 있다. 인식의 진전을 위해, 조경이 갖는 특성을 반영한 형평성의 ‘주류화(mainstreaming)’ 개념을 제안하고자 한다. 주류화는 예외적 특징을 갖고 있는 일부 사람이나 개체를 일반적 수준의 환경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즉, 형평성의 주류화란 기존에 관심을 받지 못하고 거부되었던 특수한 것들을 주류화에 포함되게 함으로써 불평등함을 극복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 다른 가치를 ‘반(反) 주류화’하고 ‘주변화’하는 시도라는 의미도 있다.

이제는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젠더(또는 성) 주류화’ 개념을 응용해 불평 등 인식에도 이 개념을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자 한다. 참고로 1997년 유엔경제사회이사회는 젠더 주류화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젠더 주류화는 모든 영역과 모든 수준에서 입법, 정책, 사업을 포함하는 모든 행동 계획이 여성과 남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이는 모든 정치, 경제, 사회적 영역의 정책과 사업을 계획, 실행, 모니터링, 평가함에 있어 여성과 남성의 관심과 경험을 필수적인 차원으로 통합하기 위한 전략이다….이의 궁극적 목표는 양성 평등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조경이 갖는 특성을 반영한 형평성의 주류화는 1차적으로 인간의 필요에 의해 결정되는 요소이외에 2차적, 3차적으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주변 환경이 조성 되어야함을 주장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도시, 주거지, 도로건설에서 건축물 혹은 도로뿐만 아니라 그린인프라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러한 논의가 충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린인프라의 중요한 구성요소인 공원Ⓒ임승빈

미래사회에서 조경의 역할

우리사회에서 그동안 조경에서 해온 역할을 살펴보면 건강하고 아름다운 국토를 만들기 위해 많은 성과를 만들어 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조경가는 외부공간을 대상으로, 자연과 문화유산을 어느 분야보다 능숙하게 다루어 온 철학가이자 실천가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미래에 우리는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앞에서 필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미래 우리사회는 기후 변화와 고령화로 인해 복지·건강과 재해라는 키워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조경가가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며, 우리의 특기인 외부공간을 미래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급변하는 사회·경제·문화 시스템 속에서 변화를 제안 한다면 분명히 조경분야의 주류화를 달성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는 미래의 지구를 더욱더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역사적 소명에 이르는 길을 열어 줄 것이다.

그린인프라의 우선적 고려와 같은 조경의 주류화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온 방법을 보다 과학적, 예술적으로 접목할 필요가 있다. 이 공간에는 녹지가 필요하다고 단순히 끝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공간에 어떤 규모와 기능을 가진 녹지가 필요한지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옥상녹화나 도시공원을 조성함에 있어 이것이 도시열섬완화를 위해서인지, 홍수피해 저감을 위해서인지, 탄소흡수원 확보를 위해서인지, 생물다양성확보를 위함인지, 주민들의 건강 혹은 문화에 도움이 되는 공간인지에 따라 녹지의 크기, 위치, 식생구조 등이 달리 조성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 기능에 따라 입지는 물론이고 사용되는 토양과 식생구조는 물론이고 시설물이 다르게 구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미적, 역사·문화와 경제적 관점까지 고려된다면, 조경가는 그린인프라의 도입을 통해서 시대가 요구하는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과학적이면서 예술적인 전문적 식견과 실천력을 지니고 있는 집단이 분명하다. 우리는 도시 및 지구환경을 통합적으로 보는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므로 조경을 주류화 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조경의 주류화를 위한 조경인 모두의 단결된 힘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고 생각 한다.


라펜트는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과 함께 조경의 미래방향을 모색하는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를 매달 1회씩 게재하고 있습니다.  

 

미래는 현재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향방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조경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논의의 장으로서 조경인 모두의 관심과 함께 연재가 이어가기를 기대해봅니다.

 

*4월 필자는 변재상 신구대학교 교수입니다.


_ 이동근  ·  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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