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환상적인 미장센의 향연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The Fall, 2006)
라펜트l고원정l기사입력2017-04-27

더 폴: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캡처사진

떨어진다. 다리 위에 있던 말이 강에 떨어진다. 말위에 타고 있던 남자도 함께 강물로 떨어진다. 저 멀리 다른 곳에선 나무에서 오렌지가 떨어진다. 오렌지를 따던 어린 소녀도 함께 나무에서 떨어진다. 장소는 바뀌어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 다리에서 떨어진 남자의 침대 위로 작은 편지가 바람을 타고 남자의 무릎 위로 떨어진다. 편지의 주인은 어린 소녀. 영화의 제목 에서 알 수 있듯 ‘추락’의 경험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은 로스앤젤레스의 어느 병원에서 만나 신비한 세계로의 모험을 함께 떠난다.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는 화려한 미장센(mise-en-scene)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프랑스어인 미장센은 ‘어떤 것을 장면 속에 놓다’라는 뜻으로 영화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뜻한다. 우리가 영화를 감상할 때 보게 되는 배우들의 의상, 영화의 배경 등 시각적 요소 모든 것을 미장센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영화 <올드보이>를 생각하면 당연 머릿속에 떠오르는 군만두가 대표적이다. <더 폴>의 매 장면마다 감탄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영상 또한 영화에서 보여지는 미장센이다. 

<더 폴>의 화려한 영상은 이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고자 하는 감독의 끈질긴 집착으로 만들어졌다. 인도 출신의 감독 타셈 싱은 영화 제작에 특수효과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전 세계 18개국의 26개의 명소를 찾아다니며 무려 6년 동안 영화를 제작했다. 감독의 뜨거운 열정이 영화 곳곳에 녹아있다.


푸른빛의 도시, 조드푸르(Jodhpur)


더 폴: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캡처사진

영화 후반부에서 ‘로이’의 이야기 속 인물들은 사악한 제독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제독의 성 안으로 잠입하게 된다. 제독의 성이 위치한 이 도시는 바로 인도 서북부의 조드푸르라는 도시이다. 이곳은 2010년 영화 <김종욱 찾기>에서도 촬영 배경지로 등장하여 우리에게 익숙한 장소이기도 하다. 도시의 건물들이 푸른색으로 칠해져있어서 ‘블루시티’라고도 불리는데 사실 이 푸른색의 정체는 과거 인도의 카스트제도에 의해 계층을 구분하기 위해서 건물의 외벽에 푸른색을 칠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푸른색의 정체를 알고 나니 불편함이 없지 않아 생기지만 그래도 조드푸르의 경관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온통 푸른빛의 블루시티는 <더 폴>의 환상적이고 황홀한 서사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장소이다.

나미브 사막, 소서스블레이(SOSSUSVLEI)


더 폴: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캡처사진

영화에서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 병사 한 명이 말을 타고 우두커니 서 있는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이 장소는 바로 아프리카 남서 해안에 있는 나미브 사막 중 남쪽 지역의 사막 소서스블레이이다. 이곳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붉은 색의 사막으로 사람들에게 익히 ‘듄 45’로도 유명하다. 사실 이곳은 과거 오아시스가 흐르는 생명의 땅이었다. 많은 동물들이 목을 축이곤 했던 이 생명의 땅 소서스블레이는 물이 모이는 곳(The gathering place of water)라는 뜻을 가진 이름과 다르게 현재는 물이 말라버린 죽음의 땅이 되어버렸다. 비록 동물들의 발길은 끊겼지만 영국 에서 ‘죽기 전에 꼭 가보아야 할 100곳’에 선정되기도 한 소서스블레이는 전 세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찬드 바오리(Chand Baori)


더 폴: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캡처사진

영화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물. 인도의 아바네리마을에 위치한 찬드 바오리이다. 형이상학적인 무늬가 돋보이는 이곳은 사실 인도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는 계단식 우물이다. 인도의 왕 찬드가 만든 우물이라는 뜻의 찬드 바오리는 9세기에 지어졌다고 전해진다. 우물의 깊이는 30미터이고 우물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의 수는 무려 3500개이다. 정확히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는 건축물의 정교함과 기하학적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버터플라이 리프(Butterfly Reef)


더 폴: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캡처사진

푸른빛에 이끌려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푸른 남태평양 한가운데에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나비 모양의 섬이 있다. 영화에서 ‘로이’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사악한 제독으로부터 추방당해 한데 모인 장소 곳, 버터플라이 리프(Butterfly Reef)이다. 오세아니아 동쪽 남태평양에 있는 이 암초는 나비 모양을 띄고 있어 ‘나비 섬’이라고도 불린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보타니칼 가든 (Buenos Aires Botanical Garden)


더 폴: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캡처사진

로이의 이야기 속 찰스 다윈을 이토록 잘 살려주는 장소가 또 있을까. 평화로운 풍경묘사가 인상적인 이곳은 프랑스 조경가 카를로스 테이(Carlos Thays)가 설계해 1989년 부에노스 아레스에 개장한 식물원이다. 전체 면적은 18ha 규모로, 약 5,000~6,000여 종의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다윈의 촬영지는 식물원 중앙에 있는 유리 온실이다. ‘아르누보 온실’은 1899년 파리세계박람회(Paris World Fair)에 수상작으로 선정됐으며, 31점의 예술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더 폴: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캡처사진

스턴트맨 ‘로이’는 사고로 인한 하반신 마비로 큰 고통을 겪는다. 병원에 입원한 로이는 우연히 오렌지를 따다 팔을 다쳐 입원하게 된 어린 소녀 ‘알렉산드리아’를 만나게 된다. 어린 친구를 위해 로이는 매일 세상 끝 먼 곳에서 온 다섯 전사에 대한 환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간이 갈수록 이야기에 로이의 현실이 점차 투영된다. 그러나 알렉산드리아의 순진하고 깨끗한 마음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살시도를 하려던 그의 마음을 서서히 치유한다. 퇴원 후 알렉산드리아는 로이가 출연하는 영화를 또 보고 또 보며 그를 그리워한다.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준 그들이 나 역시도 그리워진다.
_ 고원정  ·  강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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