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조경의 정책적 이슈] 치료는 병원에서, 예방은 공원에서

변재상 신구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변재상 교수l기사입력2017-05-31


치료는 병원에서, 예방은 공원에서




_변재상 신구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



예방의학의 시작은 도시공원의 조성과 관리에서 출발한다

최근 노령화 사회와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변화와 수요에 따라 건강관련 방송이 인기를 끌며 급증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2000년 GDP 대비 의료비 지출 수준은 4.9%에서 2015년 10.2%로 2배 이상 증가하였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09년 사이 10년 동안 우리나라 GDP 대비 의료비 증가율은 약 54%로, OECD 국가 중 3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DP 대비 국민의료비 증가율

OECD 국가 GDP 대비 의료비 증가율 순위

선진국과 같이 GDP 대비 의료비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그러나 문제는 선진국에 비해 공공보다 민간부문에서 지출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의료비 중 민간부문 지출은 35.2%로 OECD 평균 19.6%에 비해 약 1.8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이는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줄여 소비위축에 따른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선진국은 민간의 의료비 지출보다 공공의 의료비 지출 비중을 늘리고 있는 추세이다.

공공의 의료비 지출에 있어서도 소위‘건강투자전략’ 차원에서 질병치료에 대한 직접 의료비 지출보다, 예방을 위한 간접 의료비 지출을 통해 국가예산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있다.

국민의 건강수준이 개선돼 질병이 10%만 줄어도 2조2000억 원의 직접의료비와 1조6000억 원의 간접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추정된다. 공공부문의 의료비 지출 중 개인별로 지급하는 직접적인 선별적 복지 차원에서의 지출보다는, 쾌적하고 건강한 삶의 기반을 만들어 국민 건강 향상에 기여하는 예방차원에서의 간접적인 보편적 복지 지출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보편적 복지를 위한 예방 차원의 가장 효율적인 지출은 무엇일까? 바로 도시공원의 조성과 관리이다.


도시공원은 질병예방을 위한 사회적 합의에서 출발하였다

18세기 영국에서는 산업혁명 이후 도시로 이주한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노동자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이 시기에 해당하는 1833년에서 1843년 사이에 영국의회에서는 상하수도와 공공공원을 조성하는 것에 세금 이용을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키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수요에 따라 1843년 버큰헤드 공원(Birkenhead Park)이 조성되었다. 최초의 도시공원은 도시에서 생존에 필요한 건강문제의 해결이라는 사회적 합의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2013년 세계도시공원협회(World Urban Parks Association)에서 출판된 공원의 혜택에 관한 보고서에서는 공원이 직․간접적으로 건강에 미치는 효과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공원의 존재 이유는 바로 국민들의 건강증진과 질병예방에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국민들의 밝은 웃음을 위해 대한민국은 지금 생활권 내 양질의 공원이 필요하다

세계의 주요 녹지 선진국들은 공원의 양적 확충을 위해 도보권 내에 이용할 수 있는 공원조성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공원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한 파크스코어(parkscore)나 그린플래그어워드(Green Flag Award) 등을 통해 공원 프로그램과 시설의 질적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밴쿠버를 세계 최고의 녹색도시로 조성하기 위하여 5분 이내 공원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녹지 소외지역에 우선적으로 공원을 조성하고자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국토조경정책의 선진화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조경인들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국가적인 차원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여 조경정책 R&D로의 투자 지원이 필요하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이나 웨어러블 기기(Wearable Device), 무선태그(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RFID) 등을 공원 이용에 적극 활용한다면, 소모적으로 지출되던 치료 위주의 의료비 지출 구조를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지방정부에서는 지역 내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중 공원으로 활용 가능한 대상지를 찾아내고, 도보권 내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통해 도시공원의 양적확충을 꾀해야 한다. 물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공원의 질적관리를 위해서는 지역 조경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의 적극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지속적인 공원 모니터링을 실시하여야 한다. 살기 좋은 도시는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 확보가 필요조건임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공원조성과 관리정책을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조경인들은 기존의 단순한 조성 위주의 공원 사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설관리 등을 위한 질적 향상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노령화 사회로 진입한 현 시점에서 건강문제에 특히 관심이 많은 노인들을 위한 공원은 제도적으로도 존재하지 않는다. 중년들을 위한 인생 2모작 프로그램으로 식물과 정원을 이용한 각종 실용 프로그램의 도입이 필요하고, 청년들을 위한 창업프로그램도 공원에서 다양한 각도에서 전개해 나갈 필요가 있다. 어린이공원 역시 지금처럼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공원을 이용할 기회는 연령의 제한도, 성별의 제한도, 국적의 제한도 없다.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건강관리의 패러다임을 치료 위주의 병원에서 예방위주의 공원으로 전환하기를 기대한다.
_ 변재상 교수  ·  신구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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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byeon@shin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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