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조경의 정책적 이슈] 공원 없는 도시

안승홍 한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안승홍 교수l기사입력2017-06-15


공원 없는 도시




_안승홍 한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우리가 도시를 걷다 만나는 아름다운 도시공원은 도시 생태환경의 보전과 정주환경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집중호우, 폭설, 가뭄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여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푸른 국토의 기반으로서 도시의 생동감과 시민건강 증진, 국민 문화와 여가생활 개선 등을 통해 녹색환경복지에 일익을 담당하고 생물다양성 증가, 지역균형발전 등 도시의 다양한 문제해결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공원녹지 통계(2015)에 따르면 1인당 공원 조성면적은 8.8㎡(결정면적 19.8㎡)이며 미국 뉴욕 18.6㎡, 영국 런던 26.9㎡, 프랑스 파리 11.6㎡에 비해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 도시공원 결정 면적은 934㎢이며 미집행 면적은 516㎢(55.3%)를 차지하고 있다.


미집행 도시공원의 일몰 : 중앙과 지방정부의 개별적 대응

1999년 10년 이상 미집행된 도시계획시설은 헌법의 재산권 보장, 정당보상원칙 등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일치 판정에 따라 2020년 7월 이후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제48조에 근거하여 20년 이상 미집행 도시공원은 자동으로 실효된다. 미집행 도시공원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사업비는 약 47조원으로 추정된다. 현행법상 도시공원의 조성 주체인 지방정부가 모두 부담하기는 재정여건상 불가능하다. 2013년 8월 일몰제 관련하여 전국 지자체 공동대응으로 공원조성을 위한 국비지원 요청이 있었으나 공원녹지 사무가 지자체의 고유사무라는 논리로 중앙정부의 지원이 거절되었다. 많은 미집행 공원이 1967년 공원법 제정 전후인 1960-70년대에 국가에서 지정한 것으로 중앙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재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의 전신인 「도시공원법」은 1980년에 제정되었다.

중앙정부는 미집행도시공원의 해결을 위해 민간이 5만㎡ 이상 공원을 조성하여 기부채납하는 경우 부지면적의 30% 이내에서 비공원시설의 설치를 허용하고 공원조성사업 완료 이후 비공원시설 부지를 공원에서 해제하는 것을 허용하는 민간공원 특례제도를 2009년에 도입하였다. 의정부 직동, 추동공원과 수원 영흥공원 등이 추진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공원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공원 부지에 민간의 수익사업을 수행하여 지역사회의 갈등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일고 있다. 또한 민간이 소유한 5만㎡ 미만의 소규모 공원에 수익시설을 설치하는 민영공원 제도를 신설하는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발의된 상태이다.

서울시의회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특별위원회’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실효에 대비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및 제도개선 건의안’을 2017년 3월 가결하였다. 2002년 이후 1조 7,541억원을 투입하여 4.72㎢의 공원용지 토지 보상을 실시하였으나 서울시 예산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한 것이다. 서울시 미집행 공원 보상비는 약 11조 6,785억원이 더 필요하다. 경기도의회도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실효시 국·공유지 제외, 도(道) 도시공원제도 도입, 도시공원 국비지원 근거마련 및 지원 요청 등을 중앙 정부에 건의하였다.


해외 공원의 선진적 조성 : 중앙과 지방정부의 체계적 협력

도시공원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서구의 경우 조성과 운영에 많은 고초를 겪어 왔으나 지혜롭게 대처해 나왔다. 도시공원 발상국인 영국은 1970년대 이후 지방정부의 재정 부족과 비체계적인 관리로 공원이 쇠락하여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중앙과 지방정부는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2003-06년 사이 2억1백만 파운드(3,600억원)을 투자하는 지원금 제도를 도입하였다. 또한 지방정부는 민·관 파트너십으로 민간과 지역단체의 참여를 유도하였다.

미국의 경우 연방 정부는 원조를 직접 제공하는 도시공원 및 여가 회복법(URBAN PARK AND RECREATION RECOVERY ACT OF 1978)을 통하여 경제적으로 어려운 도시지역에 7억25백만 달러(7,975억원)의 매칭 보조금과 기술을 지원하였다. 캘리포니아 주(州)는 도시공원법 2001 보조 프로그램 기금 프로젝트(Urban Park Act 2001 Grant Program Funded Projects)를 통해 1억30백만 달러(1,440억원)의 기금을 지원하여 도시공원을 조성하였다. 시애틀시는 주민의 50% 동의하에 공원녹지와 관련한 특별세인 Propark Levy(기본 재산세에 붙는 특별 재산세)를 통해 1억98백만 달러(2,200억원)을 조성하였다.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시도되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본의 ‘도시공원 등 긴급5개년 계획(都市公園等緊急整備五カ年計画)’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해진 도시환경의 개선과 도시공원의 정비가 미비하여 수립되었다. 1972년 「도시공원 등 정비긴급조치법」을 발령하여 2002년까지 30년간 207조 4천억원을 투자하고 6차례 정비를 통해 1인당 공원면적은 2.8㎡에서 8.5㎡로 증가하였다.

요코하마시는 지역의 녹지 감소 대책으로 ‘요코하마 녹지UP계획(横浜みどりアップ計画)’의 신규 확충 시책에 따라 ‘요코하마 녹지세(横浜みどり税)’를 도입하였다. 「요코하마 녹지세」조례안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시민세 균등비율 초과세 방식으로 과세하였다. 요코하마시가 걷은 녹지세는 연간 24억엔(개인 16억엔+법인 8억엔, 315억원)이다.


미집행 도시공원을 위한 체계적 협력 방안

법률상 도시공원의 조성과 관리 사무는 지자체에 있으나 도시공원의 일몰제 문제는 시·군의 힘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며 국가와 국민이 함께 협력하고 해결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5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음을 상기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이 협력적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중앙정부의 인식 전환과 관련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중앙정부는 공원녹지사무가 지자체의 고유사무라는 논리로 계속 일관하며 헌법이 정한 책임을 외면할 것인가? 남은 시간동안 중앙정부는 공원 일몰제 문제를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관련된 인권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을 전환하고 대책을 함께 실행해야 할 것이다. 해외 공원에서처럼 국고를 지원하고 관련제도를 적극적으로 개선하여 지자체의 공원조성 의지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둘째, 도시공원 재정 확충을 위한 중앙과 지방 정부의 체계적 협력이다. 중앙정부는 도시재생사업과 개발제한구역보전부담금 등과 적극 연계하고 복권위원회가 운영하는 복권기금의 협조에 적극적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자체는 도시계획세, 도시계획 특별회계 등을 활용하고 요코하마 녹지세나 시애틀시 Propark Levy와 같은 지방세 조성을 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국민 차원에서의 다양한 상생적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 연고 기업들의 협력 방안은 좋은 선례이다. 울산대공원은 울산광역시가 556억원으로 364만여㎡의 토지를 매입하고 SK가 1,02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하여 조성하였다. 대전 유림공원은 이인구 계룡건설(주) 명예회장이 희수(77세)를 기념하여 사재 100억원을 출연해 조성한 후 기부채납한 공원으로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2000년부터 진행된 부산 100만평 문화공원은 국가도시공원 1호 지정을 목표로 현재 범시민적으로 활발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미집행 도시공원에 대한 헌법불일치 판정이 결정된 후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고 2020년까지 4년 남짓 남았으나 노력과 결과는 미미하다. 국가와 지자체, 국민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일몰제로 사라진 도시공원은 상상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고 회색빛 미래로 우리의 눈앞에 펼쳐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시점이다.
_ 안승홍 교수  ·  한경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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