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운연 문화재청 궁능문화재과 과장

″전문화 시대, 조경직렬이 신설되기를 기원″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7-06-11
지난 2월 28일자, 문화재청 3급 부이사관직에 조경출신이 진출했다. 조운연 궁능문화재과 과장이다. 오랜 공직생활동안 그는 전통조경의 복원, 그리고 조경 발전에 대한 끝없는 고민을 해왔다.

그는 “전문화 시대에 조경직렬이 신설되기를 기원한다”며 보다 전문적인 인재 양성과 전통조경분야 발전을 위해서는 공무원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아울러 본인 세대가 훼손된 문화재경관을 복구해왔다면 앞으로는 ‘산림복구형 조경’이 아닌, 꼭 필요한 나무를 심고, 가꾸고, 베는 등 ‘맞춤형 조경’을 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더불어 복원과 관련해 조경분야의 고고학을 연구할 미래 세대가 필요하다고도 전했다.

조운연 문화재청 궁능문화재과 과장

과장님의 걸어오신 길과 승진 소감 부탁드린다.

충북대학교 농학과, 한양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상명대학교 대학원 환경계획학과에서 수학했다.

1987년 문화재관리국 종묘관리소에 임업직 발령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궁궐에 대한 호기심으로 종묘는 물론 4대궁에 대해 끊임없는 연구를 해왔다. 1991년 문화재관리국 궁원관리과에서는 창덕궁·창경궁 조경정비와 경복궁 아미산조경업무, 조선왕릉의 정비계획수립으로 왕릉의 수종갱신 산림순찰로 등 정비의 기틀을 마련했다.

1999년에는 조선궁궐 전통조경의 최고진수인 창덕궁을 관할하는 창덕궁관리소에서 전통조경에 대한 연구와 실제를 접하고, 2001년 문화재청 궁능활용과에서 경복궁 태원전 조경, 창덕궁 관람지 정비업무와 조선왕릉 세계문화유산등재를 추진했다. 2007년 문화재청 사적과에서 사적지 전통조경의 문제점과 사적지 정비의 실태를 인식하고, 2010년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에서 궁궐과 다른 분야인 자연유산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명승이나 천연기념물식물, 천연보호구역은 자연유산 중 우리 임업직의 분야를 개척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후 2013년 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장을 역임, 2015년부터 문화재청 궁능문화재과에서 과장직을 맡으면서 지금까지 궁능에서 현업관리, 조경정비 등에 대한 조사와 연구, 관리 등을 바탕으로 업무수행에 반영하고 있다.

현재 직급은 과장으로 3급 부이사관이다. 과거 3급이면 국장, 2급은 이사관, 1급은 관리관이었는데 지금은 과장이 3급, 4급으로 구분되고 그 이상은 통틀어서 고위공무원이라고 한다.

임업직으로서 3급 이상을 역임한 사람은 2005년에 한 분이 계셨고, 그 다음주자를 이어받게 됐다. 승진은 개인의 능력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지만, 임업직/조경직에 대한 배려도 있었을 것이다. 청내 임업직이 50명 정도가 있는데 그중 부이사관에 임업직이 승진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이며, 이는 조경에 대한 권리인정을 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궁능문화재과의 주된 업무, 직원 현황이 궁금하다.

궁능문화재과는 궁·종묘, 사직단, 조선왕릉·원·묘의 보존 관리 및 활용에 관한 종합 정책 수립 및 조정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직원은 저를 포함해서 30명이 있으며, 이중 궁능의 긴급보수 및 경미한 수리를 즉시 복구할 수 있는 직영사업단에 17명이 있다. 궁능문화재과 직원이 14명, 직영사업단 17명, 조선왕릉관리소 19명이다.


올해 주력하는 사업 및 예산은?

경복궁 복원 2단계 중 생활권역인 흥복전 권역 복원을 작년에 시작해 내년까지 진행된다. 경복궁 1차 복원은 1990년부터 2010년까지였으며, 2차는 2001년부터 2045년까지이다.

또한 덕수궁 돈덕전 복원을 위해 올해 공사를 착공할 예정이다. 궁능문화재과 2017년 예산은 490억 원 규모이고 이중 4대궁·종묘 전통조경예산이 13억이다. 별도로 조선왕릉 전통조경예산은 37억이다.


현재까지 계획된 내년도 사업이 있다면?

궁궐은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어 대대적인 조경공사보다는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를 수정하고, 연구가 부족했던 부분에 대한 보완연구 및 실행에 주력하고자 한다. 창덕궁 후원에 대한 연구, 전통조경 구조물에 대한 연구, 궁궐별 특성에 맞는 꽃대궐 조성 등이 계획되어 있다.

2018년부터는 경복궁 향원정 해체 보수가 예정되어 있다. 그동안 언론에서 계속 지적되어 오던 취향교의 잘못된 위치를 바로잡기 위한 복원 공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공원으로 인식되었던 사직단을 역사공원으로 조성하는 복원공사도 계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덕수궁의 경우 광명문 이건을 추진할 예정이며, 선원전 영역에 대한 복원도 준비 중이다. 또한 경복궁 복원계획 조정에 따라서 건물 미복원지역 등에 대해 조경 보완을 3개년을 통해 정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문화재청 업무의 일부와 조경업의 유사성이 큰데, 협력관계 구축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이 있는지?

그동안 전통조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접근이 어려워 조경업과의 관계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융합이 중요한 이 시대에 전통조경과 조경업과의 협력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궁·능의 편의시설 정비시 조경업과의 협력을 통해 우리 전통조경 공간에 적합한 형태를 개발해 정비하고 이를 조경업에서 활용하면 일거양득이지 않을까. 이외도 다양한 방향으로 접근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업무 중 어려운 점과 이를 위한 타개방안이 있다면?

전통조경정비 시 고증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 고증은 고고학, 건축, 미술사, 보존처리 등 다양한 분야 다양한 사람들의 지식을 요구하고 그들이 모여서 같이 해야 하는 작업이다. 그중 전통조경은 기록이 부족해 더욱 어려운 것 같다. 자칫 고증을 잘못한다면 역사에 돌이킬 수 없는 죄인이 되는 것이다. 간혹 시민단체나 국민들에게 ‘왜 못 하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 역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기에 더더욱 민감한 문제이다. 

전통조경은 그 실체가 미약하다. 건축물의 경우에는 어떻게 시공했는지에 대한 자료가 있는 반면, 조경은 ‘나무를 심었다더라’, ‘아미산을 쌓았다더라’ 정도의 수준이다. 원형이 어땠는지, 어떻게 식재하고 어떻게 쌓았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도면이 별로 없다. 그나마 동궐도, 옥호정도 정도는 잘 남아있지만 실제로 도면이 없으니까 복원시 애매한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수목이 어디서 왔는지, 어떤 수형을 식재했는지 알 길이 없다. 이런 점이 아쉽다.

복원을 하는데 있어 반드시 원형복원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식물은 죽고 새로운 것이 나오기도 한다. 수종을 맞출 수는 있겠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는 게 식물이기에 어떻게 보면 조경복원은 어느 정도 융통성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이것이 전통조경이다’라고 정의하기는 어렵다.

1910년 일제강점기부터 6·25까지는 ‘우리기술’이라는 것이 없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정신적인 세계나 정치적인 세계는 거부했지만, 문화는 흐르는 것이기에 일본이 받아들인 서양의 신식문화는 우리 땅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렇게 조선의 기술은 단절된 채 일본의 기술이 물밀 듯이 들어왔고, 4, 50년간 일본기술이 최선인줄 알고 공부해온 분들에게 다음세대인 우리가 배운 것이다. 자신이 배운 것을 최선을 다해 가르쳤으니 잘못 가르친 게 아니다.

그러나 단절된 역사에서 오는 한계는 있다. 단절된 상태에서 원형을 찾아내려니 어려운 것이다. 나름대로 조경을 궁궐, 관아, 사찰, 별서, 왕릉 등 몇 가지로 구분해놓았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이미 일제강점기 때 상당부분 흐름이 끊겼던 것들이다. 궁궐이나 관아, 사찰의 조경은 어느 정도 큰 틀이 있는 반면, 별서나 민가 같은 경우는 사상적인 배경, 풍수지리, 음양오행을 제외하곤 살고 계신 분의 생각이 가장 많이 반영된 것이기에 원형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심지어 대개 조경을 단순한 액세서리로 생각한다.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고건물 복원을 실시할 경우, 예산 부족시 조경이 감액 대상이 되곤 한다.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말이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고고학의 일정부분인 조경학에 대한 공부를 해주길 바란다. 유구발굴시 조경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말이다. 부여 궁남지나 경주 안압지 등의 복원에 대해 이견이 발생하는 것은 참여와 연구가 부족한 이유이다. 일부 선배님들이 연구하고 계시지만 여전히 전통조경분야에는 우리 후배들이 더 공부하고 밝혀내야할 부분이 남아있다. 수목을 식재하고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만이 조경이 아니다.

우리 세대의 전통조경이라는 것은 훼손된 것을 복구하는 과정이었다. 이제 기본적인 경관을 조성하는 것은 끝났다고 본다. 후배들이 해야 할 것은 산림복구형의 조경이 아닌, 꼭 필요한 나무를 심고, 가꾸고, 베는 등 ‘맞춤형 조경’을 해야 할 것이다. 공간에 맞는 나무를 생산해서 심어야 아름다운 궁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작년부터 조경을 보완하는 용역을 발주하고 있다. 어떤 나무를 가꾸고 어떤 나무를 버릴 것인가 취사선택 하는 용역이다. 낙선재 화계의 경우, 왕비가 1년의 변화를 느끼는 곳으로 조경을 해마다 바꿨을 것이기에 화계를 5년마다 바꾸는 계획을 하고 있다.

마침 과장으로 있으니 틀을 마련해주고 가면 후배들도 이해하고 추진할 것이라 생각한다. 보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다양한 사람이 참여해야 한다. 전통조경에 대한 관심과 조경에 대한 타 분야의 인식제고가 난제를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재 복원과 관련해서 시설뿐만 아니라 주변 경관의 복원이 중요하며, 스토리텔링에 대한 의견도 있다. 복원에 관한 과장님의 생각이 궁금하다.

복원은 원래의 행태대로 돌려놓은 것인데 사실문화재의 원형 복원은 어려운 현실이다. 현재 우리가 접하고 알고 있는 대부분은 조선시대의 건물과 기술이며, 그 이전 시대의 복원에 대해서는 위험이 따른다.

최근 들어 스토리텔링에 대한 사업이 많이 부각되고 있다. 시설 복원뿐만 아니라 주변경관을 같이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복원 계획 단계부터 어떠한 이야기를 담아낼 것인지를 함께 논의해서 복원 후 어떻게 활용할지를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경복궁 소주방의 경우, 궁중음식체험 장소로서의 활용을 염두해 두고 복원했고, 현재 흥복전의 경우에도 외국 사신의 영접장소로서 향후 복원 후에 회의 등을 할 수 있도록 기반시설을 갖춰 나가고 있다.

스토리텔링의 경우에도 옛 역사를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로서 재해석해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옛 동궐도라는 역사 산물을 가지고 그 안에 세세하게 표현된 그림과 기록 등을 통해 현재 남아있는 나무 등을 유추해 찾아보는 ‘동궐도 나무 답사이야기’ 같은 프로그램은 스토리텔링의 성공적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에도 ‘창경궁 왕의 숲 이야기’, ‘낙선재 특별관람’ 프로그램을 새롭게 선보였다.


제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통과 문화재 분야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이 있다면?

초연결과 초지능을 특징으로 하는 제4차 산업혁명은 기존 산업혁명에 비해 매우 빠른 속도로 광범위한 범위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이를 대비해 우선 문화재와 전통조경분야에서는 기존의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창덕궁 후원의 수목 또는 고건물 정비 데이터를 구축하고 기후, 관람객 수, 여러 환경여건과 통합적으로 분석하면 향후 관리계획 수립부터 실질적인 정비까지 매우 정밀하게 시행해 문화재 보존·관리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문화재관련 빅데이터를 교육, 관광 등 다양한 분야와의 접목을 통해 우리 국민에게 더욱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교과서에서 단순히 사진으로 보는 첨성대가 아니라 교실에서 VR을 통해 마음대로 볼 수 있는 세상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을 꿈꾸는 후배들도 있다. 문화재청의 매력이 있다면?

자부심 면에서 남다르다. 문화재 관련 조경은 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의 궁능, 사적지, 유적지 등의 경관, 근대문화재 경관, 명승이나 천연기념물 중 식물 등 다양한 대상을 다루면서 5천년 역사의 국가의 정통성을 유지·관리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공무원으로써 조경분야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1970년대 국토개발이 한창일 때, 난개발을 우려해 조경학과를 신설하고 조경인을 육성했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공무원 조직에 조경직렬이 생기지 못했다.

업역에 있어서 건축, 토목, 환경, 임업과 부딪힐 때 교통정리를 해줄 공무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담장, 연못, 굴뚝 등은 조경에서 배우는 것이다. 그러나 발주하는 사람이 ‘시설공사’로 발주하면 조경업계의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대한 구분이 필요한 것이며, 그 일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공무원이다.

현재 임업직렬과 시설직렬에 조경직류가 있지만 해당 부처에서 배려하지 않으면 조경직류를 선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국 대학 및 전문대 약 40여개 대학에 조경학과 등 유사학과에서 조경인을 배출하고 있고, 기사, 기술사 등 전문인이 양성되고 있다. 전문화 시대에 조경직렬이 신설되기를 기원한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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