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화할 수 없는 경관에 공감하도록…전통조경의 임무″

전통조경학회, ‘한국의 전통조경 명사특강’ 개강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7-07-04


한국의 전통조경 명사특강이 지난 3일(월) 개강했다.

(사)한국전통조경학회(이창환)가 주최하는 본 특강은 한국전통조경에 대한 학식과 실무능력으로 명망을 얻고 있는 대가들의 산지식을 후대의 전함으로써 한국전통조경의 저변확대 및 후학들의 지속적 계승발전을 위해 마련됐다.

이창환 회장은 “특강을 통해 후학 양성 및 저변 확대를 통해 제도를 개선하고, 국내 및 국제적 유사학문과 협력관계를 구축해가고자 한다. 나아가 삼천리금수강산의 수려한 전통경관에 대한 가치를 전세계에 알리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창환 (사)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


정기호 성균관대 교수

강의 첫 번째 문은 정기호 성균관대 교수의 ‘한국의 경(景)’으로 열었다.

한국의 경관은 누정, 사찰, 서원, 정원 등 패턴화된 경관 유형들도 있지만 뚜렷하게 패턴화할 수 없는 무수히 많은 경관들이 있다. 정 교수는 “그저 자연현상이나 독특한 경관으로 보이는 경관들에 내포되어 있거나 중첩된 요소들을 찾아내 유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패턴화할 수 없는 수많은 한국의 경관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전통조경의 중요한 임무”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평범한 경관이 보다 깊이 있는 경관이 되기 위해서는 ‘기억’이 중요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이 모여야 아름다운 ‘경’이 된다고 전했다. 경관에 얽힌 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체험에 많은 사람들과 공감한다면 ‘한국의 경’으로서 중요한 소재가 된다는 것이다.

패턴화 되지 않은 경관에 이야기를 담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경관 자료들을 찾는 일이다. 그간 많은 학자들은 고문헌의 글, 그림, 사진 등으로 한국의 경을 연구해왔다.

사진이 출현하기 이전 시대의 자료로는 우리나라 산하를 직접 답사하고 화폭에 담은 ‘진경산수화’가 한국의 경을 알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림, 사진 등 이미지 분석에 있어서는 ‘시점장’을 찾는 순간, 이미지는 중요한 경관자료가 된다.


겸재 정선의 ‘목멱조돈’과 현재의 남산 비교

정 교수는 진경시대 전성기에 활동했던 겸재 정선의 그림과 현재의 경관의 비교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정선이 평생 살던 터전인 백악산과 인왕산 아래 장동 일대를 중심으로 한양 서울 곳곳을 화폭에 담아 남겨놓은 화첩 ‘경교명승첩’. 그중 ‘목멱조돈’은 가양동 쪽에서 바라본 남산의 풍경이다. 그러나 현재의 남산과 비교하면 정선의 그림은 봉우리가 뾰족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정선이 그림을 그린 시점장을 찾아 남산의 사진을 찍고, 그림을 양쪽으로 늘여서 비교한 결과 정선이 그림을 왜곡했다는 점을 알아냈다.

2007년 새로운 화폐가 나오면서 논란이 됐던 천원 뒷면의 그림, 정선의 ‘계상정거도’ 또한 마찬가지다. 당시 그림의 서당이 도산서당이냐 계상서당이냐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이 또한 실제 장소의 시점장을 찾고 비교분석해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정 교수가 직접 장소를 찾아 사진과 그림을 분석한 결과, 그림에 두 개의 시점장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 도산서당을 바라본 후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렸다는 것이다.

결국 그림을 늘이거나 시점장을 다수로 지정하는 등 화가의 의도를 감안한다면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그렸던 진경산수화는 300~400년 전 한국의 중요한 경관자료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정 교수는 “패턴화할 수 없는 수많은 한국의 경관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전통조경의 중요한 임무”라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 현재 존재하는 자료들의 시점장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며, 향후 후대를 위해 자료를 만들어가는 일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3일(월)부터 8일(토)까지 매일 열리는 명사특강은 전통조경에 조예가 깊은 14명의 전문가가 전통조경을 알리기 위해 최소비용만으로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명사에 따라 특강주제도 매우 다양하며, 답사도 마련되어 있다.

명사특강은 ㈜그룹21, 녹색문화포털 라펜트, 한국건설신문, ㈜한국조경신문, ㈜환경과조경이 후원하며, 전주이씨대동종약원에서 장소를 제공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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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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