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작품 만나보기

주제는 ‘쉼터, 그늘, 물’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7-08-16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7’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뉴욕현대미술관, 현대카드와 함게 우리나라 젊은 건축가를 발굴, 양성하기 위해 마련한 건축전시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 YAP)’은 매년 ‘쉼터’, ‘그늘’, ‘물’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젊은 건축가들의 창의적인 제안을 통해 최종 1인/팀을 선정한다. 우승 건축가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대미술관 마당을 또 다른 공간으로 변모시킨다.

전시회에는 참신하고 독창적인 후보군들의 제안모델, 스케치, 드로잉, 오브제, 이미지 등 다채로운 자료들을 통해 결과물뿐만 아니라 작어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

우승팀으로 선정된 건축가는 미술관에 작품을 설치할 수 있는 기회뿐만 아니라 뉴욕, 산티아고, 로마, 이스탄불 등에 있는 YAP 국제 네트워크로 연결된 미술관에 전시된다.

전시회는 10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요일과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우승작_삶것(양수인) 원심림(遠心林)





소위 젊은 건축가들은 YAP와 같은 작업을 대할 때, 멋진 지붕을 먼저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다. 기초적인 구조역학부터 컴퓨테이션까지 총동원해 가볍고 우아하며 무너지지 않을 구조물을 만든다. 그러나 구조해석을 위해 엔지니어에게 보내진 순간 무너지는 것보다 바람에 날아가는 것이 더 큰 문제임을 깨닫고, 눈에 띄지 않을 땅 밑에 무게 추를 묻느라 꽤 많은 예산을 사용하게 된다. 최근 3년간 뉴욕 PS1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당선작들이 모두 케이블을 사용해서 구조적인 문제를 피해갔다는 점은 흥미롭다. 한정적인 예산 상황에서 케이블을 사용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명백하지만, 충분한 그늘을 만들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원심림은 바람이 세지 않을 때만 부풀어 올라 그늘을 만드는 작은 장치를 여러 개 설치하여 전체적으로 충분한 양의 그늘을 제공한다. 원심목은 하나의 모터와 그에 매달린 플라스틱 망으로 만든 잎으로 이루어진, 나무와 비슷한 모양의 간단한 기계장치이다. 원래 건축공사에 쓰이는 플라스틱 망은 모터의 회전에 의한 원심력만 이용해 부풀어 오르기에 딱 적당한 강성과 탄성을 지니고 있다. 모터 회전 속도의 변화에 따라 원심목은 납작한 우산과 같은 형상으로 점차 변화하는데, 상단에 위치한 풍속센서는 바람이 세게 불 때 원심목이 펴지지 않도록 제어한다. 원심림은 바라보는 대상으로서의 작품이 아닌 식물, 그늘, 바람으로 가득한 공원이다. 이 숲에서 여러 원심목은 랜덤하게 돌아가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그림자의 패턴을 만든다. 서울의 무더위를 식혀줄 잔잔한 바람은 회전하는 원심목이 제공하는 보너스다. 방문객은 원심목에 붙어있는 벤치와 평상을 밀고 도려 자신만의 작은 공원을 만들 수 있는데 그림자와 바람과의 술래잡기인 셈이다.

SGHS 설계회사(강현석, 김건호, 정현) 파티오



여름이라는 계절과 2017년이라는 시기에 반드시 지어져야할 파빌리온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파티오는 ‘존재하고 있는’ 장소들 사이에 개입해 계절과 시대성에 부응하며 각 장소의 특성을 발굴, 연결, 재구성하는 중성적 장치로서의 노선을 취한다. 그것으로부터 새로운 오브제로서의 성격을 지녔던 지난 3년간의 YAP 파빌리온과는 차별성을 가진다.

구상한 3개의 마당 중 중앙마당(미술관 마당)과 연결된 기무사 위의 옥상마당은 그동안 공중에 거의 제공되지 않았던 경복궁과 인왕산, 청와대가 한 눈에 들어오는 놀라운 경관의 파노라마를 제공한다. 선적으로 구성된 ‘파티오’의 건축적 타이폴로지는 서로 다른 개인들이 공간 안에서 같은 경험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도시의 집단적 기억은 파빌리온이 해체될지라도 영원히 남게 된다.

김재경 건축연구소(김재경)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 우리와 나무의 이야기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는 사회와 건축의 기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함에서 출발했다. 루이스 칸, 비트루비우스의 문헌으로부터 나무가 그 기원일 것이라는 가설을 만들고 나무가 이루어내는 장소성에 주목했다. 나무의 형태를 모방하려는 과거 건축의 예를 통해 나무를 원시적 건축 형태로 생각하고, 우리시대의 나무는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먼저 새로운 나무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재료와 형태의 측면에서 나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한중일 목조건축을 재해석하는 과정을 통래 새로운 나무를 만들어냈다. 현대 기술을 이용해 만든 이 나무는 가볍지만 더 멀리 뻗어나간다. 주재료인 CLT(Cross Laminated Timbrt)는 버려진 나무를 다시 살린다는 의미를 가진다. 다음으로 나무 아래에 장소를 만들어냈다. CLT를 잘라내고 남은 부재로 만들어진 벤치는 미술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행위에 반응할 수 있다. 나무 기둥 사이를 가로지르는 다리는 ‘나무 아래서의 만남’이라는 주제를 극적으로 표현하는 요소이다. 다리 위의 관람객은 새롭게 만들어진 나무의 공간감도 느낄 수 있다.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새로운 나무에서 시작하는 만남이다. 이러한 만남이 모여 사회를 만들어냈듯.


stpmj(이승택, 임미정) 삼청로 30-1



국립현대미술관의 도로명 주소는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30이다. ‘삼청로 30-1’은 3개월 동안 미술관 마당에 부여된 임시 도로명 주소이자 새로운 장소성을 의미한다. 비워진 마당을 점유하는 방식에 대한 고찰에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비워진 곳에 파빌리온을 세워 마당이 그것의 배경이 되게 하는 대신 마당의 3차원적 표면을 다루면서 배경을 넘어 주인 공간(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모래로 채워진 바닥과 공사 현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분진망이 배너 타입으로 마당의 벽이자 미술관의 벽들을 재정의한다. 햇빛과 그림자, 바람 및 습도 등 자연으로 채워지기도 하고 사람들의 눈으로, 손끝으로, 맨발로 마당의 온전한 크기와 의미를 경험할 수 있는 과장된 스케일의 쉼터 및 놀이터다. 거대한 모래밭의 놀이터는 개인의 영역을 넘어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여러 행위들을 즐길 수 있게 한다.


조진만 건축사사무소(조진만) 유적(囿摘)



미술관의 중심인 마당에 쉼터와 그늘을 제공하는 ‘그 무엇’을 만들되 마당의 원칙인 비어있음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일견 상반된 가치의 모색에서 출발했다. 마당의 땅을 그대로 들춰 접어 커다란 처마를 만들고 하부는 점점 좁아져 한 점으로 수렴하는 형태의 마치 거꾸로 매달린 피라미드와 흡사한 형태의 단면을 통해 외부는 미술관의 열린 마당으로서 처마 그늘 아래로 다양한 전시와 잔치를 위한 동적인 쉼터를, 내부에는 명상과 치유를 위한 정적인 공중정원을 만든다. 인류가 만든 원초적 건축형태인 피라미드는 한국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권에서 기원을 가지고 현대의 거대한 루브르 미술관의 중심에까지 자리하며, 강력한 문명과 이성의 상징으로 존재한다. 태고의 유적(遺跡)을 반전시켜 유적(囿摘)을 만들고 마당의 중심에 자연을 두고자 했다. 유적은 우리 도시의 숨 가쁜 일상을 한 발짝 늦추고 휴식을 제공하며 문명과 자연에 대한 성찰을 위한 공간이 되어 사람들이 마당을 경험하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하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jj870904@nate.com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