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는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

백승석 논설위원(한국농어촌공사 과장)
라펜트l백승석 박사l기사입력2017-08-16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는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



글_백승석 과장(한국농어촌공사)



울진군은 경상북도 동북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바다와 숲을 동시에 간직하는 지리적 특성이 있다. 울진군 산림은 전체 면적의 85.7%를 차지하며, 이러한 숲은 울진군에서 가장 중요한 산림자원으로 이용된다.

울진군 산림자원 중심에는 금강소나무 군락지가 있다. 금강소나무 군락지는 주민의 생계유지를 위한 생활터전이였고, 과거부터 왕실의 중요한 자산으로 현재는 하루 방문객 수를 80명(코스별)으로 제한하여 인간에 의한 훼손을 최소화하고 있다.

울진 금강소나무 군락지는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에 군락을 이루며, 조선 숙종6년(1680) 왕실의 황장봉산(黃腸封山)으로 지정되어, 궁궐의 목재를 제공하였다. 그 이후 1959년 국내유일의 육종림으로 지정되었고, 2001년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되어 현재까지 국가에서 보호하고 있다.

과거 금강소나무 군락지는 궁궐의 목재를 생산하는 숲으로 인식되었지만, 근래에 와서는 금강소나무 군락지와 주민이 서로 공생하며 이루어지는 산지농업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금강소나무 군락지와 인간이 공생하며 형성되어진 농업유산적 가치를 인정하여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을 국가중요농업유산 제7호로 지정하였다.

울진군 일대에 분포하고 있는 소나무는 뿌리가 깊고 줄기가 곧게 뻗는 품종인 금강소나무(Pinus densifolra for. erecta Uyeki)가 자생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소나무를 함부로 베어 내지 못하도록 신라시대부터 관리하였고,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소광리 일대를 황장봉산(黃腸封山)으로 지정하여 나무를 함부로 베지 못하게 구역을 설정하여 황장목을 확보할 정도로 정부의 보호를 받아왔다. 금강소나무 군락지는 국가가 지정해 관리하는 숲이지만, 숲의 직접적 관리는 주민들이 몫이었으며, 숲이 주는 부산물과 산지내 농업활동은 주민 생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농식품부 농업유산 홍보브로셔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이 갖는 농업유산의 가치는 생계수단, 생물다양성, 농업문화, 경관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금강송 산지농업은 금강소나무 군락지와 주민이 함께 공생함으로서 자급자족하여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산지농업시스템이 존재한다.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관리하는 주민은 소나무 군락지와 개울사이에 주거지를 마련하여 생활하였고, 이러한 환경 속에서 배추, 옥수수, 송이 등을 채집하면서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훼손하지 않고 먹을거리를 자족하였다. 이러한 산지농업시스템은 현재까지 울진군 소광리 일대에서 유지되고 있다. 


ⓒ농식품부 농업유산 홍보브로셔

둘째, 금강소나무 군락지는 다층구조의 산림환경과 인간의 지속적 보전관리 노력으로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소광리 일대의 금강소나무 군락지는 전체 산림 면적의 약 54%인 1,238ha에 분포하고 있다. 이 지역의 10~500년생 금강소나무는 약 1,284만 그루이며, 금강소나무·생강나무·고사리 등 다양한 식생이 다층구조의 자연림을 이루고 있어, 동식물의 서식환경을 조성한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금강소나무 군락지 수계인 왕피천과 광천유역에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I급 종인 수달(천연기념물 제330호)과 산양(천연기념물 제217호)이 서식한다. 

셋째, 금강소나무 군락지의 보전과정에 형성된 전통문화가 현재까지 계승·발전하고 있다.

금강소나무와 관련된 전통문화는 관리단체, 민속신앙 등이 현재까지 남아있다. 금강소나무 보전 단체는 조선시대부터 일제 강점기 때까지는 마을계인 송계(松契)가 운영되었으며,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산림계로 변화되었으나, 마을을 중심으로 관리하는 방식은 동일하다. 또한 금강소나무 군락지 주변 산촌에는 마을을 지켜주는 서낭당이 있다. 이러한 서낭당은 오래된 나무 아래 재단을 만드는 것이 대부분으로 이곳 주민들은 금강소나무 아래를 많이 선택하였다. 현재까지 금강소나무 아래에서 매년 정월에 마을의 안전을 기원하고 있다.

넷째, 금강소나무 군락지가 주변 계곡과 조화되어 아름다운 경관을 형성한다.
금강소나무 군락지는 이 지역 자연경관의 주체로서 불영계곡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독특하고 아름다운 산림경관을 형성한다. 수령이 200년 이상 된 약 8만 그루의 금강소나무가 단일지역에 분포되어 보이는 경관은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경관이다.

이처럼 오늘날 금강소나무 군락지는 국가에서 필요한 중요한 목재를 제공한다는 상징적 의미보다 금강소나무 군락지에 의해 형성된 생물다양성, 주민과 공생하는 과정에 만들어진 선 순환적 산지농업시스템에서 더 큰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왕실의 나무로 귀한 줄만 알았던 금강소나무는 평범하고 소박한 사람들의 삶을 품어주는 나무였다. 올 여름에는 솔향기 가득하고, 주민과 공생하고 있는 금강소나무 숲을 걸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농식품부 농업유산 홍보브로셔

글·사진 _ 백승석 박사  ·  한국농어촌공사 지역개발지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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